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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첨단바이오 R&D의 특화 전략

연구보고서

AI 기반 첨단바이오 R&D의 특화 전략

  • 연구책임자

    유희수

  • 연구진

  • 발간일

    2026-10-14

  • 조회수

    9

요약

  본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 합성 방식이 신약개발의 중심이던 시기에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사실상 경쟁력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신약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특허가 만료된 합성의약품을 복제해 생산하는 영세한 제조업체가 다수였고, 기업 간 경쟁도 영업력에서 갈렸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 위험을 감당할 자본과 역량을 갖춘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구도는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료 이후 신약개발의 중심이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바이오의약품은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만들 때도 정밀한 공정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이 반도체·이차전지 등에서 쌓아온 국내 산업의 노하우와 맞닿으면서 국내 기업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서 세계적 수준의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됐다. 신약개발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여러 신약에 반복해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발굴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약산업에 처음으로 경쟁력이라 부를 만한 것이 생긴 것이다. 보고서는 AI 시대를 바이오 시대가 마련한 경쟁력의 토대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새로운 기회로 규정했다.

AI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속도를 크게 높였지만, 사람의 몸과 물리적 설비를 다루는 임상시험과 대규모 생산은 같은 속도로 빨라지기 어렵다. 이 속도 차이가 벌어질수록 임상과 생산이라는 병목에 걸려 사업화를 기다리는 후보물질이 늘어난다. 보고서는 발견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우리나라가 이 병목에 어떻게 대응해 새로 갖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지를 문제의식으로 삼았다.

보고서는 AI 시대에 미국·중국·유럽이 이 병목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 자본이 AI 신약 발굴을 이끈다. 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AI와 동물실험 대체 방법으로 만든 자료를 허가 심사에 쓸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하며 임상 단계의 부담도 줄이고 있다. 한편, 중국은 국가 자금과 정책을 신약 발굴부터 임상시험, 생산까지 투입해 전 과정을 자국 안에서 해결하려 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런 방식을 뒷받침할 자본과 정책 수단을 갖췄다. 반면 유럽은 대형 제약사와 위탁생산·기술이전 전문기업이 역할을 나눠 맡는다. 인구와 내수 시장이 미국·중국보다 훨씬 작은 스위스의 론자는 위탁생산에만 집중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다만 유럽에서 AI를 활용한 신약 발굴은 대형 제약사가 개별 계약을 맺는 수준에서 이제 막 시작됐다. 방식은 달라도 세 나라 모두 AI를 신약 발굴에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임상과 생산 단계까지 실제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신약개발과 바이오제조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신약개발은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발굴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고, 임상시험과 상업화는 해외 파트너가 맡는 방식이다. 알테오젠 등이 플랫폼 기술을 여러 글로벌 제약사에 반복해 이전하며 성과를 냈지만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다. AI 활용은 일부 기업의 도입과 국가 차원의 공동 연구 인프라 구축이 시작된 수준에 머문다. 임상 단계에서 국내 기업이 AI를 직접 적용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바이오제조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의 공정개발과 대규모 생산을 국내 기업이 맡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으로 두는 등 대규모 생산 역량과 고객 기반을 이미 갖췄다. 반면 AI와 디지털 기술을 생산 공정에 결합하는 시도는 일부 선도기업에서 막 시작됐고, 적용 범위도 글로벌 선도기업보다 좁다. 결국 두 영역 모두 이미 경쟁력을 쌓은 구간에 AI를 결합하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보고서는 두 영역 모두 지금의 강점에 AI를 제대로 접목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약개발은 AI 투자가 새로운 후보물질과 기술을 찾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아울러 핵심 기술의 경쟁력이 특허 분쟁이나 특허 기간 만료로 약해질 수 있는 만큼 뒤를 이을 기술도 계속 확보해야 한다. 바이오제조는 AI와 자동화를 생산 현장에 더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 생물보안법 같은 공급망 변화가 곧바로 국내 기업의 수주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미 다른 곳에서 생산 중인 물량은 쉽게 옮겨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생산을 맡길 곳이 정해지지 않은 개발 중인 신약을 미리 확보해 장기 생산 계약으로 이어가는 것이 실질적인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신약개발에서는 정부가 구축 중인 공동 AI 연구 인프라를 중소 바이오벤처와 연구자에게 열어 주되 기업의 연구데이터와 영업비밀은 보호할 것을 제안했다. 성과도 이용 실적이 아니라 새로운 후보물질·기술의 발굴과 민간투자·기술이전으로 이어졌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정책금융은 새 펀드를 만들기보다 기존 수단을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게 활용하고, 투자 판단은 민간 운용사가 맡되 정부 자금은 초기 위험을 나눠 민간 후속투자를 이끄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둘째, 바이오제조에서는 기존 스마트공장 지원사업과 연결해 중소·중견 기업의 AI 도입을 규모와 공정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돕고, AI를 생산공정뿐 아니라 새 제품의 생산 가능성 사전 검증과 공장 간 기술이전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유럽 등 해외 규제기관과 제조·품질관리 실사 정보를 교환하고 규제 대응을 지원해 글로벌 사업화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성과는 AI를 도입한 기업 수가 아니라 생산기간 단축·생산성 향상·품질 편차 감소 같은 실제 공정 개선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일부 기업에 머문 성과가 더 많은 기업에서 반복될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산업단체를 중심으로 공개된 국내외 기술이전·위탁생산 사례와 계약 구조를 정리하고 전문가 자문과 연결해, 해외 계약 경험이 부족한 중소 바이오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성장 단계를 넘어갈 때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앞선 지원의 성과를 후속 사업에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상시험 단계를 해외 파트너에 의존하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대신 수행하는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의 AI 활용 역량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희수 연구위원은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구간에 집중하면서 필요한 자본·기술·생산·사업화 역량과 연결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과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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