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광장   >   홍보관   >   언론보도

언론보도

[한겨레] 지금 당장 놀아야 하는 이유

작성일 : 2022-08-09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1. [뉴노멀-미래] 지금 당장 놀아야 하는 이유

글.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에 우리는 일을 더 하게 될까, 여가 시간을 더 갖게 될까. 지금까지는 일의 시간이 더 많았다. 한국의 임금근로자는 연평균 1928시간을 일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 2022년 통계). 독일은 우리보다 622시간 적은 1306시간, ‘과로 공화국’이라는 일본도 1633시간만 일한다.


2018년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는데도 노동 시간은 늘었다. 노동자의 월간 근로시간은 2018년 156.4시간이었으나, 2021년 164.2시간으로 증가했다(고용노동부).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이 더 일하도록 제도를 손보고 있다.

여가에 대한 전망은 우울하다. 하루에 여가를 보내는 시간 추이는 들쭉날쭉한데, 2010년 매일 4시간이다가 2016년 3.1시간까지 감소했다. 이후 다시 늘어나 2021년 3.8시간이 됐으나 2010년과 비교하면 줄었다. 휴가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휴가를 사용했다는 시민은 2018년 68.1%에서 2021년 29.7%로 떨어졌다. 연간 휴가일수도 2019년 6.4일이었으나, 2021년에는 4.8일로 감소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국민여가활동조사).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휴가를 가기 어려운 비정규직 증가가 주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의 유급휴가 수혜율(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5.1%에 불과했다. 정규직은 83.3%에 이르렀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64.7%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지만 비정규직은 휴가를 낼 계획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2003년 460만명에서 2021년 806만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근로자 중 38.4%를 차지한다.


여가의 미래를 내다볼 때 중요한 변수는 여가활동의 내용과 개수다. 한국인은 한 해 평균 15.5개의 여가활동에 참여하는데 티브이 시청, 모바일 콘텐츠 소비, 인터넷 검색에 시간을 쓴다. 여가 공간은 아파트 내 공터나 근린공원, 식당이 대부분이다. 여가를 가족과 보낸다는 사람은 28.8%, 혼자 보낸다는 사람은 갑절이 넘는 63.6%에 이른다. 주로 혼자서 티브이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게 한국인의 여가활동인 셈이다.


우리보다 덜 일하면서 노동생산성은 더 높은 독일의 경우, 매일 8개와 매주 23개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들은 티브이 시청, 라디오 청취, 잡지 읽기, 친구 방문, 동네 강연 참석, 보드게임, 요리, 사진찍기, 산책, 공예작업 등에 여가를 사용한다. 독일의 청소년들은 으레 스포츠클럽에 가입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다양한 여가에 참여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여가를 보낸다.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여가활동을 할지 뻔하다.


여가의 미래에서 흥미로운 변수는 원격근무의 확대다. 2021년 에어비앤비 보고서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확산되던 2021년 상반기에 28일 이상 장기숙박을 예약한 경우가 2019년 14%에서 24%로 증가했다. 이들은 여행지에서 놀면서 일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올 상반기 나온 ‘2022년 여행 전망’에서 원격근무자들의 더 긴 휴가를 예상했다. 지난해 이들 중 38%는 2019년과 비교해 3~6일, 12%는 1~2주 더 휴가를 보냈다.


원격근무자들의 더 긴 여행, 독일 노동자들의 다양한 여가활동이 주는 시사점은 여가도 일처럼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몰입의 시간과 경험을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즐거웠던 여가의 경험은 삶의 질, 업무 몰입도,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연구도 있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여가’는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남겨놓아야 할 시간이다.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8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