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칼럼

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태영호] 대한민국의 미래는 외교가 결정한다

작성일 : 2022-06-2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외교가 결정한다


1991년 12월 21일, 소련이 해체되며 냉전 종식된 후,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단일 초강대국이자 동맹인 미국이 국제사회에 제시한 안전하고 자유로운 바다와 하늘의 통행에 기반한 국제무역망을 통해, 자원이 부족해 항상 고생해왔던 대한민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물론, 도중 IMF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를 더욱 앞서나가기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는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 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보건 재난 속에서 이루어 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린 다시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부딪혀오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2018년 무역 갈등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불공정 무역으로 시작된 갈등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강제수용 문제, 불법 기술 탈취 문제, 대만 문제까지 번져, 남중국해에서 양국의 군함이 대치하는 상황까지 악화했다. 그 상황 속에서 지난 2월 24일 발생한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은 가히 신냉전 시대로의 진입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미·중 무역 분쟁은 촘촘하게 짜여 있던 공급망을 기초부터 흔들어 각국이 생산기지를 모두 자국으로 돌려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촉발했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자원 부국이자 군사 강국은 자신들의 자원 수출을 일방적으로 통제해 외교적 무기화하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사태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발 세계적 에너지·물류 대란은 우리의 삶 속으로까지 번져왔다. 에너지, 원자재와 물류비용 상승은 우리의 의식주 모든 부문에 강력한 인플레 요인으로서 가히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른다는 사람들의 한숨이 필자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고 있다.


이런 국제적 혼란을 틈타 북한은 올해 들어 19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4번째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부터 300mm 미만 재래식 방사포까지 북한은 다양한 종류 방법으로 도발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더욱 주시해야 하는 부분은 북한이 한 도발 중, 지난 5월 2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일 직후 러시아와 중국과 연계하여 일어난 도발도 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의 도발은 북한의 행위와 그를 러시아와 중국이 묵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난 25일의 도발은 한·미·일의 외교적 공조에 대응하는 북·러·중의 공동 도발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 항공기의 한·일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이 먼저 있었고, 그 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다. 이렇게 극동에서 동맹 블록 간의 실질적인 대결이 일어난 것은 냉전 종식 후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세계는 전략적 모호성이 훌륭한 외교적 방침으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린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답은 바로 역사다. 놀랍게도 근대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보면, 우린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이미 한 번 겪어보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세계는 영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이 벌이는 “그레이트 게임”의 무대였다. 유라시아 전역의 패권을 두고 양국은 좁게는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에서, 넓게는 흑해 크림반도 연안에서 극동의 사할린 반도에서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1885년 영국의 거문도 점령사건과 러시아 제국의 제주도 점령 미수사건이다. 하지만 조선,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대한제국은 근시안적인 외교정책을 넘어 국제외교의 큰 그림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36년 동안 국권 상실의 치욕과 74년 동안 계속 중인 분단의 아픔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놀라우리만큼 국제정세와 외교적 이슈에 관해 관심이 적다. 가장 최근의 예가 바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 때의 일이다.


타 선진국과는 달리 일국의 정상이 하는 화상 연설 자리임에도 국회 도서관 강당의 좌석조차 채우지 못했다. 연설 후에 의례 따르는 기립 박수조차 없었다. 그 자리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같이 있었던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 후 언론과 국민도 준엄하고 당연한 질타를 정치권에 했지만, 그 관심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많은 정치인은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실질적인 지원 요청에 대해 러시아와의 무역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에 경제를 버릴 셈이냐는 비판을 가할 정도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외교정책은 급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시진핑 주석의 3 연임을 앞두고 중국은 더욱 가열찬 패권주의적 행보를 거듭하며 홍콩의 일국양제를 무력화하고 대만을 실질적인 무력으로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였듯 역내 패권을 위해 타국의 영토주권을 침탈하고 그를 비판하는 세계를 상대로 천연자원을 무기화하여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그에 맞서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서방 동맹국은 단결하여 기술·경제·안보 블록을 만들어 맞대응하고 있다. 바로 우리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쿼드(QUAD), 그리고 D10(민주주의 10개국·Democracy 10)이다. 이들은 모두 다른 구성체임에도 참가국들은 비슷하며, 무엇보다 전부 경제와 안보,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불가분의 가치로서 공유한다. 즉, 더 이상 외교적으로 경제와 안보를 분리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을 모두 이웃하고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인 문제나 북한 문제에 있어 앞 두 나라의 역할을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외교정책은 리만가설 수준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린 근시안적인 정책 결정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외교 대전략을 수립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작은 차질은 과감하게 이겨 나가야 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는 정교하고 확실하며, 큰 그림을 보는 외교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고하게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을 우리는 깨야만 한다.



태영호

2017-2018 : 국가안보전략원 자문연구위원
2020.5~ 제21대 국회의원
2021.6 ~ 2022.4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2022.6 ~ 국민의힘 국제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