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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원장 특집_소병훈] 세계질서 주도할 자급률 강국으로 거듭나야

작성일 : 2023-03-31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세계질서 주도할 자급률 강국으로 거듭나야



지난해 러시아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를 기어코 침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세계 질서는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혼돈의 국면에 들어섰다. 챗GPT가 인공지능(AI)의 확산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듯,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식량·에너지 안보를 세계 질서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시켰다.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로 밥상·곡물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두드러졌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에 이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위기는 여전히 세계 경제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세계는 군사 주권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이 없어 경제와 산업 전반이 수입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보복 규제 등 외교적 문제로 인한 수출입 규제를 경험하며 소재 공급의 중단이 산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향후 세계 질서가 어떻게 형성될지 전문가들조차도 견해를 표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급률 강국으로 거듭나 세계 질서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는 45년 만에 쌀값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농민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았다.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보장해달라는 농민들의 절박한 외침에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업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 세계 식량안보지수(GFSI)는 39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2016년 각각 54.1%, 26.0%였던 자급률은 정부의 재고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곡물자급률 중 밀은 0.7%로 10년째 1%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옥수수 0.8%, 콩 5.9% 등 주요 곡물들의 자급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으로, 주요 곡물들을 수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면 그때마다 위기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식량작물공동경영체육성 등 사업을 확대해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높이고 식량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식량 안보는 국가의 근간이다. 식량·곡물자급률을 높이려는 국가 주도의 노력과 우리 농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에너지 대전환도 불가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8%로 드러났다. 거의 100%에 달하는 수입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1인당 최종에너지 소비는 세계 4위,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의 63%가 산림이 차지하고 있는 지리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친환경 에너지의 보고로 사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2012년 석탄 에너지의 비중이 40%에 달했으나, 불과 8년 만에 2% 수준으로 낮췄고 영국 전력의 반 이상을 풍력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12.17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약 2470억 원을 투자한다. 전 세계가 해양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EU는 40GW, 프랑스는 20GW, 영국은 18GW, 미국은 17GW로 목표를 설정해 해양에너지 확보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 11월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해 재생에너지를 오히려 축소하고 원자력 에너지를 늘리겠다고 발표해 우려를 사고 있다. 난방비·전기세 급등으로 민생 경제가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바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시화호(조력), 울돌목(조류), 제주 발전소(파력) 등을 확대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양에너지 관련 과학기술 R&D 사업을 확대하고, 태양광·풍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종자 주권을 지키고 자급률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세계는 총성 없는 종자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20년 기준 세계 종자시장은 440억 달러 규모로 매년 4%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국내 채소의 종자 자급률은 90.1%에 달하지만, 과수의 종자 자급률은 17.9%, 화훼는 46.3%로 낮았다. 낮은 자급률 때문에 우리나라는 매년 해외에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종자를 활용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감귤 3.2% 포도 4.6%, 배 15% 등 우리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과수들의 종자 식민지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해외 국가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는 510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종자산업을 2027년까지 1조 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발표했으나, 무엇보다도 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농민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통상 신품종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5~7년의 시간이 걸리고, 종자 자급률을 높이는 일은 종자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실현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수행해 종자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해 내야 한다.

2050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목재자급률도 제고해야한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산림은 이산화탄소 국가 배출량의 6.1%인 4300만 톤을 순흡수해 탄소 중립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임에도, 목재자급률은 15.9%로 일본의 목재자급률(41.8%)에 비해 현저히 낮다. 과거 1970~80년대 치산녹화사업을 추진해 산림녹화에는 일부 성과를 이뤘으나 이를 자원화하는 데는 부족했고, 오늘날 낮은 목재 자급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목재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본처럼 정부 주도로 목재자급률 제고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2360만 톤을 흡수해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국회도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한 산림 조성을 위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우리 위원회를 ‘미래 위원회’라고 부른다. 미래 먹거리, 미래 에너지, 미래 주권·안보 모두 위원회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미래를 예상할 수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충분한 대책과 전환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병훈

현) 제21대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현)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대표
전) 제21대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조직부총장
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교육연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