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국회미래연구원 메인페이지
  • 연구

페이지 인쇄하기
(연구보고서 제26-02호)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 돌봄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연구보고서 제26-02호)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 돌봄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 연구책임자

    이채정

  • 연구진

  • 발간일

    2026-04-16

  • 조회수

    60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 인구는 급격한 고령화와 중증화를 겪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등록장애인은 263만여 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5.1%를 차지하며, 이 중 65세 이상 비율이 55.3%에 달해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특히 1,524개 거주시설에 머물고 있는 약 2만 7천 명 중 96.5%가 중증 장애인이며, 지적장애(77.9%)와 뇌병변장애(11.3%)가 약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24.3년이며, 82.0%가 상시 약물 복용이 필요한 고도의 의료적 개입 대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적 대안 인프라 없이 추진되는 기계적인 시설 퇴소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 부담을 고령 부모에게 전가하는 ‘노노(老老)돌봄’ 위기를 심화시키고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탈시설 정책을 둘러싸고 당사자 단체는 ‘전면 탈시설화를 통한 주거 선택권 회복’을 주장하는 반면, 부모 단체는 ‘의료·돌봄 인프라 부재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며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갈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과거 탈시설 운동을 이끈 주체(인지적 자기결정권이 있는 지체장애인 중심)와 현재 시설 거주인(의사소통과 사회적응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 80% 이상) 간의 특성 불일치를 지목했다. 또한, 전국 거주시설 대다수가 사회복지법인(45.3%)과 개인 운영(13.9%) 등 민간에 편중되어 있어 단일 행정명령만으로 시설 폐쇄를 강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탈시설을 선도적으로 이행한 스웨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복지국가의 정책 경로를 횡단적으로 비교·분석했다. 스웨덴은 강력한 입법 주도하에 특정장애인지원법(LSS)을 도입, 시설 운영자에게 포괄적으로 교부되던 예산을 당사자의 보편적 권리 기반 대인 지원 예산으로 전환해 소비자의 실질적 통제권을 보장했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의 옴스테드(Olmstead) 판결을 기점으로, MFP(Money Follows the Person)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재정(메디케이드)이 당사자의 지역사회 거주지 이동 경로를 직접 따라가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독립 거주가 위험할 수 있는 최중증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집중 요양시설(ICF/IID) 체계는 여전히 공적 재정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 무리한 전면 폐쇄의 부작용을 완화했다. 영국은 개인건강예산(PHB)을 전면 도입하는 한편,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집중지원팀(IST)을 지역사회에 파견해 의료 및 행동 위기 개입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다원주의 모델을 확립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은 획일적인 시설 철폐에 매몰되지 않고, 당사자의 장애 정도와 돌봄 요구도에 맞춘 ‘연속적 돌봄(Continuum of Care)’ 체계 구축과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재정 전환에 있었다.

  보고서는 국외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2027년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형 탈시설 정책의 세 가지 핵심 대안을 제시했다. 성공적인 다원적 접근을 위해 중앙정부는 법제화와 예산 확보를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지역 맞춤 서비스를 실행하는 역할 분담 방안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는 공공재정이 당사자의 거주지 이동을 따라가는 MFP(Money Follows the Person) 프로그램과 지자체 포괄보조금(Block Grant) 도입, 2027년 55% 목표 관리,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이행 감독을 맡는다. 한편, 지방정부는 집중지원팀(IST)과 개인건강예산(PHB) 운영, 무장애(Barrier-free) 환경 확충,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Trans-institutionalization)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설 중심의 예산 구조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3단계 재정 전환 로드맵’과 ‘개인예산제’의 결합이다. 구체적으로 ▲신규 입소 제한 및 초기 정착 인센티브 강화(1단계), ▲예산이 거주인의 이동을 따라가는 한국형 MFP(회계 분리) 도입(2단계), ▲기존 대규모 시설의 지역사회 서비스 허브로의 기능 전환 및 운영비 감축(3단계)을 통해 공공재정을 지역사회 자립 계정으로 유연하게 이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둘째, 대안적 주거 모델이 기존 시설의 억압적 규율을 답습하는 ‘변형된 시설화’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거(임대차) 계약과 돌봄 서비스 계약의 엄격한 분리’를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중증 장애인이 주거 상실의 두려움 없이 서비스 제공 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상 통제권과 소비자 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하향식(Top-down) 퇴소 목표 할당을 폐지하고, 17개 광역지자체 단위의 현장 밀착형 세부 실행계획 수립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는 현행 일률적 5:5 국고보조 매칭 방식이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른 인프라 격차를 야기한다고 지적하며, 지자체별 재정 여건과 거주시설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매칭 비율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중앙정부는 거시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선제적 재원조달을 책임지고 시설 예산을 지역사회 자립 계정으로 이관할 수 있는 예산 전용 특례를 법제화하는 한편, 지방정부는 관할 지역의 주거·돌봄 자원 실태에 기반한 현장 밀착형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리한 시설 퇴소로 인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자나 소수 전문가에 의한 일방적 ‘대리결정’을 지양하고, 다층적 평가 기구를 통해 당사자의 비언어적 선호까지 최대한 반영하는 ‘지원된 의사결정’ 체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시설 중심 체제가 안고 있던 인권 침해와 사회적 분리 문제는 극복되어야 하지만, 그 해법은 일률적 폐쇄가 아닌 장애 정도에 맞춘 다원적 주거 선택권 보장에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