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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여영준] 미래 지역혁신을 위한 사고의 전환과 정책과제

작성일 : 2021-07-14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 지역혁신을 위한 사고의 전환과 정책과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사라진다’는 말이 꾸준히 나올 정도로, 지역의 대학들은 고사 직전이다.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인구유출 현상 가속화 등으로 인한 인구소멸은 본격화된 지방소멸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다양한 연구들은 향후 전개될 기술변화(예, 디지털전환 등) 속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 인프라 및 혁신역량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더 큰 도전과제에 직면할 지역의 미래를 우려한다. 이러한 지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많은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지역혁신 기반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과 정책과정 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까.

첫 번째로, ‘사람이 일자리를 따른다’는 관점(people follow jobs)에 기반한 정책설계로부터 ‘일자리가 사람을 따른다’는 사고(jobs follow people)로 전환해 지역혁신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하며, 지역 내 성장 거점 형성을 위한 기반 구축에 집중했다. 이는 일자리가 인적자원 이동의 선행적 결정요인이라는 사고(people follow jobs)에 입각한 정책수단이다. 해당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인구 및 기업 입주를 유인해, 지역 발전기반을 어느 정도 확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정주여건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45.5점에 불과하며(국토연구원, 2020), 의료·교통·보육·여가 시설 등 미흡한 정주여건 상황이 이전지역으로의 생활권 정착을 여전히 꺼리게 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지역에 사람이 몰리도록 하는 데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며, 자생적 지역혁신을 추동하는 생태계 형성에 한계를 지닌다. 최근 다양한 실증연구들은 인적자원의 이동이 일자리 창출의 선행적 결정요인이라는 가설(jobs follow people)에 따라, 지역혁신체제가 발전함을 강조한다(Shin and Hwang, 2021; Hoogstra et al., 2017). 이는, ‘일자리’는 정책 결과변수이며, 지역혁신체제 내 인재유입과 이들의 혁신활동이 얼마나 왕성하느냐에 따른 사후적 결과임을 시사한다. 그에 따라, 향후 지역혁신정책은 물리적인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업 유치를 강조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사람이 지역에 몰릴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편의성을 고려한 매력적 환경 조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소프트 자본 축적을 바탕으로, 유입된 인구의 실질적 생활권 정착을 촉진하고, 기업과 여러 기관이 가고 싶은 지역으로 진화를 도모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역혁신역량 형성을 위해 단순히 기술을 지역에 그대로 이식하면 된다는 사고에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 주도 지역주력 산업 선정과 육성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 매출 신장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내 지식기반 인프라는 취약하며, 지식창출(연구) 부문과 생산(제조) 기능 간 분리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지식 집약적 연구 기능이 밀집화되어 있어, 다양한 지역 내 주력산업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이식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제조업 기반은 그 자체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잠재력이 크지만, 나아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보고,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시행착오의 물적 기반으로서 역할한다. 이에, 지역 제조 기반을 생산공장이 아닌 혁신공장으로 전환하도록. 지역 여건과 특성을 반영한 연구개발 및 지식 인프라 구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생산과 연구 기능 간 밀접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내 창출된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가 실제로 적용되고 끊임없이 수정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제조 부문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의 고도화에 머무르는 지역혁신정책의 한계를 타개하고, 새로운 산업 창출의 마중물로서 지역 제조업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지역인재부족 현상을 청년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고에서 확장해야 한다. 청년층 유출은 지역 인구감소를 견인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청년층 유출의 주된 배경은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는 지방대학 기피와 지역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역인재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중장년층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중장년층들은 비교적 권역 간 이동 및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기회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장년층들은 지역적 맥락과 특성을 고려한 시장과 사업 흐름에 대한 높은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전문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시너지 효과 창출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특성이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지역 내 중장년층들의 기술형 창업을 촉진하고, 청년-중장년층 간 협업 모델 성공사례를 꾸준히 창출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 내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지역인재부족 현상을 청년의 문제로 국한하여 생각하는 사고에서 확장하여, 기술적 시행착오 경험이 축적된 중장년층 경력자들 역시 지역혁신제체 내 중요한 혁신자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지역대학 역시 청년층들의 지식습득을 위한 교육현장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 내 기업체 내 근로자들이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기술학습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역 내 기술경력자와 은퇴자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전문성 있는 직업훈련 및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청년-중장년층 간 기술(지식)교류 및 협업 모델을 형성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도전과제에 직면할 지역의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기술과 일자리, 그리고 지역발전 문제를 바라보는 기존 접근을 이해하고, 이들이 지니는 한계성을 극복해 사고의 전환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적 노력 가운데에서도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충실히 고려한 정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들은 계승하되, 지역혁신정책 전반의 전환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지역혁신 기반 성장잠재력 확충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