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칼럼

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송하중] 과학기술 인재로 쌓아 올릴 한국의 실력

작성일 : 2021-05-04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과학기술 인재로 쌓아 올릴 한국의 실력




중국의 무서운 성장과 영향력 확대는 이미 지구촌의 상수이다. 미국은 추격자의 도전을 뿌리치고 패권을 지키려고 한다. 미소간의 냉전은 30년전 막을 내렸지만, 세계는 또 다른 충돌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30년 쯤 지나면 이 숨가쁜 경쟁은 일단락지어질 것이다. 2050년에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거나, 중국이 새로운 패권 국가로 등장, 혹은 미국과 대등한 세력으로 자리메김’하거나가 판가름 나 있을 것이다.


2500년 전 투키디데스가 역사에서 보았던 경우들 같이 양국의 갈등이 전쟁으로 귀결된다면 그것은 지구촌의 파멸적 재앙이 된다. 현실은, 전쟁이 아닌 다른‘실력’으로 우열을 다투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경쟁의 본령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의 바탕이 되는 과학기술 수준이 그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과학기술 성과는 일조일석에 얻어질 수 없는 것인 만큼 긴 안목의 투입과 기반 구축 및 여건 형성이 결과를 좌우한다. 인력, 연구개발 재원, 하드웨어, 소프트 인프라 등이 중요한 과학기술 하부 요소라고 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30년에 걸친 양국의 패권 경쟁은 경제의 양과 질, 공동체의 지식 수준, 사회적 수월성의 핵심인 과학기술에 달려있다. 미국을 뒤쫓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과학기술에서 미국을 따라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도전, 미국의 대응


2021년 3월 중국의 양회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고도화’를 강조하면서 끝을 맺었다. ‘양자정보 등을 비롯한 7대 핵심 영역, 2조 7천억 위안 (4200억불)의 2021년 과학기술 연구개발비’를 내걸었고, 과학기술 투자를 매년 7%씩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세계 2위의 연구개발 투자국인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2015년에 ‘중국제조 2025’으로 10년에 걸친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면서, 2050년에 주요 산업에서 국제적 강국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중국제조 2025’가 가진 팽창잠재성은 바로 주요 국가들의 의구심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대한 국내 시장과 물량을 기반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권이 ‘관세 폭탄’ 등으로 중국의 세계 시장 장악을 억제하기 위한 노골적인 장치들을 작동시켰다. 새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는 구체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 성장을 견제하는 정책을 표명하고 있다.


과학기술 정책실장(OSTP)에 에릭 랜더(Eric Lander) 교수를 임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과학기술 리더십 유지 정책을 강조하였다. 특히 중국의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 전정부 차원의 산업 발전 추구 등을 지적하였고, 위협받고 있는 미국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대안 마련을 주문하였다.


민간 부문에서도 미국 과학기술 위상에 대한 다양한 위기의식이 표출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쉬밋트(Eric Schmidt)를 위원장으로 한 AI국가안보위원회가 의회에 보낸 최종 보고서는 ‘미국은 AI를 지키거나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특히, 중국이 AI 역량, 인재, 의지 차원에서 미국을 10년 내에 제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렇게 미국의 경계심과 이를 가시화하는 견제 장치들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 중국 역시 ‘미국이 발전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시진핑)이라고 하면서 추격자로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양국은 과학기술의 여러 측면에서 경쟁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승부의 바로미터는 과학기술 인력(양성, 활용)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 인재 전쟁


중국 혁명 이후, 미국에서 귀국(1955년)한 첸쉐싼(錢學森) 박사는 과학기술의 단계별 발전 계획을 제시하면서 일성이탄 (인공위성, 원자탄, 수소탄)의 초석을 놓았다. 중국은 첸박사 경우에서와 같이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력이며, 뛰어난 과학자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중국 유학생이 미국으로 밀려 가던 1980년대 초기에 미국의 입장은 관대하였고, 그러한 분위기는 천안문 사태를 겪었던 1990년대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늘어나는 중국 학생들이 그 때까지 미국 대학의 연구실을 유지하던 인도, 대만, 한국 학생들을 대체하는 현상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중국 학생 수는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2000년에 6만명 이었던 미국내 중국 학생은 2019년에 37만명으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 유학생은 4만6천명(2000년)에서 5만 2천명(2019년)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미국내 외국 학생수 순위에서 한국은 2000년, 2019년 모두 세 번째였음).


미국내 전체 외국 학생의 1/3을 차지하는 중국학생(2019년)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첨단 분야 연구에 참여한 중국 인재들이 미국 과학기술계에 잠재적 위협이 되리라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첸쉐싼의 귀국 허용은 미국이 저질러서는 안되는 대표적 판단미스였다는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논리이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양성하는 인력에 더하여 외국 유학/경력 후에 귀국하는 해귀파는 중국 과학기술 수준 향상의 주요 자산으로 여겨진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천인계획과 만인계획 등은 최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국적에 재한을 두지 않고) 중국의 적극적 정책들이다. 중국의 연구개발 예산, 인프라 확충 등이 예사롭지 않지만, 이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 정책 들로 수렴되고 있다.



한국의 실력: 과학기술 인재


미중간의 경제 전쟁과 과학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뜨거운 경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에게도 앞으로 30년은 운명을 가름할 결정적 시기이다.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지체하거나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여 실력을 쌓아야 한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는 돌파구는 과학기술 업그레이드를 기반으로 뚫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주력하는 바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의 핵심인 인재를 중심으로 장기 정책을 수립, 추진하여야 한다. 창의적 사고와 도전 정신을 가진 특출한 인력의 존재와 활동이 가능하도록, 그를 뒷받침하는 우수한 인력 풀이 형성되어야 한다. 개인별 교육/경력 선택의 자의성과 다양성을 전제로 하여 역량을 극대화할 거국적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날 근거로 삼아왔던 전제와 조건들을 냉철하게 따져 보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부응하는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지구촌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고, 시간적으로 한세대 이상의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 인력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 정책을 수립할 때 당장 현실을 직시하고 방안을 모색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재의 초중등 및 대학 교육 체제가 미래의 인재 수요에 부합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산업시대의 방식과 내용을 어떻게 리셋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당장 급격하게 줄어드는 신생아 문제 (2020년에 태어난 신생아가 27만 4천명)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2050년 대학 졸업생 수가 20만여명에도 미치지 않는 충격적 현실을 맞게 될 것이다. 2021년 대학 입학 정원이 50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기술 인력이 양적인 차원에서부터 절대 부족하게될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용한 인력(여성, 은퇴인력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정책까지도 입체적으로 검토되어야만 한다.


여러 난관과 돌발 사태가 도사리고 있을 거국적 인력 정책은 결코 쉽지 않지만, 추진해 나가야만 하는 명제이다. 짧고 위태로운 변신적 변이(metamorphosis) 과정을 겪고 올라선 세계는 다음 단계의 성공을 도모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비전 있는 정부와 혜안을 가진 정책결정자, 실력 있는 집행 담당자가 과학기술 인재에 초점을 맞춘 국가 목표로 국민을 설득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치, 문화 분야 등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차원에서 공동체의 실력을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다.



송하중

송하중(宋河重)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서울대 금속공학과,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前 한국정책학회 회장

前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경희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원자력정책포럼 회장

한국과총 정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