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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제26-12호) 국제질서의 전환과 아세안(ASEAN)

연구보고서

(연구보고서 제26-12호) 국제질서의 전환과 아세안(ASEAN)

  • 연구책임자

    박성준

  • 연구진

  • 발간일

    2026-06-25

  • 조회수

    24

요약

  본 보고서는 2020~2023년 기간 아세안이 글로벌 수출에서 핵심광물의 약 26%, 반도체 23%, 소비자 전자기기 17%, 자동차 7%를 차지하며 주요 생산·수출 거점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아세안의 역내 무역 비중은 장기적으로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아세안이 하나의 완결된 시장이라기보다, 중국산 중간재를 가공·조립해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커넥터 경제’의 성격을 띤다고 지적했다. 특히 FDI 유입은 수출을 늘리는 전방연계 효과와 중국산 투입재 수입을 확대하는 후방연계 효과를 동시에 가져, 아세안의 부상이 중국 의존도 완화와 중국 공급망의 역외 확장을 함께 의미하는 복합적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세안이 ‘AEC 전략계획 2026-2030’을 통해 6대 전략목표와 44개 세부목표, 192개 전략조치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세안 상품무역협정(ATIGA) 하에서 약 98.86%의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등 제도적 통합이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경제협정(DEFA)도 데이터 이동·전자상거래·사이버보안 등 디지털경제 통합의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세안 회원국 간 경제력과 산업구조, 제도 수준, 정치체제의 차이가 유럽연합과 달리 크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보고서는 각종 국제 지수와 설문 자료 등을 종합하면 아세안을 고정된 친미·친중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필리핀·베트남은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크고,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는 중국과의 연계가 강한 반면,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은 어느 한쪽에 편승하기보다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는 헤징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對)아세안 전략도 아세안을 단일 시장으로 상정하기보다 국가별 산업역량과 제도 여건을 구분해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대외 리스크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아세안 주요국과 양자 무역합의를 추진하면서 시장개방과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요구하고,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와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조사·조치가 아세안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기업의 우회수출 리스크를 키우고 있으며, 일부 합의에는 제3국과의 FTA가 미국 이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합의를 종료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돼, 아세안의 전략적 자율성과 역내 통상질서에 부담이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전기차·태양광·철강·섬유 수출 확대가 현지 제조업 기반과 고용을 위협하는 ‘제2의 차이나쇼크’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의 경우 대(對)아세안 수출이 대미·대중 수출에 이어 비슷한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반도체·석유제품 등 중간재와 지역적으로 베트남에 편중되어 있어 공급망 안정성과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배터리·전기차 생산체제 구축,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철강·핵심소재 협력 등을 단순 생산기지 이전을 넘어 현지 공급업체 육성과 기술파급, 인력양성으로 협력의 질을 높여야 할 사례로 들었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아세안 협력이 ‘탈(脫)중국’이라는 단선적 목표를 넘어 중국 의존도 완화, 생산거점 다층화, 현지 부가가치 제고, 규칙 기반 협력 확대를 함께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베트남의 단순 조립을 부품 다변화·연구개발로 고도화하고, ▲말레이시아·싱가포르와는 반도체 후공정·디지털 통상규범에서, ▲인도네시아·태국과는 배터리·전기차 공급망에서 협력하고, ▲전력망·인프라·녹색전환 분야를 포함하는 국가별·산업별 맞춤 전략을 제시했다. 아울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누적원산지 규정을 활용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높은 수준의 규범 협력 기준점으로 삼는 한편, FORGE·Pax Silica 등 미국 주도 공급망 이니셔티브에는 핵심광물·반도체 협력 기회를 살리되 아세안에 진영 편입 압력이 되지 않도록 실용적 의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한-아세안 경제협력의 핵심 축 제도화, ▲표준 인증·디지털 통관·전자원산지증명 등 통상·규제 협력의 실질화, ▲공적개발원조(ODA)·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개발·정책금융을 산업협력과 연계해 인력양성·제도역량 강화까지 포괄하는 패키지형 협력모델 구축, ▲우회수출 조사 등에 대한 기업 리스크 관리 지원, ▲아세안의 전략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협력 프레임 구축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