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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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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유빈] 위기의 시대, 통섭적 전문가 양성의 계기로 삼아야

작성일 : 2021-09-08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위기의 시대, 통섭적 전문가 양성의 계기로 삼아야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 피라미드(Ackoff, 1989)는 정보 시스템, 지식 관리 영역에서 흔히 인용되는 계층구조이다. 관찰과 측정을 통해 수집된 사실(data)은 가공, 처리되어 의미(information)를 가지게 된다. 발견된 의미는 상황, 맥락과 결합하여 일반화(knowledge)되며, 최종적으로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과 합쳐서 통찰(wisdom)로 발전하게 된다.


통찰은 판단, 실천, 행위 등의 준거가 되기 때문에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층위에 위치하는 만큼,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찰을 얻는 과정은 데이터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잘못된 데이터는 그릇된 통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위기관리 체계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위기관리 체계는 데이터를 통해 위기의 징후를 포착하고, 포착된 징후가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없는 위기 기준에 해당할 경우, 현상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재원과 자원 배분 및 대응 정책으로 연계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위기관리 체계에서 데이터는 각 관리 활동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다.


최근 관련 정책들에서는 감시체계 구축을 통한 위기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환경, 보건, 생물학적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의 조기 포착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또, 재난, 안전으로부터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IoT(Internet of Things)를 기반으로 관련 데이터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개방하여,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찰에 이르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위기, 재난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정책 방향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정보와 지식을 거쳐 통찰로까지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감염병 측면에서만 보면, 보건, 생물학적 데이터를 통한 감염 징후, 전파 경로 등의 분석과 관련된 공공 보건, 방역 정책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잠재되어 있었던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 취약 산업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으로 업종과 기업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했으며, 열악한 정주 여건, 부족한 의료시설에 놓인 사회적 약자는 다양한 방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시작은 감염병이었으나,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로 영향력을 확산하며 의사결정과 대응 정책 마련의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연구개발(R&D)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다양한 국가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혁신 정책의 문제로 시작됐다. 그러나, 자동화에 따른 사람의 일자리 감소, 첨단 생산 수단의 보유 여부에 따른 극단적 양극화 심화,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의 출현에 따른 확대된 법·제도적 사각지대, 구(舊)산업의 보호와 신산업 육성 간 정책적 충돌 등 전방위적 사회경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WoS(Web of Science)의 최근 10년간의 문헌의 흐름을 살펴보면, 컴퓨터, 전기전자, 통신 등의 ICT 분야에 집중됐던 문헌들이, 점차 사회학, 보건학, 법학, 도시공학, 종교학, 윤리학, 예술학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위기의 복합화, 상시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크고 작은 위기가 연쇄적으로 일어남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었던 위기와 구조적 문제, 전례 없는 위기가 겹쳐, 한 분야에서 나타난 위기가 다른 분야까지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포착된 징후가 어떤 분야와 영역, 또는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인지를 예측하여,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신속히 만들어 낼 방법과 체계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데이터에 근거하여 행정과 정책을 설계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데이터의 수집과 통합적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측면 논의의 진전에 비해,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과 분석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따라서, 통합적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수집된 데이터 속에서 해석된 의미정보를 연결하여 이종(異種) 분야로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해석’ 측면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1년을 데이터 기반 행정 추진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데이터 기반 행정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향후 ‘정부통합데이터분석센터’를 설치하여 일하는 방식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통합 데이터를 활용한 위기관리 정책 분야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수집된 데이터가 위기관리의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으로 연결되도록 실질적인 사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위기 징후 데이터를 통섭적(統攝的)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데이터를 통해 정책 의사결정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기까지는 여전히 전문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대량의 데이터를 해석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양성 노력은 많이 있었으나, 데이터의 해석은 개별 분야 전문가에 의존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데이터 기반 위기관리는 앞서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여러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축적된 데이터를 여러 관점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전망과 해석을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미래 위기관리,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의 성패(成敗)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지원실장(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객원교수
前 국가핵융합연구소 혁신전략부장
前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기술전략팀 책임연구원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행정학박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