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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위한 산업정책 제언

작성일 : 2021-03-2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위한 산업정책 제언

김인철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2021. 03. 23.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위한 산업정책 제언


2021년 초 현재 한국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크고 시급한 위기 요인은 코로나19라는 데에 대부분 국민, 기업, 정책 당국자가 동의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을 극히 꺼리게 되면서 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거의 모든 산업 활동이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과 의료진의 협조와 노력으로 초기 대응에 성공했으나, 작년 11월부터 3차 확산이 진행되면서 그만큼 경기 회복은 늦춰지고 국민과 기업의 고통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직접적인 문제들과 대내외 충격으로부터 파급되는 간접적인 문제들이 시간이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있고, 그로 인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산업이 지니고 있던 생산성, 경쟁력, 산업전환 등 구조적 문제들은 더욱 풀기 어려워지고 있다. 


단,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대응할 백신이 다수 개발되고 일부 국가에서 실제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산업 측면에서는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과제가 제기될 것이다. 즉, 단기적으로 경기를 복구하고 그간의 위기 대응 정책을 정상화하며,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지속 가능한 산업발전 경로로의 진입이 핵심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 산업 활동 여건이 크게 변화한 점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이번 기회를 코로나19 이전 우리 산업에 존재하던 구조적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는 계기로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하고,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닌 그 이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중요한 여건 변화로 디지털(digital)화와 그린(green)화를 꼽을 수 있다. 세계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연이어 겪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얻은 인식은 첫째 선호와 소비방식, 생산방식이 급격히 디지털, 그린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 둘째 디지털 기술이 경제·산업·사회의 문제 해결에 매우 실제적인 방안이라는 점, 셋째 양극화 완화가 사회 발전과 통합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점, 넷째 친환경·저탄소로의 전환 없이는 건강, 보건, 안전,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계속해서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전환이 크게 중요해졌고 더 나은 환경과 보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늘어났다. 


디지털과 그린의 가속화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산업과 정책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전망이다. 미국, 일본, 독일, EU,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은 국가 발전전략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 확보와 저탄소 경제 이행을 최상위 목표로 삼고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국가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각국 산업정책의 주된 목표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국가 전략에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2020년 7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가 주축이 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국비 114조 원, 총액 160조 원을 투입하여 디지털 혁신, 친환경·저탄소 전환, 포용국가 기반 수립을 목표로 하는 대단위의 국가 대전환 혁신 프로젝트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주요 축을 안전망 강화가 뒷받침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올해 초 2021년을 성과 실현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재정 투자, 법제도 개선, 금융 지원 방안 등 실행계획도 발표하였다.  


디지털화와 그린화가 우리나라 경제산업이 지향해야 할 주된 방향임은 분명하다. 한국판 뉴딜은 글로벌 추세를 어쩔 수 없이 추종해야 한다는 소극적 대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그린을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파악하고 산업전환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국가 차원의 시도로서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화와 그린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미래 산업발전 수준과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내용이 우리나라 경제산업의 디지털화와 그린화를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안을 담고 있는가 여부는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뉴딜은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전략 중에 하나이며 대내외 상황이나 여건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을 적절히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이 제시하는 미래상과는 별도로, 한국판 뉴딜의 실제 실행 과정에는 많은 불확실성과 난관이 존재할 것이다. 다양한 대내외 요인 변화와 수정·보완 필요성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산업 경쟁력이나 미래 산업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판 뉴딜이 우리나라 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실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판 뉴딜의 요체는 정부가 디지털화나 그린화의 대상 분야를 선별하고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미래 산업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디지털, 그린 분야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산업의 전체 구조와 실행 방식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이니셔티브도 중요하나, 기업과 민간 부문의 적극적 역할과 기여가 결정적 관건이 될 것이다.  


둘째, 한국판 뉴딜 실행 과정에서 물적, 인적, 사회적 자원이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장기에 걸쳐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국가 발전전략인 만큼 관련 정책의 기획, 입안, 수행, 평가, 개선 등 전체 과정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원의 비효율과 기대 이하의 성과를 피하기 어렵다.  


셋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서 제시한 분야의 발전은 단순히 수치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산업의 생태계 강화와 경쟁력 향상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산업 생태계의 디지털화 및 그린화를 통해 개별 기업과 산업이 참여하는 가치사슬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즉, 제품이나 공정 분야의 혁신을 넘어 가치사슬 상에 고부가가치 기능으로 이동하거나(기능 혁신) 새로운 제품·서비스 시장에 들어가거나(채널 혁신) 완전히 새로운 가치사슬로 진입하는(부문 혁신) 방식의 상향 전환을 강력히 지향해야 한다.  


넷째, 과거 미국의 뉴딜처럼 한국판 뉴딜도 경제산업 구조 변화를 위한 “새로운 약속(New Deal)”이므로 실행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의견 수렴과 컨센서스, 그리고 갈등 완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 진행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나 고용 양극화 문제, 저탄소 전환과 안전망 강화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나 비용 분담 문제 등은 사회 불균형과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므로 제도 변경과 부담 배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어 잠재적 문제와 갈등을 미연에 최소화해야 바람직하다.  


다섯째, 포스트 코로나 시기 경제산업 각 부문의 구조조정과 구조전환 그리고 코로나19 초기에 실행했던 위기 대응 정책의 정상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경제 체제의 건강성과 구조 안정성은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가 높고 산업발전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확대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통해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을 축소하고, 경제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미래를 위한 혁신 촉진과 경쟁력 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혁신은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존 산업이든 신산업이든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므로 획기적 규제개혁으로 혁신 기반을 확장하고 효율적인 투자 인센티브 마련과 시장 메카니즘 확장으로 디지털과 그린 분야로 자원 이동을 강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前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자문관
美 Texas A&M University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