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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변미리] 유럽과 아프리카 미래비전 연구를 통해 본 한국사회 미래연구의 의의와 역할

작성일 : 2019-10-15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유럽과 아프리카 미래비전 연구를 통해 본 한국사회 미래연구의 의의와 역할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서울특별시 행정서비스 평가위원

서울특별시 정보화사업 평가위원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국회미래연구원이 개원 1주년을 기념하여 ‘2050년 세계 예측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설립 당시 설립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자격으로 함께 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국회미래연구원의 1주년 기념 세미나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 글은 필자가 토론자로 참여한 제1세션 ‘2050년 세계의 미래’에서 발표된 유럽연합의 미래전략계획인 ESPAS 2030 리포트와 아프리카 지역의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국가의 정책 준비도 제고 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한 우리사회에서의 미래정책 연구의 의의와 역할에 관한 생각이다.


유럽의회 정책분석관인 레오폴드 스메르징은 ESPAS2030 보고서를 토대로 2050년 세계의 변화 예측을 위한 메가트렌드 추세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특히 인구, 환경, 기후변화와 국제관계 등의 메가트렌드가 실제 정책에 어떻게 적용가능한지 등 미래예측의 정책적 반영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율리우스 가툰 아프리카 경제혁신센터 정책자문위원은 제4차산업혁명이 아프리카 지역에 미치는 기회와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아프리카 지역의 산업구조나 자동화 정도, 생산력 환경 요인 등의 현황, 4차산업혁명 시기 아프리카 지역이 갖는 기회에 대해 논의하였다. 필자가 흥미롭게 주목한 부분은 아프리카 지역의 기술발전의 기회가 역설적으로 아프리카 지역 간, 지역 내 양극화와 불평등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이다. 가툰은 아프리카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구체적인 기술혁명의 영향력에 관한 서베이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긍정적인 요소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기술발전이 사회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리더쉽을 중심으로 한 정부조직의 대응력이 중요하다는 아프리카 국민들의 인식을 소개하였다.


이번 논의를 통해 필자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미래연구와 이에 근거한 정책개발 환경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미래연구 추진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미래연구가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하’ 효과이어야 한다. 스메르징이 발표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래보고서를 통해 정책결정자들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들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타트 라인에 서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연구와 국회미래정책연구원의 역할과 관련하여 이 부분은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미래는 주어진 조건에서 저절로 현재화되기보다는 현재적 조건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지난한 노력과 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래연구보고서는 정책결정자들에게 ‘아하’ 효과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미래연구과정에서 ‘시민참여’의 역할과 방법론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토론과정에서 유럽연합의 미래연구 과정에서 유럽의 일반 시민들이 어떠한 형태로 참여했는지에 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미래보고서 작업 과정은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가능했으며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은 특별히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의 미래전략과 관련한 논의를 발표한 낸시 도노반은 포사이트 과정에서 시민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경향성을 고려해 시민들의 ‘미래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예측 민주주의 anticipatory democracy’ 개념을 이야기하였다. 우리사회에서 4차산업혁명을 통한 미래 스마트도시의 핵심 개념으로 시민중심, 시민참여 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한 편이다. 스마트도시의 인프라가 갖춰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참여적’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시민들의 역량을 고려하여 ‘시민참여’에 관한 여러 논의를 개발해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회미래연구원의 국제회의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미래연구란 포사이트를 통해 미래를 구축해 나간다는,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세계와 우리사회가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미래연구 환경에서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은 미래연구를 통해 정책결정자들에게 한 사회의 미래정책 방향의 주요 준거가 될 수 있는 ‘등대’ 혹은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의 대상이자 또 다른 주체인 국민들에게는 한 사회의 미래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혜를 모아 ‘의지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확산시키는 것, 이것이 미래연구를 통해 우리가 달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