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칼럼

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오영환] 미래복합재난에 대한 진단과 대응

작성일 : 2022-09-08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복합재난에 대한 진단과 대응



올여름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유럽을 덮쳤다. 프랑스 지롱드 지역의 산불 피해 면적은 수도인 파리의 배가 넘고, 서울의 절반 가까운 넓이다. 또한 유럽에서 16세기 이후 500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으로 수위가 줄며, 곳곳에서 다양한 유적이 재발견되는 일도 발생했다. 스페인 중부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는 저수량이 28%로 떨어져 물에 잠겼던 기원전 5000여 년 전의 '과달페랄 고인돌'(Dolmen of Guadalperal)이 드러났다고 한다. 고대 유적의 발견은 의미 있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파키스탄은 6월부터 시작된 폭우로 전체 국토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고, 의료시설 파괴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 전염병 위협이 현실화되었다. 우리 또한 지난 8월 초의 폭우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헤아리기 어려운 피해를 겪은 데 이어 태풍 ‘힌남노’가 포항 등 남부 도시에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지구 한 쪽에서는 극단적 가뭄이 나타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로 고통을 겪는 이상 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과 함께 재난은 갈수록 복합적이고, 그렇게 될수록 그 피해 또한 훨씬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전통적인 구분은 현실에서는 개념적 의미만 있을 뿐, 실제로는 동시다발적 또는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에 여름 수해복구 지원은 많은 제약을 받았으며,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자연재난은 원전의 안전을 위협한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우리는 어떤 제2차, 제3차의 연속적인 피해가 있는지 알고 있지 않는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복합재난은 피해에 대한 복구보다 예측과 예방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지난 폭우 상황을 보더라도 재난 예방 및 대비체계가 현재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미래복합재난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난관리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게 재구축하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신기술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외국의 경우 하천에 제방 등의 시설을 설치하던 전통적 방식을 탈피하고, 하천 주변 지역을 고려하여 홍수 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천 주변 지역 개발 수준이 높은 구간은 미리 설정한 위험 허용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 빈도를 결정하고, 산지‧녹지 등의 구간은 설계 빈도를 하향 조정하여 불필요한 하천공사를 면제한다. 즉 예산‧경관‧환경 등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물이 흐르는 길(하도, 河道)이 아닌 물이 흐르는 주변(유역, 流域) 전체를 공간 범위로 확대하여 친환경적인 접근법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원전과 초고층 건축물에서의 재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난발생 징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재난전조정보시스템(가칭)을 구축해 재난이 발생하기 전 그 원인을 미리 제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활용한 비정형 관측 데이터의 수집 및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에 발생할 복합재난을 우리가 모두 예상할 수 없지만, 정부의 대비 정도에 따라 그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1년 전 발생한 출장세탁차량 폭발사고는 지하주차장 차량 666대에 피해를 입혔다. 고밀도 도시화로 대규모 지하공간이 조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추후 어떤 더 큰 재난이 발생할지 모른다. 노후화된 도심지 인근의 대형산업단지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정부는 이런 취약 대상들을 미리 점검해 재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재난이 발생한 뒤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무엇보다 범부처적 예방,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재난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넘어서는 정부조직상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다른 업무와 달리 재난안전관리에는 그에 특화된 유기적 대처가 필요하고, 따라서 별도의 독립적인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재난관리본부를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든, 또 다른 대안이든 정부는 미래복합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조직을 하루빨리 마련하기를 바란다.







오영환

- 제21대 대한민국 국회의원(경기 의정부시갑)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운영위원회 위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전)중앙119구조본부 근무
- (전)119특수구조단 산악구조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