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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권기석] COVID-19 시대,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작성일 : 2020-11-2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COVID-19 시대,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권기석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현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2020. 11. 26.


COVID-19 시대,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코로나 시대, 우리는 빈번한 화상회의, 온라인 주문, 여행업계의 불황 등 일상에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대응이 ‘K-방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기술혁신 환경과 체제 또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과연 어떠한 요인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체제의 환경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시스템 변화는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관련 기술 및 정책 분야 전문가 그룹의 패널토론을 중심으로 미래예측 방법론을 적용해 보았다.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미래예측 방법론의 결합을 시도하였다. 먼저 패널토론을 통해 사회, 기술, 경제, 환경, 정치 영역에서 코로나로 인한 국가혁신체제에 대한 주요 영향 동인을 추출해 보았으며, 이들의 관계를 교차영향분석(CIA)을 통해 찾아내고 군집화하였다. 군집화를 통해 단순화된 차원을 기반으로, 경우의 수에 따라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미래예측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첫째,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동인은 무엇인가? 둘째,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가 맞이할 환경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셋째,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의 변화는 요소별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의 답을 찾고자 한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혁신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핵심동인에는 건강, 개인주의, 언택트 문화 등이 있었다. 기술적 동인으로 언택트 기술, 보건환경과 관련된 기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이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았다. 경제적 변화에 있어서는 여가 시장의 확대, 온라인 경제의 활성화가, 환경적 측면에 있어서는 신재생 에너지 활용의 확산, 온난화 심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평가되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환경에서는 지역의 자율성 강화, 과학기술 역량의 중요성 증대가 중요한 동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앞에서 제시한 동인들을 ‘지역’과 ‘글로벌 밸류체인’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단순화하였다. 이러한 두 차원은 경우의 수에 따라, 네 가지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다. 즉 지역중심체제가 강화되거나 약화되고, 글로벌 밸류체인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를 “지역 성장의 신호탄”이라고 명명하였는데, 지역중심체제가 강화되고 글로벌 밸류체인이 약화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수도권 집중에서 지역 균형 발전으로 혁신 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며, 이를 위해 지역의 자율성, 권한, 책임이 더욱 커진다. 코로나를 계기로 촉발된 해외의 공급망 변경은 지역 사회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이 약화되더라도 실제 연구기능은 해외에 남고, 생산 기능만 국내로 옮겨올 경우, 지역의 지식 생산 기능은 여전히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학과 교육 혁신의 병행을 통한 지역 지식 인프라의 경쟁력 확보도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가장 회피해야 할 시나리오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혁신이 일어났으나 여전히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체제가 유지될 경우로 보았다. 이 시나리오는 “혁신성장과 지역갈등”으로 명명되었는데, 중앙정부 중심의 체제 유지로 단기적으로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보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속도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정책 대응의 한계가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를 지역 혁신동력과 연계시킬 경우, 다양한 갈등이 야기될 수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역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더욱 고착화 시키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회피 시나리오를 지양하고 선호 시나리오를 추구하면서, 국가혁신체제의 관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다양한 세부 질문을 구성하였다. 코로나 이후 기술혁신의 패턴이 어떻게 바뀔지, 기업과 대학 출연(연)의 연구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이와 관련된 정부와 지원기관의 변화를 어떻게 유도해 가야 할지 등이다.  

먼저, 기술혁신의 패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기술개발이 기술공급적 관점이 아닌 문제해결형이나 사회수요를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에 대한 기술적 대응과 성공은, 그간 국가혁신체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분야별 장벽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하였다. 다시 말해 특정 분야의 기술만이 동원된 것이 아니고 즉각적이고도 학제적인 융합연구가 큰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를 창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시급한 연구에서는 실질적인 융합연구가 강화되리라 예상된다. 또한,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규제가 동시에 고려되면서 진행될 것이다. 규제는 기술개발 관련 규제와 함께 산업화 단계에서의 규제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두 규제가 동시에 고려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 부문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경험한 보건의료산업의 기술개발이 확산되리라 예상된다. ‘K-방역’이 한국뿐 아니라 국내기업들의 국제적인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기술은 어느 정도 있으나 시도를 못 했던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사례가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형 기술을 채택하는 확산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형 기술개발을 독려함과 동시에 기존 기술을 기업들에게 확산시키는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등에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비대면 시장기회가 확대되어 자동화, AI 등으로 노동의 형태, 노동시장의 구조가 변화될 것이다.

대학이나 인력양성에 있어서는 비대면 교육의 활성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대안의 모색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교 육부문에 적용되는 4차 산업혁명용 기술을 포괄적으로 ‘에듀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 부문은 향후에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비대면 교육이 강화되면 각 교수들의 강의가 녹화되어, 단순 지식전달형 과목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나 교사들에게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체험형, 실습형 교육이 강조되면서 중앙집권적인 교육콘텐츠보다 지역특화적인 교육이 강화되리라 예상된다.  

과학기술분야 공공연구소의 경우, 사회의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기능이 다시 부각될 것이다. 즉 국가 위기대응체계의 중요 수단이 되어 산학연을 아우르는 연구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는 분야별 독립형인 현재의 체제에 변화를 주어 융합연구가 원활하여지도록 할 것이다. 문제 대응형 연구는 대체로 특정 기술 분야 하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관 운영에 있어 자율성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위기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을 위해서는 속도가 필수적이어서,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수준 높은 연구를 하려면 전문성과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원기관의 역할 또한 중요해진다. 정부는 먼저 국가적인 과제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인 과제는 재난에 대한 위기대응도 있지만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서 오는 산업적인 위기에 대한 대응도 포함될 것이다. 정책의 집행전략에 있어서 국가적인 과제 해결형 기술개발 전략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제의 추진에 있어 최종 사용자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과제를 총괄하도록 할 것이다. 연구개발 지원기관의 경우,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이 현재보다 더 강화될 것이므로 “통합적 역할을 하거나 협업프로그램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커질 것이다. 또한 기술개발의 결과를 문제해결을 위해 즉각적으로 투입해야 하므로 지원기관의 프로그램 기획기능이 더 강화될 것이다. 이때 기획을 지원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제를 잘 아는 민간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 글은 저자의 다음 두 논문의 내용에 기반을 두고 수정하고 보완하였음을 밝힙니다. Kim, Y. Park, S. and Kwon, K.-S. (2020), Forecasting the Environmental Change of Technological Innovation System in South Korea in the COVID-19 Era, Asian J of Innovation and Policy, 9(2), 133-144, Park, S.-U. and Kwon, K.-S.(2020), Prediction of Changes in the National Innovation System and Science & Technology Policy after COVID-19, Asian J of Innovation and Policy, 9(2), 145-163. 



권기석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비상임 감사
前기술혁신학회지 편집위원장
前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
영국 Sussex대학 과학기술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