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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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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유빈]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

작성일 : 2022-01-05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



연구개발(R&D) 성과는 논문, 특허, 보고서, 연구시설, 정보자원, 화합물, 표준 등이 이른바 지식 가치 사슬(knowledge value chain) 속에서 습득(acquisition), 저장(storage), 보급(dissemination), 응용(application)의 과정을 거치며 확산한다. 특히, 연구개발 단계에 따라 공공, 민간 혁신 주체별 역할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연구개발 결과는 과학기술 진보에 기여하기도 하고, 산업기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관련된 과학기술정책은 기초 과학 지원을 통한 잠재적 응용 기술 확장을 도모하는 정책에서 산업기술 경쟁력을 중점 지원하는 정책, 또는 이들 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정책 등이 시대 흐름과 요구에 따라 변화를 거치며 진화해 왔다.


과학기술은 그간 중요한 경제성장 수단으로 인식되어왔으나,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확장됨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중 보건, 기후 변화 대응, 사회 형평성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기여 등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연구개발의 수요를 산업에서 사회로 이동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 방향에서 국가사회 현안의 해결을 주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하였으며, 회복 탄력성 강화, 사회안전망 구축, 국제 현안 해결 등 디지털 전환, 저출생·고령화, 지역 소멸, 기후 위기 등 국가적 차원의 사회 문제에 대한 과학기술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이 비중 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은 이른바 ‘사회 문제 해결형 R&D’를 통해 개별 부처 차원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연구개발 성과가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형 R&D는 국가 차원 혹은 지역 차원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solution)이 제공될 수 있도록 산학연, 시민단체 등과 문제의 발굴, 해결 가능성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필요한 협의·조정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솔루션 적용 확산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제도적 미비 사항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사회 문제 해결형 R&D는 그간의 연구개발 궤적과는 달리 도시 재생, 사회서비스, 에너지-환경문제, 법·제도, 정책 등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의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임무 중심형 혁신정책(MOIP, Mission-Oriented Innovation Policy)’ 체계와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은 ‘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암 정복, 기후 변화, 건강한 해양, 기후 중립도시, 토양과 식량의 5개 분야를 임무로 설정하였고, 미국은 ‘Cancer Moonshot’ 프로그램을 통해 암 예방, 진단, 치료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문샷형 연구개발제도(ムーンショット型研究開発制度)’ 도입을 통해 전 세계 연구자 간 지혜를 모아 해결이 어려운 사회 과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연구개발 제도를 도입했으며,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할 6대 문샷 목표를 설정하였다.


문샷(moonshot) 프로젝트는 실패 위험이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장기적, 전략적 기술 분야를 의미하는 단어로 원래 우주 달탐사 분야에서 사용된 용어이지만, 지금은 도전적, 혁신적 연구개발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사회 문제 해결 연구개발에 문샷 프로젝트를 비롯한 임무 중심형 혁신정책의 틀을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경제적 난제가 급증하고 있고, 해결을 위한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러한 임무 중심형 혁신정책의 틀이 사회 문제 해결 연구개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임무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가혁신시스템(NIS)의 혁신 주체들이 융합 생태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는 신속한 정책 의사결정을 위해 효율성 중심의 수직적 거버넌스로 단기간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임무 중심형 혁신정책을 위해서는 협력과 효과성 중심의 수평적 거버넌스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민간과 공공, 정책 결정 부문의 융합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부문은 해당 프로젝트별 융합 생태계 허브(hub)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공공 역량을 연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생태계 내에서 융합성이 극대화되도록 협력 체계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솔루션의 사회 적용 확대를 위해 관련 법·제도의 선제적 검토를 위한 인문·사회적 역량을 어떻게 협력 체계 내에서 연계할지도 고민되어야 한다. 정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국회, 정부 등 상위 거버넌스는 사회 문제 해결의 국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통합적 관점의 정책 점검 및 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사회 기술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전환적 혁신(transformative innovation)’은 미래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 차기 과학기술기본계획 추진 방향에서도 국가사회 현안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같이, 유럽은 오래전부터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혁신(RRI, Responsible Research and Innovation)을 통해 연구개발의 수요를 산업에서 사회로 이동시켰다. 일본은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부터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와의 관계가 심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사회의 수요 및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 추진을 계속하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적으로 국방, 경제성장의 주요한 수단으로 기여한 과학기술이 미래사회에서는 사회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역할, 더 나아가 인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환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기초, 원천기술 중심의 연구개발과 혁신의 연계 구도를 탈피하여, 사회 문제 해결 솔루션이 산업화 및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연계되어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형 문샷 프로젝트‘ 추진을 기대해 본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겸임교수
前 국가핵융합연구소 혁신전략부장
前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기술전략팀 책임연구원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행정학박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