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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용상] “루비콘 강을 건너다”

작성일 : 2020-06-29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루비콘 강을 건너다”



영남대학교 조교수, 교육혁신연구부장


한국교육평가학회 이사, 개인정보보호법학회 이사

前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기획분석실장,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UC Berkeley 교육 측정 평가 박사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작은 강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흔히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고 표현한다. 2020년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바로 ‘루비콘 강을 건넜다’라는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비대면 사회(untact society)로 전환되었고,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이 되더라도 코로나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루비콘 강을 건너 비대면 사회로 넘어 왔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사회 각 분야에서 아직도 진행형이고, 그 정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교육 분야는 전면적인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통해 외견상 가장 비대면 사회에 충실히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는 빠르게 구축되었고, 학생과 교사는 새로운 수업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 원격 수업 초기에 제기된 불만과 우려는 점차 해소될 것이고 각급 학교와 대학의 온라인 원격 수업의 경험은 에듀테크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K 방역이 전세계의 표준 모델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교육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최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을 구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교육은 이러한 장밋빛 미래만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위기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위기를 대전환의 징후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우리의 다음 행동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는 위기 극복 이후 다시 과거의 일상으로 회귀하고자 할 것이고, 후자는 위기를 기회 삼아 미래로 나아가고자 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과거를 그리워 해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존의 교육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이미 달라지고 있고 또 달라져야만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뉴노멀(new normal) 시대’, 또는 ‘온택(ontact) 시대’로 지칭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교육이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0년 교육부 업무계획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데이터’이다. 2020년 업무계획에서 교육부는 미래 혁신인재 양성과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추진 전략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교육 행정 과학화를 제시하였다. 코로나 이전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비대면 원격 수업 상황에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기존의 학교 현장에서 교수 학습 활동은 교사의 기록에만 의존했지만 온라인 원격 수업 상황에서는 다양한 교수 학습 활동이 자동적으로 기록 될 수 있고, 이러한 데이터들이 학교 현장과 관련한 정책 결정의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될 것이며, 따라서 교육 분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데이터 시대’로도 규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교육 당국은 이러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즉 ‘데이터 시대’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미 미국은 일찍이 국립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NCES)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교육 데이터를 체계적 관리하고 있으며, 중국은 최근 과학기술부 산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여 정부 산하 기관에서 생산하는 모든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정치권에서 ‘데이터청’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지속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도 교육관련 기관에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갈 수 없다. 2000년전 카이사르처럼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비하여 미래의 정복자가 되느냐 아니면 변화를 거부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미래의 반역자가 되느냐 두가지 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강을 건넜는데 여기서 주저한다면 미래의 반역자로 전락할 것이다. 데이터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한 제반 시스템 구축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