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칼럼

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함명식] 바이든 대통령 집권과 미중 패권경쟁의 미래

작성일 : 2020-12-2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바이든 대통령 집권과

미중 패권경쟁의 미래

함명식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중국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부교수) 2020. 12. 23.


바이든 대통령 집권과 미중 패권경쟁의 미래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선출됐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프레임 안에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절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거나 파기를 선언했던 국제기구(국제보건기구), 국제레짐(파리기후협상), 국제협약(이란핵협정)으로의 복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실추됐던 미국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회복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트럼프 시기 패권국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미국이 과거의 권위를 되찾는 과정이 결코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지난 4년 간 미국이 떠난 빈자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시켜온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작업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풀기 어려운 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시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역대 최고점에 도달했다.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간의 대결은 산업 차원에서는 미국이 중국 5G업계를 대표하는 화웨이에 제재를 강화하고 민간 영역에서는 과학 기술 안보를 빌미로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 축소, 미국 내 중국 산업 스파이 검거 등 인적교류를 억제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기 채택된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퍼시픽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쿼드(QUAD)를 구성해 중국 압박에 나서는 한편 다른 동맹국의 쿼드 참여를 촉구해왔다.  


바이든 시절 미국의 중국 정책은 위에서 간략히 언급된 두 가지 과제-즉, 지난 4년간 상실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중국 부상을 허용하지 않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다. 전자가 국제무대에서 전개되는 중국과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경쟁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두 국가 간의 직접적이고 임박한 한판 승부를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 독립, 홍콩 자치, 신장 인권 문제까지 더해져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 간의 패권 경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두 국가의 패권경쟁이 왜 오늘 날 갑자기 극한 갈등으로 표출되는지와 관련된 사항이다. 이는 비록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촉발될 수 있는 조건이 오랜 기간 축적돼 온 것이 사실이지만 왜 양국의 패권경쟁이 과거나 미래의 어떤 시점이 아닌 현재 이 지점에서 격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 때 미중 패권경쟁의 본질이 올바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펼쳐질 미중관계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패권경쟁에 대한 논의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으로 미중 패권경쟁을 역사적, 구조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이다. 이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이 위협을 느낄 만큼 급속히 성장했다는 가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즉, 국제정치에서 쇠락하는 패권국과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의 상호 용인과 긴장이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든 임계점에 다다를 때 패권전쟁이 발생한다는 입장의 연장선에서 현재의 미중경쟁을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구조적 접근은 미중 간 갈등이 왜 지금 이 시점에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둘째, 미중 간 갈등을 국가중심주의 입장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현실주의 이론에 기초한 설명으로 두 국가가 각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호 충돌이 일어난다는 가정에 연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중심주의적 설명은 왜 아직 힘이 부치는 중국이 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불사하고 이 과정에서 더 큰 손실을 감당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달리 말하면,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중심주의 시각과 배치되는 중국의 행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 국가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행위자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이 지니고 있는 국내정치적 특성으로부터 미중 패권경쟁을 설명하는 경향으로 이는 외교정책 결정과정을 정치 레짐의 속성과 연계시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가 권력 집권과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을 타깃으로 삼아 계속해서 펀치를 날리고 있다는 분석에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일인 지배 권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맞서 전략적으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양시키고 있다는 해석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석은 왜 미국과 중국에서 각기 동일한 정치 레짐이 유지되던 트럼프와 시진핑 이전 시기에 유사한 전략이 구사되지 않고 상호 협력이 중시됐는지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끝으로 미국과 중국의 두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특성에서 패권경쟁의 원인을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트럼프의 기이한 성격과 시진핑의 권력 욕구에서 현재 격화되는 두 국가의 경쟁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시각에는 패권경쟁의 심화로 내상을 입은 쪽이 권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왜 타협 대신 정면 승부를 택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제시해야할 부담이 내재하고 있다. 더욱이 두 거대 강국의 싸움에서 개인의 정치적 욕망이 차지하는 역할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단점 또한 안고 있다. 


결국 현재 국제정치 학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갈등의 모태를 발견하기보다 전개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미국 외교정책에서 다자주의가 강조되고 원칙과 가치가 중시되는 미국 전통주의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널리 유포시키는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다자주의로 복귀하고 미국 경제, 무역, 외교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자유주의 원칙과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면 미중 간 패권경쟁은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인가? 


예를 들어보자. 올해 11월 15일 중국이 주도해온 역대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안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아세안 10개국의 서명을 받아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일본이 제안해 총 11개국이 발효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트럼프 집권기 동안 다자주의 논쟁에서 한걸음 빠져 있던 미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해 중국과 자유무역을 증가시킨다면 양국 간의 협력과 타협, 평화와 상생이 패권경쟁을 대체할 것인가? 


필자는 현재 분출되는 미중 패권경쟁의 원인이 개혁 개방 이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에 편승한 중국이 다자주의 혜택을 누리며 국가의 부를 응집하는 과정에서 각기 상이한 집단의 승자와 패자가 두 국가에 양산된 결과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다자주의와 자유주의 질서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토양으로 작용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하거나 두 나라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통해 패권경쟁의 파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순진한 희망이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약력 : 함명식. 중국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부교수. 한국, 미국, 중국에서 중국정치와 국제정치를 전공했으며 중국 지린대학에서 국제관계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 취득. China: An International Journal, Modern China, 국가안보와 전략, 중소연구, 史學集刊 등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베이징대학, 다산출판사 등에서 공저 출판 


함명식

중국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부교수
중국 지린대학 국제관계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