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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연구원 연구진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박현석] 청년 인재들과 미래를 준비하자

작성일 : 2021-11-24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청년 인재들과 미래를 준비하자



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대 정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과 윤석열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은 모두 대선 후보 경선에서 20대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였다. 오늘의 청년 세대는 한국전쟁 이래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고 불릴 만큼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는 상황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대양당 고정 지지층 사이의 대립 구도 속에서 외면받던 20-30대 유권자들이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적 투표집단으로 부상하였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청년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들의 경쟁이 청년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강한 정책 논쟁을 촉발시킬 수 있을까?


청년 세대가 동일한 정치적 선호를 가진 집단이라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가정이겠지만 대다수의 20-30대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고도 경제성장의 시대는 저물었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세대 간의 경제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사회안전망마저도 지속가능한 상황인지 의문이다. 연금재정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연금개혁은 난망하다. 연금을 부어도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청년 세대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 정치 지도자들은 미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우려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필자는 올해 9월 국회의원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정책 선호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며 직급별, 연령별로 대상자를 선정하여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하였다. 면접조사를 진행하면서 국회가 양극화 대응 등 중장기 정책 기획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40-50대의 상위직 보좌진들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쳇바퀴 돌아가듯 다가오는 선거 주기 속에서 당장의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반면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보좌진들은 공공 영역에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일하게 될 향후 20-30년 뒤를 생각하며 장기적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위기를 걱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면 정치권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장기적 관점의 미래정책에 대한 논쟁도 활발해질 것이다.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의사가 적절하게 대표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들이 버티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오늘의 청년 세대는 숫자상으로 소수 집단이며, 이들의 투표율도 기성세대에 비해 낮다. 진보 계열 정당들은 청년들을 자신들의 고정 지지층이라고 여겨왔고, 보수 계열 정당들은 중장년층의 지지를 확보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거대 양당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개발에 소홀하였고, 젊은 정치인을 상징적으로 영입하는데 머물러 왔다. 유권자들도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선출되는 데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구도 속에서 청년들의 의견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청년들이 직접 정치인으로 선출되는 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이른바 구미의 정치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청년들의 정치참여 비율이 우리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청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학계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정당의 토대가 강한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청년 세대가 정당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차세대 정치인으로 성장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청년 공천 할당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치열한 공천경쟁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비중의 의석이 배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앞날을 준비하는 젊은 보좌진들을 보며 우리 정치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갖는다.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앞으로도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권을 비롯한 공공영역에 꾸준히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에서 자신의 장래를 계획할 수 있는 직업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당에 제공되는 국고 보조금을 취지에 부합하게 활용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정당의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정당연구소에 지급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현재 주요 정당연구소들의 정책역량은 취약한 상황이다. 대선 후보들이 정당의 정책전문가가 아닌 외부 인력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리는 현실이 그 증거이다. 문제는 보조금이 정당연구소의 정책역량 강화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당연구소들이 보조금을 유능한 정책인력을 육성하고 활용하는데 투자한다면 공공영역의 직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출발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경력을 쌓고 관심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하며, 학위 취득 후 정당연구소 혹은 정책연구기관에서 정책개발에 기여한 뒤 선출직에 도전하거나 다른 공직에 진출하고, 공직을 마치면 다시 정책개발에 기여하는 정책 전문가의 인력 순환구조가 형성된다면 뜻있는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공공 영역으로 유입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정운영을 꿈꾸는 정당이라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유인이 있다. 패기 넘치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며 우리 정치의 수준을 높여주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