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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최항섭] 인도, 아프리카, 멕시코 미래연구를 통해 배운 점

작성일 : 2019-10-10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인도, 아프리카, 멕시코 미래연구를 통해 배운 점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장, 인문융합기술학부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프랑스 파리 소르본 5대학 사회학 박사





제1회 국회미래연구원의 국제세미나에서는 인도, 멕시코,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D Y Patil 국제 대학의 프라밧 란잔 교수는 ‘인도 기술비전 2047’을 통해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이며, 중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20년 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구를 보유하게 될 국가로서 그 기술과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도를 넘어 전 세계 국가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 기술비전 2047”은 기존의 “인도 기술비전 2035”의 패러다임이었던 “인도를 발전시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인의 삶의 질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한국도 지능정보사회,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많은 미래전략을 내놓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과 행복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국가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예측들, 특히 과학기술, 정보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은 거의 이 기술들이 앞으로 어떤 정도의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산업적 효과는 어떨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 기술의 변화가 실제로 그 기술을 이용하는, 혹은 그 기술을 이용하지 않거나 못해도 그 기술이 들어와 있는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술발전계획에서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지만, 미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담아내는 실질적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패러다임에서 미래예측과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인도 기술비전 2047’이 “생존, 인간 자신이 되기”를 새로운 전략목표로 설정한 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되기를 원하고자 하는 인도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보여준다. 또한, 이 미래비전이 성공하기 위한 바탕으로 인도의 ‘문화’와 ‘다양성’을 제시했는데, 특히 영어권의 문화, 그리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것은 갈등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의 경우 엄청난 인력들이 국제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역할들을 담당하는데, 그 중 단순통화서비스 업무와 같은 것들이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경우, 이 인력들의 직업상실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장기 미래연구와 공공정책”에서 멕시코의 안토니오 알론소 콘체이로 박사는 멕시코의 미래예측작업을 주도했던 경험을 토대로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정부와 일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통해 미래연구가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특히 한국의 미래연구가 앞으로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컸다. 특히 그는 미래연구자로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싶지만, 정부의 처지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기에 종종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는 한국의 미래연구가 지난 10~20년간 경험한 것과 대단히 유사하다. 그는 정부가 빠르게 흐르는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가치와 패러다임에 얽매인 정책을 내놓는다고 비판하였다. 유사한 경험을 뼈저리게 했던 필자로서 이 지적과 비판에 공감하였다. 한국의 경우에 특히 5년제 대통령 단임제의 제도에서 미래연구는 단기간 성과라는 정부의 방향설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미래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일하면서 수없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알론소 콘체이로 박사는 새로운 멕시코 정부에서 미래를 키워드로 하는 여러 가지 정부작업이 이루어졌지만, 결국은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이전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까지 탄생했지만, 같은 맥락으로 미래지평의 설정 등에 있어서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의 발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국민참여형 미래예측 작업이었다. 미래연구는 그동안 미래예측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그 전문가들의 혜안이 있다 하더라도 집단지성의 힘을 제대로 담지 못하면 어떠한 동력도 이끌어내기 힘들다. 특히 한국처럼 교육수준이 높아진 사회에서 국민참여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미래연구만이 앞으로 사회적인 반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자가 수년 전에 작업한 일반국민의 미래를 해독하는 능력인 ‘미래문해력’ (futures literacy)이 앞으로 미래연구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가나의 쥴리우스 가튠 박사는 “2050년을 향하여-4차산업혁명을 위한 아프리카의 준비”에서 현재 아프리카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륙이라고 첫 운을 뗐다.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사회정치적 불안에도 인구, 자원 등에 커다란 잠재력을 보유, 아프리카의 미래예측과 준비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의 경제와 산업구조를 바꾸어놓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아프리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안했는데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아프리카의 4차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인적자원, 사회간접자본 등의 결핍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는데, 한국이라고 이러한 결핍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인적자원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회간접자본도 인터넷 속도를 제외하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사회문화적 토양, 즉 상호신뢰가 대단히 위험한 수준인 것도 한국의 4차산업혁명 성공에 있어 위험요소가 된다. 가튠 박사는 4차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교육을 강조하였다. 아무리 4차산업혁명을 외친다고 해도 그 사회가 인력과 사회간접자원 부분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그 혁명을 통한 기술들이 확산된다면 엄청난 실업과 비효율성이라는 재앙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이겠지만, 이를 위한 인력양성, 이 기술들이 가져올 사회적 위험들에 대해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 멕시코,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전략 발표를 들으면서 미래연구와 미래전략수립은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국의 미래연구는 국책연구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진행해 왔으나 국회미래연구원이 설립되었기 때문에 이제 모든 역량과 지원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내야할 것이다. 내년에도 국회미래연구원의 국제세미나가 열려 한국사회의 미래전망과 전략작업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