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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리] 코로나19 시대에 생각하는 행복과 삶의 질

작성일 : 2020-12-17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코로나19 시대에 생각하는 행복과 삶의 질

변미리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현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센터장) 2020. 12. 17.


코로나19 시대에 생각하는 행복과 삶의 질


감염병 시대가 일상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일상화된 사회, 이러한 첨단시대를 살아가던 세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된 모습으로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하던 일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가는 늘 하던 평범한 하루가 전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고, 슈퍼에 가고, 쉬는 날 영화관이나 음악회에 가는 이 모든 일상이 어느 순간 멈추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가 된 회의장에서 투명 플라스틱 너머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휴가 계획을 짜며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던 그 흔한 모습이 사라졌다. 1년 전 만 해도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어느 사이 우리 일상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불행해졌다고’ ‘나의 삶의 질이 형편없어졌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야 하고, 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발전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행복지향 정책들


‘행복’은 사람들의 기본권에 관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지 않더라도 행복이 사람들 삶의 궁극적인 지향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개인의 행복감은 우리 모두의 심리적 태도나 상태에 따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공공부문의 정책적 개입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까? 한 사회나 개인의 웰빙으로서의 행복감은 측정 가능한 것일까?


과연 한 사회가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사회수준에서 행복론은 사람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이상 눈부신 경제성장의 결과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으며, 성장의 풍요로움을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과거의 시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2012년 UN은 『세계행복보고서 The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간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시민들의 삶의 행복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가 과거 수십 년에 비해 엄청난 경제성장을 했지만,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 사회의 발전수준을 국민총생산(GDP)으로 측정하던 일반적 기준에 대한 본질적 문제 제기로, 이 보고서의 출현으로 전 세계 여러 국가나 도시에서 한 국가의 성장은, 한 도시의 성장은 무엇을 의미해야 하며,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한 국가나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이후 이러한 사회의 행복지향이 공공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논지를 담은 <세계행복과 웰빙 정책 보고서>(2019)에서는 행복한 사회를 추동하는 요소들을 정책과 연관시켜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도시로서의 ‘스마트도시’가 단지 기술기반의 경제성장 도시로서의 스마트도시가 아닌 ‘사회적’인 스마트도시가 되어야 한다거나, ‘관용과 포용성’이 웰빙과 어떤 정책적 매개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혁신적 맥락에서의 행복측정 기준들


이렇듯 공공부문에서의 행복에 관한 논의와 정책적 역할에 관한 쟁점들은 흥미롭게도 사회혁신의 맥락에서 좀 더 분명하게 이해 가능하다. 사회혁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출현하거나 기존의 방식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을 매개로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 ‘사회적 가치’를 축적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행복’에 대한 이해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OECD에서 이야기하는 Beyond GDP 혹은 GDP Plus Beyond 라는 사회발전의 지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한 사회의 행복을 측정하는 기준을 만들 때 시민참여적 방식의 사회혁신 모형이 세계 여러 도시나 국가에서 적용되고 있다. 영국은 그 사회의 발전 척도인 행복지표를 만들면서 수십 만 명의 시민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혁신 거버넌스를 만들었으며, OECD나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는 ‘경제성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발전의 가치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준으로서의 행복지표들은 사회의 변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혁신되고 있다.  

감염병시대, 행복지향 사회의 구축을 위하여


감염병의 시대, 우리는 사람들의 행복과 일상의 삶이 보다 나아지기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쩌면 우리는 ‘성장과 발전’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해야 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생각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번영의 척도로서 GDP의 위상을 점검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관심은 경제적 현상보다 포괄적 의미의 사람들의 웰빙’에 두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슈밥이 ‘사람들이 물질적인 성공뿐 아니라 인생에서 중요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코로나시기에 훨씬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보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웰빙이 저해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으로만 접촉하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할 역량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들은 이제부터 우리가 하나씩 점검해 보고 증명해 나가야 할 논쟁적 이슈이지만 ‘보다 나은 사회’ ‘행복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며, 코로나가 촉매제가 되었음 또한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 ‘가치(價値)와 사회적 관계’나 ‘톨레랑스와 포용성’ ‘삶의 균형’ 등 경제성장의 담론에서는 크게 눈여겨 생각하지 않았던 요소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생각으로 회귀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번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는 변화된 일상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변미리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국사회학회 부회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문화혁신분과 위원 역임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