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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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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양재진] 확정적 미래, 초고령 사회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시급하다

작성일 : 2020-12-0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확정적 미래, 초고령 사회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시급하다

양재진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2020. 12. 03.


확정적 미래, 초고령 사회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시급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추계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한 가지 비교적 매우 확실한 예측이 있다. 인구 전망이다. 지난 10월 15일 통계청이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발표했다. 2020년 현재 한국의 총인구는 5,178만명이다. 2028년에 5192만 7천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 173만명을 제외한 내국인 인구는 2020년 올해가 정점이다. 5,005만명. 5,000만명을 가까스로 넘긴 내국인 인구는 내년부터 바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20년 뒤인 2040년에는 120만명이 줄어 4,857만 6천명이 된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 올해 803만명에서 2040년에는 지금의 두 배가 훌쩍 넘는 1,666만 2천명에 이른다. 노인인구 비중은 올해 16.1%에서 2040년에는 34.3%로 증가한다. 인구 고령화 추세는 계속되어 65세 이상 노인이 2060년에는 43.9%, 2070년에는 50%가 된다. 1)  


장수 때문에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초저출산 때문에 젊은이가 없어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히 느는 것인지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인 수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가 2020년에 22.4이다. 204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61.6이 된다. 생산인구 100명에 노인인구가 61.6명이라는 뜻이다. 현재 약 5명의 생산인구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데, 20년 후인 2040년에는 약 1.6명의 생산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20년 동안 3배가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평균 5~6%대 성장을 20년간 지속해야 GDP가 3배가 된다. 현재 1%대의 경제성장률로는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 문제는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일이다. 그런데 출산율이 1.0을 하회하고 0.9 밑으로 떨어져도 조용하다. 이상하리만치 정부의 대응은 보이지를 않는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미래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당장 표가 되지 않는다고 미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약 20년 전인 2002년 합계출산율이 1.3 이하로 내려가 초저출산국가가 된 충격에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만들고,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다. 범부처가 참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보육을 시작했다. 고용보험을 통해 육아휴직급여도 지급하였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개혁을 단행하고, 국민연금이 없는 현세대 노인의 기초보장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였다. 저출산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받지만, 그나마 2012년에는 출산율이 1.3까지 반등하고 2015년까지 출산율 1.2대에 4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기초노령연금은 기초연금으로 발전해 부족하나마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하고 있다. 


2017년 합계출산율이 1.05까지 떨어지고 신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주저 앉았다. 급전직하 2020년 올해는 출산율이 0.9 이하로 내려가고 신생아 수도 28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영향이 반영된 것도 아니다. 임신 기간을 감안하면, 코로나 영향은 내년에 나타난다. 내년에는 신생아 수가 20만명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불과 6년만에 신생아 수가 거의 반 토막이 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미 늦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 저출산 문제 극복에 온 힘을 쏟아야 하면서도 동시에 늘어나는 노인들의 소득보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후자의 문제부터 보자. 무엇보다 먼저, 오래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은퇴 후 30년 동안 연금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과거와 달리 건강한 노년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70세까지는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임금의 연공급성을 완화해 기업이 중고령자 고용을 회피하지 않게 하고, 근로시간을 줄여가며 점진적 은퇴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오랜 소득활동이 가능한 여건 조성과 함께 OECD의 다른 많은 국가처럼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은 65세를 넘어 서서히 뒤로 늦추어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은 일부 자동조정되는 안정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현재는 흐지부지 사라지고 있는 거대한 가용자원을 노후소득보장에 투입하는 조치가 시급히 단행되어야 한다. 바로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화다. 퇴직금 대신에 고용주가 부담해 주는 퇴직연금 보험료가 2019년 한해만 해도 34.1조원이다. 같은 해 국민연금보험료 수입 47.8조원의 71.3%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그런데, 퇴직연금에서 연금을 받는 사람은 얼마 안된다. 2019년 기준, 계좌기준으로 2.7%, 수령액 기준으로는 26.3%만 연금으로 받는다. 중간정산해서 받고, 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고, 은퇴할 때도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는다. 퇴직연금이 이름만 연금일 뿐, 연금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진짜’ 연금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대략 18.94%에서 20.99%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이라며, 급여를 인상해달라는 사회운동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부도 공적연금 100만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 재정문제를 생각하면 국민연금의 급여 인상은 어렵다. 대신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퇴직연금을 연금답게 만드는 게 방법이다. 퇴직연금의 비용은 고용주가 부담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퇴직연금의 연금화로 추가 비용 부담없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퇴직연금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진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이 강화되면, 국가는 저소득 노인의 기초보장에 쓸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인다. 2)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은 보다 다각적이어야 한다. 먼저 인기 방송인 사유리가 선택한 ‘비혼 출산’이나 동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결합과 가족에 대해 법적인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거 커플의 자녀, 비혼모의 자녀도 건강보험부터 어린이집 그리고 주택청약까지 전통적인 법정혼 가정과 동일한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서구에서는 신생아의 50% 이상이 법정혼 밖에서 태어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공보육이 보편화되었지만, 출산과 육아휴직 시 소득보장은 아직 매우 미흡하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고, 그나마 소득대체율이 50%에 불과하며, 상한액 또한 120만원에 불과하다. 소득을 포기하고 아이를 가져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첫째 아이까지는 몰라도, 둘째나 셋째 아이는 잃는 게 너무 많고 부담스럽다. 고용보험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모성보호사업을 분리해 스웨덴처럼 부모보험을 만들고, 소득대체율과 상한액을 인상해 아이 갖는 것을 고민하지 않게 해야 한다. 


부모보험에서 결혼 축하금, 출산 축하금, 자녀간호급여 등도 지급해야 한다. 임신.출산부터 만 15세까지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면제받는 무상의료도 필요하다. 이런 혜택은 보험가입 근로자만 받아서는 안된다. 부모보험에 일반재정을 투입해 자영자나 프리랜서 같은 비임금근로자들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목적세로 부가세율을 0.5%pt 인상하는 것을 제안한다. 2019년, 10%의 부가세율에 부가가치세수가 71조원이다. 0.5%pt 세율 인상으로도 3.6조원 가량의 신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참고로, 2019년 육아휴직급여 지출 총 1조1400억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한다고 1차 재난지원금으로 14조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써버리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이란 대재앙을 생각하면 3~4조원의 신규 투자는 아무 문제 아니다. 더 과감한 재정투입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는 인구감소가 아니라 인구소멸이다. 고령화가 아니라 초초고령화다. 이 두 가지 모두 인류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20~30년 뒤 어떤 사회경제적 문제를 낳기 시작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일이 아닌데, 정치지도자들의 침묵이 걱정스럽다.  




 1) 통계청. 2020.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 2017~2040년.” (보도자료: 2020년 10월 15일). 통계청. 2019. “장래인구 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년 3월 28일)
 2) 양재진. 2020.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도 관리한다면?” 프레시안 (2020년 10월 26일). 



양재진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사회보장위원회 평가위원회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양극화해소와고용 위원회 공익위원
前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