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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전병유] 코로나 대응 정보기술 활용법

작성일 : 2020-05-07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코로나 대응 정보기술 활용법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부교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 의제별 위원회 위원장

前 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2020년 5월 현재 코로나 펜데믹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3백만 명 넘게 확진되었고 20만 명이 넘는 인간 생명이 사라졌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수억 명이 감염되어 수천만 명이 사망한 1919년 스페인독감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 철저한 봉쇄, 방역, 치료 때문이겠지만 발달된 정보기술도 한몫하고 있다. 스페인독감은 결국 많은 사람의 죽음과 인간의 면역력으로 종식되었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대만 등 코로나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과 빅데이터 분석(big data analytics)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했다.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기술과 사회 신용 시스템을 구축해온 중국을 보자. 개인 통신 데이터와 2억 개에 달하는 감시카메라를 활용하여 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자가 추적되고 동선이 공개됐다. 통신업체에서 작성한 여행 확인 보고서를 제출한 노동자들만 직장으로 복귀시켰고, 의심이 우려되는 노동자들의 이동 기록과 체온 정보도 보건 당국이 관리하는 플랫폼에 전송되었다. 정부의 통합데이터플랫폼은 보건, 경찰, 금융 등 개별 부처들이 수집한 데이터들을 통합 관리한다. 체온측정방식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단순히 체온계를 귀에 대고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구식이다.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적외선 이미지가 화면에 표시되면서 체온이 바로 측정되는 장치가 보편화되고 있고 그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방역을 위해서는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개인정보와 데이터 기반 정보 기술은 방역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고 아마 이것은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로 정착될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어도 18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 앞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동선과 접촉을 모니터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파악과 격리에 사용되었다면, 앞으로는 바이러스에 대한 스마트 예방 기능에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로 바이러스 감염의 초기 징후를 식별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이다. 개인 정보 파악으로 구축한 빅데이터와 전문가가 결합하여 지역별 일기 예보와 같은 지역별 감염 위험 예측과 전염병 예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 시 특정 지역-집단에 대한 타깃형 격리 전략이 구사될 것이고 학교와 작업장은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유연하게 운영될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감염자 추적 앱 개발에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대거 나서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협력하여 기기의 호환성 문제를 극복하는 스마트기기 간 접촉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이미 밀접 접촉자 탐색 앱(Close Contact Detector)이라는 모바일 앱을 이미 출시해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못지않게 인간의 코로나 지식 확산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과학 논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 3개월 만에 코로나 관련 논문이 2천 편이나 나왔다고 한다. 개별 연구자가 모두 이해하고 분석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와 MIT의 인공지능 센터는 방대한 데이터, 정부, 지식에서 더 필요한 부분을 선별하여 연구 문제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 전문가와 빅데이터-인공지능의 협업 모델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바이러스의 예방과 방역,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분명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는 한계와 위험이 존재한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했을 때 빅데이터는 에볼라의 초기 경고 신호를 놓쳤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동선 추적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주로 병원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복잡한 현실을 과거의 경험에서 형성된 전제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선입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하거나 일방적인 의존은 자칫 감염병 방역과 예방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개입과 통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사람, 방역과 보건, 의료 전문인력, 인구 특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협력과 협업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자 하는 스마트폰을 통한 위치와 동선 추적 앱도 주위 확진자와의 접촉이나 전염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고층 빌딩에서는 위치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농촌 거주자나 고령자와 같이 스마트폰 취약계층이 제외될 수 있으며, 부정확한 위치 데이터에 의한 격리 조치는 시민들의 불만과 신뢰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접촉자 확인과 정보 공유는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개인 정보 활용에서는 감염병 대응과 개인의 프라이버스의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 기술이 제공하는 공적 이익과 개인의 사적 자유 간의 상충 문제이다. 공공선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감시를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접촉 추정 앱의 경우, 개인의 접촉 정보가 개별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의 서버에 집중되고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참혹함과 처참함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통신업체, 금융기관 등이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스마트폰 위치 데이터를 공유하여 확진자들이 주변에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는 것에 크게 저항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1차 파동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경우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가장 강력한 데이터 규제와 개인 정보 보호 체계를 가지고 있는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제(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는 데이터의 사용 목적에만 활용하고 과도한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최소주의 원칙(minimalism principle), 사용 후 즉시 삭제라는 일몰 주의 원칙, 개인 단위가 아닌 집단 단위의 집계된 자료만의 이전과 공개 원칙, 개인 식별을 방지하는 비식별화 조치의 의무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러한 규제 조치가 완화되거나 재정의될 수도 있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정부가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중앙 서버에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민간 대기업들은 개인의 상세한 위치나 이동 정보가 아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행동 패턴에 대한 통찰 정도를 제공하는 데 개인 정보를 사용할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서 보편적이기보다는 타깃 수준이 더 높은 정보들이 활용되고 이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 시기에 정부에 부여된 새로운 권한과 힘은 위기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데이터 일몰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개인 정보는 상당한 정도 공유되고 활용될 것이며 정부의 통제하에 관리될 것이다. 바이러스와 프라이버시가 상충관계이고 감염병 예방과 개인정보보호의 선택 상황이 딜레마라고 하지만, 방역과 개인정보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개인 정보가 침해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보기술에 의존한 감시 시스템만으로는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할 수 없으며 감염병 방역에 필수적인 것이 국민들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감염병 퇴치와 예방을 위해 정보기술의 활용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정보의 공적 활용 시스템에 대해서 더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