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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청년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작성일 : 2021-08-25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칼럼] 청년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최진호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최근 한국사회의 핫 이슈 중 하나는 '청년'이다.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지 못한 채 사회에 별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다가 지난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그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의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는가 하면 20대 중반의 청년이 1급 비서관에 임명돼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금 한국 청년세대의 삶은 여러 면에서 매우 힘들다. 이들은 과거 같으면 학교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찾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졸업 후 2, 3년간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점차 일상이 돼 가고 있다. 2020년 고용통계에서 총 79만1000명이 취업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연령별로는 구분돼 있지 않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청년층일 것으로 추측된다.


청년세대의 좌절은 그들의 결혼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20년 사회조사결과에 의하면 20대 청년 중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52.0%로 드러나 절반 이상이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구상의 모든 사회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유지되고 발전했다. 만약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더 지속되면 한국에서 평생 비혼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 그 비율이 2037년에는 50세가 되는 인구 중 남자는 31.6%, 여자는 21.6% 에 달할 전망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남성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서고 여성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어려워서다. 2020년 고용통계는 현재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한 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2.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p) 감소했다. 공식적인 청년층 실업률은 9%로 발표되지만 여기에 '아무 일도 안했음'과 '취업 준비중'인 청년까지 합하면 현실의 실업률은 25%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고, 일을 통해 많은 성취를 얻을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모든 사람이 다 일하기 원한다. 중년 이후의 보통 사람들에게 행복의 조건을 질문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건강, 가족, 일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청년은 원하는 일을 갖지 못해 가족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가 되면서 점점 더 행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요즈음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찾기 힘들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예전에 비해 낮아졌고,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한국만의 독특한 원인도 있다. 즉 지나치게 높은 한국인의 교육열로 인해 고학력자들이 오히려 일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 일의 수행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수준이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높은 교육수준과 훈련이 필요한 일자리 수는 적고 거꾸로 교육수준이 낮아도 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많아서 이 둘의 관계는 피라미드 모양이다.


한국은 한때 2008년에 83.8%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상급학교로 진학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2019년 현재 25~3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한국이 69.8%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5.0% 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지금 한국은 과거 지나치게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로 인해 고등교육 이수자와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극에 달해 있다. 따라서 많은 대졸자들이 취업재수생이 되거나, 자발적으로 아무 일도 안 하거나, 아니면 학력을 낮춰 취업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변화의 거대한 쓰나미 앞에서 자칫하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만약 지금처럼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으로, 그리고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미만으로 오래 지속되면 30년 뒤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짊어져야 할 높은 부양 부담 때문에 사회 유지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국가 지속가능성의 출발은 그 성원을 재생산하는 일인데 한국은 이 기본적인 요건에서 실패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청년세대의 손에 있고, 그래서 한국의 미래는 전적으로 청년세대에 달려 있다. 청년세대가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국가는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이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 왔던 부분적이고 미온적인 정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 사회를 대대적으로 개조한다는 생각으로 구조적인 대 변혁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취업구조를 개선해 청년세대가 갖기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주로 민간 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모든 부문에서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 내지 철폐해서 기업을 적극 도와 줘야 한다. 과거 아일랜드가 유럽 국가 중에서 낙후돼 있을 때 국가의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 노조가 대타협을 이끌어 낸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도왔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해 기업이 얻은 많은 이윤을 일자리를 확충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또 고용구조도 개선해 현재 임금근로자의 약 3분의 1 가량인 비정규직도 점차 줄여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동시에 현재 점차 벌어지고 있는 학력과 기업규모, 그리고 성별 간의 임금격차를 축소시켜 청년세대의 일자리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현재 대기업은 구직자가 넘쳐 나는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시정해야 한다. 또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는 고학력화로 인한 자발적 실업의 만연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1등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자리의 창출과 더불어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계층 간 상향이동이 용이하도록 사회이동의 통로를 넓혀주는 일이다. 지금 청년세대의 부모 세대는 한국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많은 계층이동을 경험하였고 청년세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계층이 고착화돼가고 있어 청년세대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기'를 거의 기대할 수 없고 심지어는 사교육의 만연으로 계층 간의 학력 격차도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것이 바로 청년세대가 '공정' 과 '정의', 또 '능력' 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다.


위에서 언급한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격차 해소, 그리고 사회적 이동의 활성화는 사회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문제로서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인 전환은 청년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 내야 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기성세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최진호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현) 경기도 인구정책조정위원회 위원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주대학교 대학원장
한국인구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