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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강득구] 교육불평등 시대 우리 아이들

작성일 : 2022-06-1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교육불평등 시대 우리 아이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이 말도 꽤 오래전부터 써왔던 터라 지금은 이미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시대를 교육적으로 어떤 시대로 정의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가장 회자되는 말이 ‘교육불평등의 시대’라는 말이다.



코로나19로 교육격차라는 말이 등장했고, 기존의 교육양극화는 물론 교육손실, 교육공백이라는 말이 널리 전해졌다. 이 말들은 모두 우리 아이들의 교육불평등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로 교육기회와 교육여건, 교육활동과 교육성취라는 측면에서 공교육이라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들이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앞선 세대와 후세대 사이에서 그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의 소식은 지난 3년 우리 아이들을 어둠과 고통 속에 빠뜨렸다. 그 가운데 두 사건은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선 2020년 6월과 9월, 창녕에서 심한 학대를 받은 아홉 살 A양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살던 4층 빌라 테라스에 갇혀 있다가 테라스 난간을 타고 옆집으로 탈출해 빠져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학대는 끔찍했다. A양의 부모는 쇠젓가락을 달구어 A양의 발바닥을 지지기도 했고,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에 화상을 입혔으며, 쇠막대와 빨래건조대로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글루건을 발등에 쏘기도 하고, 욕조에 머리를 박는 일도 흔했다. 집에서 탈출하기 이틀 전부터 A양은 쇠사슬에 목이 묶여 테라스에 감금돼 있었다. 탈출 당시 A양은 잠옷 차림에 맨발이었고, 집 밖 도로변에서 이웃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되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2020년 9월 14일 오전 11시 43분에 일어난 인천 라면형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2살 B군과 8살 C군 형제가 집에 방치되면서 벌어진 화재사망 사건이다. 인천 미추홀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살던 이 형제들은 7시간 50분간 방치되어 있었다. 라면을 먹다가 집에 불이 나 C군은 치료 도중 사망했고, B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다. 이 화재는 두 아이의 엄마가 집을 떠난 사이에 발생했고, 그 시간은 코로나19가 아니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교육불평등은 얼마나 큰 피해를 안겼을까? 2020년 9월, 코로나19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육공백으로 인한 손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했었다. 이 때 예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5%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보았다. 우리나라는 GDP 1%P 하락 시, 근로빈곤층이 7만~8만 명, 신용불량자가 22만 명씩 증가한다고 보았다. 실제 우리나라는 1년 중 3분의 2 학습결손 시 3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37조 7000억 원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22년 우리나라 국가 예산 규모가 607조 원인데, 실로 엄청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10월, 미국에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읽기’는 87%만 배웠고, ‘수학’은 67%만 배웠다고 보고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결손은 심해졌고, 백인보다 유색인종에서 2배 이상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즉 ‘취약계층’에게 보편적인 현상이고, ‘코로나 세대’, ‘팬데믹 세대’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방역에만 집중했던 우리나라도 2020년 6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었는데,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평가 결과는 먼저 상위그룹을 보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모두 감소했다. 중3의 경우, 전년도(2019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2.9%, 영어 72.6%였지만, 지난해에는 75.4%, 63.9%로 각각 7.5%P, 8.7%P 하락했다. 고등학교 국어도 같은 기간 77.5%에서 69.8%로 7.7%P 낮아졌다. 이 평가는 코로나19 상황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실시됐으며, 전체 중3·고2 학생(77만 1563명)의 약 3%인 2만 117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을 보면,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중3 국어의 경우, 전년 4.1%에서 6.4%로, 영어는 3.3%에서 7.1%로 각각 2.3%P, 3.8%P씩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국어는 4.0%에서 6.8%로, 수학은 9.0%에서 13.5%, 영어 3.6%에서 8.6%로 상승한 것이다. 수학의 경우, 고3, 중3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10%를 넘어 10명 중 1명이 ‘수포자’가 되었다는 상황은 교육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생활의 행복도 역시 전년 대비 중학교는 4.9%P, 고등학교는 3.5%P 감소했다. 학생들의 만족도·적응도 등을 나타내는 학교생활 행복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 매년 60% 안팎의 결과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 작년에는 중학교 59.5%, 고교 61.2%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한 교육불평등과 ‘코로나 세대’의 출현은 ‘코로나19 교육결손 세대’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원격수업 동안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계획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코로나19를 책임져야 할 기성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방역이 완화되고 전면 등교가 일상화가 된 지금, 이전을 잘 되돌아 보고 책임 있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0년 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학습부진학생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주제로 한 연구였다. 4년 동안 50명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습부진학생들을 추적한 종단연구였다. 답은 이렇다. 어려움에 처한 학습부진학생들을 위해 우선 빠르게 진단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를 쌓고, 개개인에게 지속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습관리 방법도 익히고, 세분화 된 학습자료도 제공하며, 성공 경험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하는 경험, 즉 ‘잉크 떨어뜨리기’는 꼭 필요하다.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고 한다. 재난은 모두에게 힘들고, 그래서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난이 집단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다르다. 그 집단이 대응하는 방법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러기 때문에, 재난은 각자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 “부자는 재난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는 [재난불평등]의 저자 머터(John C. Mutter)는 이를 신랄하게 밝혀주고 있다.



교육불평등을 안타까워만 할 일은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학교든 지역사회든 중앙정부든 팔을 걷어붙이고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어려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와 지원이야말로 교육불평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일이면서 미래 대한민국에 감당하기 어려운 기회비용을 사전에 막는 미래투자이자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강득구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18. 10. ~ 2019. 05. 민주연구원                                                                                자치발전연구센터 본부장
2016. 10. ~ 2018. 03. 경기도 연정부지사
2014. 07. ~ 2016. 01. 경기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