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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국제환경분쟁과 미래

작성일 : 2020-01-02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국제환경분쟁과 미래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박사






환경은 국제분쟁의 대상일까? 그렇다. 때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때로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서로 다툰다. 군사・안보적 갈등이 전쟁으로 귀결되고, 상품과 재화의 교역을 둘러싼 갈등이 무역분쟁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환경문제를 둘러싼 국가들 간의 손익계산 역시 분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국제분쟁으로 이어지는 환경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세기 중반까지는 환경문제가 국제분쟁의 대상이 되는 일이 드물었다. 초국경적으로 흐르는 공유하천을 둘러싸고 다툼이 발생하거나, 특정한 어종에 대한 접근권과 할당량을 두고 갈등하는 것이 19세기 국제환경분쟁의 전부였다. 이후 20세기 초・중반에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포획을 제한하는 규칙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국제환경분쟁의 영역에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이르자, 가장 심각한 환경분쟁의 대상이 되는 영역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무분별한 폐기물 해양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경제개발우선주의가 초래한 산림전용과 산림황폐화,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 불법투기로 인한 오염, 유해화학물질의 초국경적 이동, 프레온가스의 사용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된 산성비, 미세먼지, 기후변화의 가속화, 생물다양성의 감소, 사막화와 물 부족, 질소와 인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토양오염 등 무수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어떤 사안들은 국가 내부의 관리와 거버넌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만, 또 어떤 사안들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초국경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는 자연히 국제분쟁의 원인이 되었고, 반드시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초국경적 환경문제가 늘어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자, 많은 학자들은 이것이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환경자원의 사용방식과 문제의 구조에 따라 국제적인 환경문제를 몇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째, 환경자원의 사용방식에 따라 환경문제는 ‘소비적 사용’과 ‘비소비적 사용’의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소비적 사용은 자연이 스스로 ‘보충’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도록 인간이 자연을 사용하여, 자연자원의 ‘양적’ 감소를 유발하는 것을 뜻한다. 흔히 자연자원의 ‘고갈’이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역사적으로 어업, 사냥, 물 사용 등을 둘러싸고 고갈을 유발하는 남획의 문제가 부각되어 왔으며, 국제적으로 빈번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반면, 비소비적 사용이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도록 인간이 자연을 사용하여, 자연자원의 ‘질적’ 감소를 유발하는 것을 뜻한다. 비소비적 사용이 과도하면 ‘훼손’이 일어난다. 훼손은 대개의 경우 다른 목적을 지닌 활동에 의한 비의도적이거나 부수적인 효과인데, 현대 산업사회에 들어 심각한 환경문제로 부상한 대기오염, 하천오염, 해양오염, 생물주거지 파괴 등의 경우가 대부분 이에 해당된다.


둘째, 환경문제의 구조에 따라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과 ‘상류/하류(Upstream/Downstream)’로 구분이 가능하다. 미국의 생태학자인 하딘(Garrett J. Hardin)의 1968년 Science지 논문을 통해 제시된 ‘공유지의 비극’ 개념은, 개별 주체의 합리성과 자유가 집합적 합리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비유를 통해 보여준다. 소를 키우는 마을에 모두가 함께 쓰는 목초지가 있을 때,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초지의 풀 복원량을 초과할 정도로 소를 많이 풀어놓게 되면, 결국 목초지가 황폐화되어 그 누구도 소를 키울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법령을 통한 규제, 소유권의 부여를 통한 개별적 관리 유도, 또는 소규모 공동체의 자체적 규칙 제정이라는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한편, ‘상류/하류’는 ‘공유지의 비극’과 다른 문제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동시에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공유지의 비극’에 비해, ‘상류/하류’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된다. 상류는 모든 혜택을 누리지만 오염에 따른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으며, 하류는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 하지만 대부분의 오염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다. 공유하천, 산성비, 미세먼지, 불법수렵 등의 문제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자발적 협력이 불가능한 비대칭적 구조이므로, 하류가 상류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또는 상류와 하류의 힘의 차이에 따른 강압적 규칙 제정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모든 국제환경분쟁은 환경자원의 사용방식 두 가지와 문제의 구조 두 가지가 결합되는 패턴 내에서 발생한다. 즉, 국가 간 공유자원의 고갈 또는 훼손의 상황이 대칭적 또는 비대칭적 구조의 형태를 띠고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현대 환경문제의 영역은 크게 확장되었으나, 문제의 성격과 구조는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연어, 고래, 대구 등 특정 동・식물의 고갈에 따른 공유지의 비극 문제나, 라인강과 같은 공유하천의 오염에 따른 상류/하류 문제 등에 한정되었던 국제환경분쟁이, 오늘날에는 전지구적 규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대부분의 국제환경분쟁 역시 고갈 또는 훼손의 가속화 및 심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유지의 비극 또는 상류/하류 문제의 구조를 띄고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규제, 소유권, 공동체 규칙, 인센티브, 강압 등의 방식을 통해 모색・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에 정확히 해당되지 않는, 미래의 국제환경분쟁을 야기할 특별한 변수로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 있다. 인간 활동(주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변화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현재와 미래의 국제환경분쟁은 어디까지나 “환경” 요인을 둘러싼 국가 간의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대기오염, 물 오염 등의 환경 요인을 넘어, 국가안보와 더 나아가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새로운 안보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후변화는 고갈과 훼손이라는 환경자원 사용의 문제점을 동시에 갖고 있고, ‘공유지의 비극’이 갖는 집단적 비합리성과 ‘상류/하류’가 갖는 비대칭성 및 형평성의 문제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오염에 따른 지역적・국가적 피해를 넘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홍수, 태풍, 가뭄, 폭염, 폭설, 한파, 해수면 상승 등의 빈도와 강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물, 식량, 주거의 면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줄어들고, 이에 따른 자원사용, 질병, 빈곤, 이민, 난민 등으로 인한 분쟁의 정도 역시 급증할 것이다. 즉, 기후변화는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변수이자, 감염병, 난민, 빈곤 등의 증대를 초래하여 국가 간 군사・안보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이중적인 안보 변수이다. 따라서 미래의 국제환경분쟁에 있어 기존의 분쟁 패턴과 해결책에 대한 이해 및 대비가 필요함과 동시에, 새로이 부상한 기후변화라는 환경-안보 결합의 신안보적 위협 요인에 대한 국제적・국가적 대응 역시 시급히 그리고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