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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코로나 이후, 완전한 디지털 사회!

작성일 : 2020-11-19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코로나 이후, 완전한 디지털 사회!

이승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ETRI 책임연구원) 2020. 11. 19.


코로나 이후, 완전한 디지털 사회!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와 영원히 함께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전염병이 인류 문명에 큰 충격을 주었듯이, 이번 팬데믹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19세기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던 콜레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레라는 ‘물’을 통해 퍼지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다. 코로나19는 밀접 ‘접촉’을 통해 사람과 동물 간에 전파되는 인수공통(人獸共通) 전염병이다. 콜레라는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하지만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콜레라를 종식시켰을까? 바로 상하수도시스템이었다. 백신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방어책이 백신과 치료제일 수는 있으나, 모든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미지의 인수공통전염병이 등장하면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가능성과 적용 기간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간이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방역’과 ‘경제’가 동시에 작동되어야만 한다.  


최근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뉴욕타임즈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의 암호를 푼 것 같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생명’과 ‘생계’, 두 가지 모두를 지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디지털 역량을 보여주었다. 콜레라에 맞서기 위한 상하수도시스템이 코로나19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인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생명’과 ‘생계’를 모두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술의 역할이 바뀌고, 속도와 방향이 달라진다. 첫째, 코로나19는 우리 삶에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매우 기본적인 행위들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세계는 ‘디지털 기술’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곁에 디지털 기술만 있으면,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10년 전에 출현했다면 기술이 지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먹고, 자고, 이동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되었다. 즉, 매슬로 욕구 단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디지털 기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삶의 기본적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연결(시간)과 실감(공간) 기술의 완성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기술의 속도가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기술 ‘확산’의 속도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의 속도가 동시에 빨라지고 있다. 기술 확산의 관점에서 보면, 전염병 전파와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 매우 압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대면·비접촉 조건에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유례없이 높아진 것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사회 변화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느리게 진행된다. 변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은 기술 도입과 사회 변화 기간을 압축시켰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디지털 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시스템이 근본적인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인화와 원격화로 특징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 산업 지형 등이 코로나 이전과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한편, 기술 가속의 또 다른 측면인 기술개발의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으로의 강한 압박과 미래 이슈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기술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AI 기술은 지난 10년 동안 무어의 법칙보다 최소 다섯 배 이상 빠르게 발전했다. 결과적으로 AI 융합 기술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기술 수준 또한 급격하게 향상되고 있다. AI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코로나19는 디지털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기술개발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를 압도했다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새롭게 드러난 국가 현안과 미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기술 개발과 확산을 압박하고 있다. 즉, 비대면 사회, 공동체 와해 대응, 리스크 관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제질서 변화 등이 기술개발의 새로운 요구(needs)로 작용하면서 기존 시장견인(demand pull) 또는 사회문제해결형(social problem-solving) 기술과는 다른 양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다양하고 강력한 요구는 ICT, AI 등 범용기술의 혁신과 확산을 가속하고 신기술 탄생을 촉발할 것이다. 과거 전기라는 범용기술이 사회 변화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약 30년이 지난 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ICT와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진정한 융합 시대를 열고 다양한 신기술을 폭발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기술은 역할과 속도, 방향이 달라지고 우리 삶의 가장 아래에서부터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은 경제성장과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삶의 보조적인 수단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일상의 필수적인 인프라로 작동할 것이다. 요컨대,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완전한 디지털 사회’가 된다.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인 셈이다. ‘완전한 디지털 사회’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우선순위가 역전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완전한 디지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일하고, 만나고, 얘기하고, 먹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이다. 여기에는 일하고 만나는 공간, 음식을 만드는 방식, 돈의 형태 등이 모두 해당한다.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결되는 순간, 디지털화된 객체는 스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세상!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사회시스템은 효율화되고 최적화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그렇게 된다. 


19세기 ‘콜레라’가 도시 문명을 재탄생시켰다면, 21세기 ‘코로나19’는 완전한 디지털 문명을 열어갈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전한 디지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소비 등 모든 경제·사회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디지털화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관성적 자세를 버려야 할 것이다. 기술 확산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가 일체로 움직여야 한다. 디지털이 우선시되고 기본이 될 수 있도록 경제·사회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디지털 기술을 소환했고, 디지털 기술은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 완전한 디지털 사회! 인류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다. 



이승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ETRI 스쿨 과학기술경영정책학과 교수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