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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근주] 미래의 대한민국,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작성일 : 2019-08-20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의 대한민국,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전공 교수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 위원

외교통상부 산하기관평가위원장

공직인사혁신위원회 위원


(美) 인디아나대학교 행정학 박사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는 어떤 역량과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위해서는 미래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하여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우리는 주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야 국가 사회의 존립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4차산업 혁명으로 불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혁명 이후 사회 변화를 이끌어 왔지만 정보통신 기술, 생명공학 등 4차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다양한 첨단 기술은 인류가 기억하는 어떤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역동적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왔으며 앞으로 그럴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의 기술발전이 인간의 물리적 활동을 기계화,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AI, BT, IT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과학기술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던 사고와 판단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알파고 등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은 스스로 정보를 찾거나 기초 자료를 판단에 필요한 정보로 변형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물론 일련의 과정들을 통하여 학습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이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예를 들어 생명공학의 발전은 윤리의 문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함께 던져준다.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이다.


양날의 칼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인간의 전문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한다. 달라진 미래 상황은 특정한 분야에 정통한 이해와 지식을 의미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전문성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한다. 어떤 전문성이 필요한가?


미래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본질적으로 사악한 문제 (wicked problem)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사악성을 더 높이게 된다. 사악한 문제 (wicked problem)는 보통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문제,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해결책은 옳고 그름의 단순한 관점이 아니며 혹시 해결책을 찾더라도 두 번 사용은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악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악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관련을 맺고 상호작용을 하거나,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악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미래의 전문성은 두 가지 역량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는 능동적, 주도적 전문성이다.


과학기술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결국 과학기술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마치 컴퓨터가 처음부터 스스로를 발전시켜왔던 것처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는 인간이 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인간,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도 사람이 한 것이다. 다만, 인간이 만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발전된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빨리 기술발전을 가져오기는 했다. 하지만 기술발전의 중심에는 인간의 주도적 역할이 늘 존재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인재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동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단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제한적이고 수동적인 전문성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얻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아내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능동적, 주도적 전문성이다.


두 번째는 협력적 전문성이다.


인간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점점 사악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높여 인간이 해결해야할 문제의 사악성을 더 높이게 된다. 점점 사악해지는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전문성만으로는 안 된다.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소통,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협력적 전문성이다.


전문성의 좁은 시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사악한 문제는 좁은 시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 협업, 협력, 조정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정확하게 볼 가능성이 커진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한 사람만의 관점으로 본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듯이 해결책도 다양한 접근을 해야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전문성이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였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 발전이 가능했다. 2차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유일하게 전장의 폐허에서, 구호물자로 연명하던 국가에서 후진국을 지원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은 전문성이 우수한 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문성 수준을 더 높게 하는 것을 바탕으로 주도적, 능동적 사고를 하고 소통과 협력을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