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협하는 기후변화…나만의 윤리적 소비 고민할 때
조해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가뭄, 홍수, 농작물 질병, 해수면 상승, 환경 오염은 전 지구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모두가 노출돼 있으나, 그 정도는 결코 모두에게 공정하지 않다. 대부분 주거환경, 경제적 삶의 터전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빈곤국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곳이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오히려 더 크게 받는 모순적인 현실이다.
세계 식량의 80%는 5억 개의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는데, 기후변화의 피해로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의 생계가 위협받을수록 우리가 모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의 삶 속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대처, 식량안보의 보장 및 농작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순환을 위해 공정무역(fair trade)이 도입됐고 농부들의 생활권 보장, 소득 확보 등을 목표하고 있다.
일례로, 아이보리코스트의 카카오 농장들이나 고품질 커피 생산으로 유명한 페루의 커피 농장들은 기온의 상승과 비정상적인 강우 패턴으로 인해 제품 생산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피의 경우, 제품의 가격이 지속해서 감소해 농부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맞서 카카오, 커피 농장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생태계 유지를 위해 다양한 경작법을 도입하고, 현지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후 적응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기도 하며 특정한 기후변화 대응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을 농장 현장 업무 최종 결정권자로 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와 생산 제품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방법들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생산자들 스스로 기후 변화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매업체, 거래자, 소비자들의 탄소발자국을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이처럼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면서 그 감축의 시작점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우리에게 부인할 수 없는 윤리적 의무를 안겨준다.
최근 윤리적 소비가 전 세계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소비의 전 과정과 다양한 일상 소비생활에서 소비자 스스로 소비행위가 이웃, 사회, 환경 등 더 넓은 범위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개별적, 도덕적 신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나누는 삶을 추구하며 인간,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소비 실천 행동이다. 현대의 많은 소비자들은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영향을 의식할수록 실천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상기 언급한 공정무역 제품의 식품예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에너지 고효율 물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적극적 구매 등 제품 구매과정에서의 실천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 사용 과정 중 에너지·물 절약 또는 천연제품 사용, 폐기물 처분과정에서의 감축, 기부와 같은 자원 배분 등 소비의 전 과정에 걸쳐 윤리적 소비 행동의 실천이 가능하다.
윤리적 소비는 상업적 마케팅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하고 선택하는 주체적인 소비로 정의할 수 있다. 비윤리적 상거래를 피하는 정도의 윤리의식에서 시작해 타인에 대한 배려, 다음 세대를 고려한 적극적 책임 의식을 기반하는 높은 윤리 의식에 이르기까지, 개별적 윤리 의식의 정도에 따라 윤리적 소비 행동의 범위와 영역은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가진 윤리 의식은 어느 정도이고 내가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편리하기 위해 혹은 조금 더 멋진 스타일을 갖추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 환경 보전, 기후변화 적응 문제를 지각하는 노력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는 인간의 가장 최종적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지닌 윤리 의식의 정도에 맞춰, 일상에서 작은 소비 선택들을 하나씩 변화시킨다면 자신만의 윤리적 소비 스타일을 구축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매슬로가 말한 자아실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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