국회미래연구원

AI 기술경쟁력은 상위권, 데이터 생태계는 하위권

글로벌 AI 역량 3위·전략 4위·인프라 6위 ... 데이터 환경은 35위

데이터와 AI 생태계를 통합 관리하는 전주기 거버넌스 구축 필요

-국회미래연구원, 「AI 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규체체계 혁신 방안」 보고서 발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12월 29일(월)에 보고서 “AI 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규체체계 혁신 방안”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AI 기술 역량과 정책적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학습용 데이터 생산･가공･결합･활용 전 과정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AI 데이터 생태계를 전주기 관점에서 분석하여 규제체계 재설계 방향을 모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AI 산업은 약 6조 3천억 원 규모이며, 이는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수치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25년 산업계 조사에서 기업의 약 59.5%가 ‘필요한 데이터의 부족 또는 품질 미흡’을, 47.9%가 ‘과도한 규제와 법적 불확실성’을, 약 45%가 ‘전문인력 부족’ 등을 주요 AI 관련 사업 운영상 직면하는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AI 경쟁이 알고리즘 중심 경쟁을 넘어, 데이터 접근･활용 역량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주요국은 AI 학습데이터를 중심으로 제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의 Tortoise Media에서 발표한 글로벌 AI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인프라 6위, 개발 능력 3위, 정부 전략 4위 등 기술･정책적 역량은 선진국 수준을 기록했지만, 데이터 활용 법령과 운영환경은 35위로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보고서는 AI 데이터 생태계의 전주기 관점에서 ▲AI 학습 데이터 확보․품질 관리 단계, ▲공공 및 민간 데이터 통합․표준․공유 단계, ▲AI 서비스 모델링․위험관리 및 거버넌스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별로 구조적 병목 요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데이터 규제체계는 여전히 위험 최소화 중심의 정태적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핵심 규제 영역에서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학습 데이터 확보·품질 관리 단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산업기밀 보호 등 데이터 관련 규제 해석의 불명확성과 제도적 기반 미비로 인해 데이터 활용 범위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산업별로 생성되는 원천데이터는 비정형성이 강한 반면, 공공데이터는 행정 목적 중심으로 구축되어 AI 학습 수요와의 정합성이 낮아, 학습에 적합한 고품질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축적·공급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 정제·가공·라벨링·품질 관리는 AI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과정임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제도와 인프라는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동일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전처리하거나, 불확실한 규제 해석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부담이 AI 프로젝트의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공공 및 민간 데이터 통합·표준·공유 단계’에서는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가 생성 목적과 관리체계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상이해, 데이터 결합을 위해 추가적인 정합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통합 표준과 운영 기준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데이터 표준과 메타데이터 체계의 미비로 인해 데이터의 검색·해석·재사용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으며, 데이터 가치 평가 기준과 책임 분담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기관과 기업 모두 데이터 공유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사일로 현상이 심화되고, 데이터 결합·공유 절차와 거버넌스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면서 부처·기관·기업 간 협업이 지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서비스 모델링·위험관리 및 거버넌스 단계’에서는 AI 서비스가 학습데이터의 출처와 생성·판단 과정에 대한 관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통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함에도, 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와 절차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개인정보와 기밀정보가 비의도적으로 재노출될 위험이 서비스 운영 단계에서 현실적인 관리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AI 판단·생성 과정의 불투명성은 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과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금융·교통 등 산업별 규제와 AI 관련 규제가 운영 단계에서 중첩 적용되면서, 동일한 AI 서비스임에도 분야별로 상이한 기준이 요구되는 등 일관된 거버넌스 적용이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AI 데이터 생태계를 전주기 관점에서 재정비하기 위한 단계별 개선방향을 제언했다. 먼저 ‘AI 학습 데이터 확보·품질 관리 단계’에서는 AI 학습 수요를 전제로 한 데이터 생산·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의 AI 학습 목적 정밀화･표준화 체계 구축, ▲산업별 비정형데이터 생산–정제–구조화 전주기 체계 마련, ▲민간 원천데이터 축적 인센티브 및 지원 강화, ▲AI 학습 목적 개인정보･저작권 규제의 합리화･예측가능성 제고, ▲국가 메타데이터･품질관리 표준 및 비식별화 기준 고도화 등을 제안했다.

  ‘공공 및 민간 데이터 통합·표준·공유 단계’에서는 데이터 결합과 활용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가 단위 공공–민간 공동 데이터 표준체계 확립, ▲산업･행정･도메인 간 구조･코드체계 정비, ▲FAIR 원칙 기반 국가 메타데이터 규범 구축, ▲데이터 가치평가 모형 및 거래･보상 규범 제도화, ▲데이터 결합･공유 절차 일원화 및 기관 역할 재배치, ▲안전성과 활용성을 균형 있게 보장하는 분석･반출 환경 개선 등을 제시했다.

  ‘AI 서비스 모델링·위험관리 및 거버넌스 단계’에서는 신뢰 가능한 AI 서비스 확산을 위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AI 생성물의 법적 성격 규정 및 책임 귀속체계 정립, ▲데이터–모델–생성물 계보추적체계 구축, ▲생성물 출처 표시 및 위험 판단 기준 제도화, ▲설명가능성 중심의 책임성･투명성 확보 체계 고도화, ▲위험기반 AI 서비스 분류 및 단계별 검증･평가 도입, ▲AI 특화 분쟁조정･사후구제 체계 전문화, ▲부처 간 규제 조정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여영준 부연구위원은 “AI 기술 역량과 정책적 관심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데이터의 생산–학습–활용–서비스–위험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구조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 서비스가 순환적으로 연결되는 AI 생태계 구조를 제도 설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 활용 범위와 결합·공유 요건, 서비스 운영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고 산업 현장의 AI 활용이 제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 부연구위원은 “규제 완화를 넘어 AI 데이터 전주기를 관통하는 제도 정렬과 예측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와 AI 생태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