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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농업과 토지이용의 변혁, 탄소중립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작성일 : 2021-03-09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농업과 토지이용의 변혁,

탄소중립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글. 박훈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 2021. 03. 09.


농업과 토지이용의 변혁, 탄소중립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독일 정부가 위촉한 환경 분야 학자 7인으로 구성된 환경자문위원회가 작년에 펴낸 환경보고서에서 독일의 탄소예산을 추산했다. 늘 하던 일이지만 이번 탄소예산이 특별한 것은 독일이 파리협정의 지구온난화 1.5°C 이내 억제 목표에 맞도록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나라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LT-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를 제출해야 하므로 독일의 기후중립 탄소예산은 그 목표가 남달리 과감할 뿐 그렇게 새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고서의 표하나가 눈에 띄었다. 독일의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요약했는데, 독일의 2017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LULUCF[Land-Use, Land Use Change and Forestry, 토지이용, 토지이용변화 및 임업] 제외)이 9억4백만 일산화탄소 상당량 톤인데 2050년에는 4400만 톤으로 약 95% 감소한다. 학자들이 마지막까지 배출량을 없애기 힘들다고 판단한 부문은 농업(2700만 톤), 산업(1400만 톤), 폐기물·폐수관리(3백만 톤)였다. 농업 부문은 2017년 독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200만 톤)를 차지했지만, 2050년에는 62%를 차지하는 최다배출 부문이 된다. 남는 5%는 배출흡수(negative emissions)를 통해 상쇄한다고 한다. 


여기서 농업이 왜 그렇게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려운지, 그리고 배출흡수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세계적으로 보면 농업 부문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는 축산용 반추동물의 장내 발효에서 나오는 메탄이다. 그다음은 농경지·초지(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와 벼재배(메탄)가 각각 장내 발효의 1/3 남짓을 차지한다. 즉, 사람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리가 육식을 포기하고 쌀을 다른 곡류로 대체하기 전에는 농업 부문의 배출량을 영으로 만들기 매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앞서 언급한,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라고도 부르는 배출흡수다. 지금 주로 논의되는 배출흡수 방법에는 신규조림과 재조림, 바이오차(biochar), 토양탄소저장, 해양 시비(ocean fertilization), 광물-이산화탄소 결합(enhanced weathering), 각종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 화석연료 CCS, 바이오에너지 CCS, 직접공기포집 CCS 등) 등이 있다. 


우선 CCS는 기초연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2050년까지 실용화하기 어려워서 실제 흡수량은 미미할 것이다. 포항에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물 때문에 인공 지진이 나서 피해가 컸기 때문에,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육지나 해양의 지중 공간도 주민 수용성 문제로 앞으로 상당 기간은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양 시비와 광물-이산화탄소 결합도 아직 기술 발전이 초기 단계여서, 2050년보다는 2100년까지의 배출흡수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광물-이산화탄소 결합은 비용도 CCS보다 훨씬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배출흡수 방법 중 2050년까지의 로드맵에 실제로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은 신규조림과 재조림, 바이오차(biochar), 토양탄소저장 정도로 보인다. 신규조림과 재조림은 최근의 한 연구에서 2050년까지 매년 최대 3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산림 바이오매스에 포집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연구는 바이오차로 매년 최대 20억 톤, 토양탄소저장으로 최대 50억 톤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8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30억 톤이었으니, 희망 섞인 계산이지만 이 세 가지 배출흡수 방법만으로 연간 배출량의 1/4을 제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배출흡수 방법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 


신규조림과 재조림은 이미 정부의 계획이 나왔다. 지난 1월 20일 산림청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초안을 공개했는데, 2050년까지 우리나라에 나무 27억 그루를 심어서 이산화탄소 2300만 톤을 흡수·저장(조림과 숲 가꾸기로 2060만 톤, 섬·유휴토지·도시 숲·정원 조림으로 30만 톤, 산림생태계 복원[산지 전용 감소 포함]으로 10만 톤을 흡수하고, 국산 목재 이용[목조 건축, 목재 제품 확대]으로 200만 톤을 저장)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2018년 농업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농업 부문 + 농경지) 2500만 톤에 근접하지만, 1년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 7억2800만 일산화탄소 상당량 톤)과 비교하면 3%를 약간 넘기는 수준이다. 농업 부문 다음으로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산업 부문을 고려하면 훨씬 더 과감한 배출흡수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2020년에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연평균 88.3km² 감소했다. 신도시·산업단지 개발, 축산용지 전용, 도로 건설 등으로 약 7년마다 서울시 전체 면적만큼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다. 목재나 식물 잔재물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하여 만든 유기물과 숯의 중간 단계 물질로서, 바이오차를 토양에 섞으면 장기간에 걸쳐 탄소를 저장(100년 후에도 탄소를 90% 이상 유지)하는 효과가 있고, 토질도 개선해 준다. 앞서 소개했듯이, 세계적으로는 바이오차의 탄소흡수 잠재량이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농업 부문에서 토양환경 개선을 위한 신기술 연구 사례로 인용되는 수준이다. 신규조림·재조림 사업에서 나오는 유용성이 적은 바이오매스는 바이오차로 변환할 수 있기 때문에, 배출흡수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겠다.  


토양탄소저장은 세계적으로 신규조림/재조림보다 탄소흡수 잠재량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저장량이 감소 추세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보고서는 우리나라 농경지(2014년 기준 16,650km²)에서만 20년간(1994~2014년) 유실된 토양유기탄소의 양이 이산화탄소를 440만 톤 배출한 것과 같다고 추정했다. 다른 목적의 국토에서도 상당량의 토양탄소가 유실되었을 것이다. 2019년에 나온 IPCC의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밀집 지역과 촌락을 포함하여 전 세계 육지의 60% 정도에서 토양유기탄소 증진 사업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농경지(통계에 따라 남한의 약 17~20%)뿐만 아니라 전 국토에서 토양유기탄소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겠다. 우선 산림과 농경지의 전용을 막고, 토양의 유기물 유실을 막고 오히려 증진하기 위한 산림관리·농업을 강화해야 하겠다. 단기적으로는 농림업 생산량이 감소할 수도 있는데, 작년부터 시행한 생태계 서비스지불제와 비슷한 토양탄소보전지불제를 도입해서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미국은 벌써 토양탄소를 보전하는 농민에게 농무부 산하 상품신용공사(Commodity Credit Corporation, CCC)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날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르면 2023년 도입 예정)과 같이 날로 커지는 환경무역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도 우리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이나 북한에서 탄소흡수 사업을 하고 그중 일부(절반 정도)를 우리나라의 상쇄배출권으로 인정받으려는 정부 계획도 있는데, 그 나라들도 모두 파리협정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국제정세의 앞날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우선 우리 국토의 탄소저장량을 최대화할 방법부터 실천해야 한다.  


작년 말 발표한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는 모든 중앙부처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아마 부처 대부분은 담당하는 분야의 온실가스를 30년 안에 완전히 감축하는 경로를 짜기에도 1년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달성해야 할 목표라면, 모든 부처는 독일 같은 기술 선진국도 마지막까지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배출량 영점화 이상의 노력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 소개한 산림청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교통·물류 혁신, 산업구조 등의 변화를 조율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박훈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사)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