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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묵] 한국 청년 정치의 미래를 위한 제언

작성일 : 2019-12-1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한국 청년 정치의 미래를 위한 제언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대외협력 이사



美 아이오와 대학교 정치학 박사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역대 최연소 총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최연소 총리이기도 한 핀란드의 새 총리 산나 마린(Sanna Mirella Marin)은 1985년 생으로 이제 35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30-40대 젊은 지도자의 출현은 비단 핀란드만의 이례적 현상은 아닌 것이 조만간 산나 마린도 세계 최연소 총리 자리를 물려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2017년 31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총리로 선출된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는 비록 지난 5월 불신임 투표로 잠시 총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쿠르츠는 지난 9월 조기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연정이 계획대로 잘 구성된다면 다시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단 마린과 쿠르츠 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시 혼차루크(Oleksiy Honcharuk) 총리는 1984년 생이고,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n)도 1980년 생이며, 이 밖에 프랑스, 아이슬란드, 스페인, 코스타리카 등도 40대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30-40대 젊은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세대 교체의 움직임과 달리 여전히 한국 정치의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년 대 초에 당시만 해도 젊고 참신한 개혁이미지로 무장한 소위 386세대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하였지만, 그 이후로 청년 정치인들의 새로운 부상이나 활약은 많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었고, 소위 제도권 정치영역 안에서만 보자면 세대 간 불균형은 최근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최근 존재감을 더 해가고 있는 광화문 광장 정치의 한복판에서는 우리의 청년세대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늘려가고 있을지 몰라도, 살짝 고개를 돌려 여의도만 보더라도 그 중심에 위치한 중장년 층에 비해 우리 청년정치인들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여의도 정가에는 주요 당의 대표로 6-70대 의원들이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반면에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만은 않다. 실제로 20대 국회의 2-30대 국회의원은 모든 정당을 통틀어 단 3명에 불과하다. 한국일보 기사(2019년 6월 7일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연령이 41.0세라면, 그들의 정치적 대표 그룹이라 할 수 있는 20대 국회의원들의 평균연령은 55세 이상으로 일반시민들의 평균 연령 보다 15세 이상 높다고 한다. 물론, 물리적 연령만으로 인물이나 정책의 세대별 대표성이나 참신성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국회 내에서 5060세대는 지나치게 과다대표된 반면, 2030 청년세대는 그들의 응당한 몫에 비해 너무 과소대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일자리 감소,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빠르게 변화는 사회환경 속에서 그 도전의 중심에 서게 될 미래 세대의 대표주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찾지 못 하고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국회에 한 둘 단발성으로 입성하게 되는 현재의 우리 정치 구조는 분명 문제가 많다. 더군다나 우리가 많은 부분에서 비교 대상으로 상정하는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의 청년 정치 대표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제의원연맹(IPYU)가 매년 발행하는 청년 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40세 이하 국회의원 비율에서 우리는 0.66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하였다. 참고로 덴마크의 40세 이하 의원 비율은 41.34%, 그리고 이번에 34세 총리를 배출한 핀란드가 36.0%, 싱가포르 21.74%, 그리고 일본(8.39%), 미국(6.67%), 중국(5.61%) 등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앞으로 다양한 청년 세대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우선은, 우리 정당들이 그들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일찍부터 발굴하고 잘 육성해내는 자체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웨덴, 독일 등의 서유럽의 오래된 전통 정당들은 다양한 청년 정치 양성 프로그램들을 운용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각각 청년사민당, 청년녹색당 조직을 운영하며 꾸준하게 청년인재들의 제도권 정치 진입을 유도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경우에는 봄메쉬빅아카데미(Bommersviksakademien)라는 일종의 청년정치학교 교육을 통해 매년 수백 명의 차세대 청년 지도자를 육성하여 자연스러운 정치권 세대교체를 지원해 오고 있다. 매년 선거 때만 되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외부에서 명성을 쌓은 한 두명의 청년들을 정치권으로 경쟁하듯 유입시켜 이미지 소비를 유발하는 낡은 충원 모델로는 우리 정당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또한, 정치 신인들의 선거판 진출을 제도적으로 가로 막고 있는 비싼 기탁금 제도에 대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은 25세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지만, 1500만원이라는 비싼 기탁금은 막대한 선거비용과 별도로 아직 경제능력이 미천하기 마련인 대부분의 청년들이 제도권 정치의 장에 진입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선관위 조사자료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에는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으며,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경우에서 처럼 설사 기탁금 제도가 있을지라도 대게 100만원 미만의 낮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50대 이상의 남성 엘리트 위주로 돌아가는 현행 국회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 논의가 시급하다. 아무리 정당이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발굴하고 양성해 낸다 할지라도, 그리고 기탁금 등 제도적 진입 장벽을 낮춘다 하더라도, 국회 진입 자체가 ‘좁은문’으로 막혀 있다면, 상대적으로 정치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우리 미래 세대들이 여러 현실적 경쟁을 뚫고 정치권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다른 여러 명분과 별도로 다양한 청년 정치인들의 제도권 정치 영역 진입을 위해서라도 의원정수 확대는 전향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