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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코로나바이러스·중국·기후변화' 3C의 위기를 넘어서

작성일 : 2021-11-0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코로나바이러스·중국·기후변화' 3C의 위기를 넘어서


우리는 바야흐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향후 10년의 시작점에 서 있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의 9월 11일 뉴욕 동시 테러 사건은 그로부터 꼭 20년이 흐른 2021년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9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간의 분쟁을 끝냈다. 우리는 끊임없는 전쟁의 시대에서 끊임없는 외교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는 BC(Before 9·11위기)에서 AC(After 9·11위기)로 역사의 치차(輜車)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 포럼)에서 선언한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AI(인공지능) 혁명으로 수렴되고 있으며, 2019년 12월에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곧바로 팬데믹으로 발전해 계속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시대의 변화 속도는 BC의 20년이 AC에선 10년으로 빨라질 듯 싶다.


지난 20년은 ‘디지털 캠브리아기(紀)’였다. 약 5억년전 지구상에 나타난 캠브리아기때 생물의 종류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어느 시기보다 다양한 생태계를 갖게 되었다. 소위 ‘캠브리아 폭발’이다. 이 때는 지표에 도달하는 햇빛이 증가하면서 생물들이 눈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생물학자 앤드류 파커는 저서 ‘눈의 탄생’에서 눈을 확보한 생물은 눈을 갖지 못한 생물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포식되는 생물들은 눈을 갖도록 진화했거나 포식되기 어렵게 딱딱한 껍질로 몸을 둘러쌌다. 이 시기에 화석이 늘어난 이유다.


요컨대 캠브리아기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한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은 캠브리아기의 모습이다. IT 제1세대인 마이크로소프트(1975년 설립)와 애플(1976년) 과 제2세대인 아마존닷컴(1994년), 구글(알파벳 자회사, 1998년)이 지난 20년 사이에 지수함수적 성장을 이룩했다. 1997년에 설립된 비디오임대업체인 넷플릭스는 진화를 거듭하며 ‘구독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2004년)과 트위터(2006년)가 등장했다.


2005년 설립된 세계 최대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는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 이후 인스타그램( 2010년 설립,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과 비영리 메신저인 텔레그램(2013년)이 등장했다. 2011년에 출발한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 테크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고속대용량 통신기술의 혁신과 이를 배경으로 한 인터넷 인구의 증가가 있다.


특히 애플이 2007년에 시판한 스마트폰(아이폰)은 글로벌 디지털 시대를 여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었다. 이에 앞서 애플은 2001년 11월 중국의 WTO 가입에 힘입어 중국을 중심으로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세계로 펼쳤다. 애플은 2001년에 운용이 시작된 통신 규격 ‘3G’를 ‘아이폰’으로 선도한다. 중국은 애플의 공급망 확대에 편승해 자본재로부터 소비재까지 모든 상품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중국 테크기업들의 세계무대 대두가 괄목할만하게 이뤄졌다.


미국 시스코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세계인구의 66%(3명중 2명)에 해당하는 53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5G가 전 세계 모바일의 10%를 차지할 만큼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피터 디아만디스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과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코틀러가 지은 ‘컨버전스 2030’(2020.3) 은 모든 것이 ‘가속’하는 2030년의 세계를 대비하라고 했다. 기술융합으로 대변화는 예측보다 일찍 올 것이다. AI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차, 유전자편집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관여하는 분야는 너무 넓어졌다. 벌써 소매, 광고, 엔터테인먼트, 교통, 교육, 의료, 장수, 금융, 부동산, 환경 등 산업분야에서의 격변이 목격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등의 불확실성 고조, 선진국 경제의 장기 정체 (저금리 ,저성장, 저인플레)와 격차확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 기술의 진전, 지정학ㆍ지경학 리스크 등으로 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SNS상에서의 현저한 분절과 격차, 팬데믹은 지구도 사람도 함께 피폐화시키고 있다. 지금부터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처방전에 대한 각국의 모색이 한창이다.


지난 9월 23일자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누계 감염자는 세계에서 2억3000만명, 사망자는 471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횟수는 세계 200개국·지역에서 누계 60억338만회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세계인구 78억7500만명의 76%가 백신을 맞았다는 것이지만 나라마다 격차가 심해 백신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분단된 양상이다.


지난 9월 22일 세계 각국 정상과 국제기관 수장 100 여명이 참여한 유엔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 온라인 회의에서 정상들은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세계 인구의 40%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또한 내년 9월의 차기 유엔총회까지 세계 인구의 70%에 백신 접종을 완료시키는 것과 각국의 공중보건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립하는 것 등에 합의했다.


미국은 화이자 백신 5억회분을 내년 1월부터 중·저소득국에 무상으로 추가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을 수습하고, 장래의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기금으로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을 조성하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백신외교를 선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 변화가 국가ㆍ지역의 안전 보장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아일랜드에 따르면 2019년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가옥을 잃은 사람이 140개국에서 총 2490만명에 이른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연간 7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자금공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여기에서도 미국은 공공기후금융의 선두주자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 중국은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와 관련해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5G, 인공지능(AI), 그리고 더 많은 분야에서의 새로운 발전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와 혁신에 대규모 투자로 향후 20년간의 도전에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을 겨냥한 일련의 전략들이다.


나이젤 잉크스터 영국 국가전략연구소 고문은 트럼프정권때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졌던 각축전, 특히 기술패권 경쟁을 ‘거대한 탈동조화’(The Great Decoupling)라고 지적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세계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들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스스로 고립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동맹국들과 세제, M&A(기업매수합병), 데이터 보호 등을 통일해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을 시작했다. 중국과의 냉전은 과거의 것과 다르다.


옛 소련은 이데올로기와 핵무기가 문제였다. 이번 주전장은 IT, 반도체, 데이터, 5G, 인터넷 표준, AI, 양자 컴퓨터 등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그리고 과학력에서 앞서느냐의 여부가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국의 그랜드 바겐이 대중 경쟁을 기술로 좁히는 데 도움이 되며 온난화, 의료, 군비 관리 등에서의 협력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세계를 안전하게, 예측 가능하게 할 수도 있으며 초강대국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 신냉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더 그레이트 디커플링’과 ‘그랜드 바겐’은 21세기 지정학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개념이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중국(China)-기후변화(Climate Change) 3C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국가의 능력이 시험받는 결정적인 10년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이 3C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나라 안팎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곽재원

곽재원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현 가천대학교 교수)
前 서울대학교 공대 객원교수
前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