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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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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태윤] 미래는 위험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임무-

작성일 : 2021-08-11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는 위험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임무-



김태윤(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미래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다. 현대와 미래의 몇 가지 특성을 더해서 VUCA(Volatile: 변동적인, Uncertain: 불확실한, Complex: 복잡한, Ambiguous: 모호한)적이라고도 한다. 통칭해서 이러한 ‘위험의 세계’에서 국가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이 글에서는 국가운영의 핵심적 시스템으로서 위험거버넌스를 제안하고 우리나라에서의 함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위험거버넌스(Risk Governance)는 위험을 식별, 프레임화, 사정, 평가, 관리 및 커뮤니케이팅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구속력을 갖고 합의를 제공하는 복잡한 사회정치적 프로세스, 구조 및 기관을 의미한다(Klinke & Renn, 2021). 위험거버넌스는 과학적으로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위험분석 모델과 위험에 대응하는 사전주의 모델 두 가지에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는데, 국제위험거버넌스위원회(International Risk Governance Council, 이하 IRGC)는 이 둘을 절충하여 통합프레임워크를 제시하였다.

IRGC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2003년에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재단이다. 인간의 건강, 안전, 경제, 환경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국제적이고 혁신적인 위험거버넌스전략을 설계한다(IRGC, 2005). 위험의 개념과 관점에 대한 과학적·경제적·사회적 측면을 통합하고 이해관계자의 효과적인 참여를 포용한 포괄적인 위험평가 및 관리전략이 이 통합프레임워크의 특징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다양한 가치와 분산된 권한들의 맥락 속에서 위험을 식별, 사정, 관리, 평가하는 과정과 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stakeholder), 맥락(context)의 원칙을 적용한다. 네 가지 단계와 공통사항 등에 대하여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사전평가(pre-assessment)는 위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명확히 하고, 살펴볼 문제를 정의하고,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형성한다. 위험사정(risk appraisal)은 위험 감수 필요성 판단 및 위험 축소・억제 방법의 사회적 의사결정을 위한 지식 기반을 제공하며, 위험과 이해관계자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를 수행한다. 위험사정단계에서는 위험의 사실적, 물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위험평가(risk assessment) 이후에 수행하는 우려평가(concern assessment)를 주목할 만하다. 


우려평가는 위험, 관련성에 대한 체계적 분석, 편익과 위험, 관련 위해성(hazard)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우려를 평가한다. 위험 맥락에서 영향을 받는 모든 행위자의 다양한 인식과 우려, 즉 가치체계와 인식, 사회・정서적 관심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특성화 및 평가(characterisation and evaluation)는 위험 수용성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의사결정을 준비하기 위해 위험평가 결과를 반영한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위험 심각도를 결정하고 결론 및 위험 감소 옵션으로써 견딜 수 있고 허용 가능한(tolerable and acceptable) 위험수준을 제안한다. 네 번째 단계인 위험관리(risk management)는 위험을 회피, 감소, 이전 또는 보존하기 위해 위험을 다루는 데 필요한 해결책을 설계하고 구현한다.



모든 단계와 병행하는 위험커뮤니케이션은 과학자, 규제관련자, 기업과 일반 대중 등 여러 그룹 간에 위험 관련 데이터, 정보, 지식을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프로세스이다. 위험평가자와 관리자는 내부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업무와 책임에 대한 공통적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와 시민사회는 외부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험관리의 근거를 구축한다. IRGC 프레임워크에서 커뮤니케이션 단계는 전체 프로세스의 중심이며, 모든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해관계자(stakeholder) 참여는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모호성이 있는 위험거버넌스 프로세스에서 필수적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렴하고 관리 계획에 대한 지지를 얻고 신뢰를 구축하면, 위험거버넌스는 광범위한 관점을 통합하는 포괄적인 활동이 된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의 위험 및 위험관리 지식을 향상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 공정성 및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위험커뮤니케이션에서는 조직역량, 위험문화, 위험거버넌스 담당기관 신뢰도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제도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context)을 고려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시스템에서 이러한 포괄적인 위험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부처들이 고유의 특정한 위험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소위 통합적인 위험거버넌스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이다. 우리나라 정부관료제의 타성이나 전문성을 고려해볼 때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미래연구원이 위험거버넌스의 실질적 구조화와 작동을 구동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필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위험거버넌스의 첫 단계인 사전평가(pre-assessement)단계이다. 위험거버넌스의 사실상 지휘부의 역할 내지는 기획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RGC에 따르면 사전평가는 위험에 대한 다양한 관점, 관련 기회 및 잠재적인 전략을 포착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공통된 이해를 공유하거나 위험 인식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문제 프레이밍 단계)하며, 위험 신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경고에 대한 제도적 수단이 있는지를 조사(조기경고 단계)한다. 위해나 위험에 대한 예비조사 관행들을 살펴보고 우선순위 계획과 관리경로에 위험을 할당(스크리닝 단계)한다. 마지막으로는 위험 외에 위험과 관련된 감정(emotions)을 평가하기 위해 주요 가정, 관습, 절차. 규칙을 선택한다. IRGC가 제시한 사전평가의 내용을 간단히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IRGC 통합프레임워크 사전평가 내용




∙ 우리가 다루고 있는 위험과 기회는 무엇인가.
∙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그들의 관점은 문제의 정의와 프레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들 사이의 조직적 문제와 권력 관계는 무엇인가.
∙ 위험이 다른 이해 관계자를 동원하는가.
∙ 위험의 다양한 차원은 무엇인가.
∙ 범위, 규모 또는 시간적 측면에서 평가의 경계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 이미 문제가 있다는 표식이 있는가?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는가.
∙ 위험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확립된 과학적 분석 도구와 방법은 무엇인가? 위험을 특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 프로토콜이 필요한가.
∙ 현재의 법률 / 규제 시스템은 무엇이며 잠재적으로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조직은 새로운 위험을 식별하기 위해 예측 또는 호라이즌 스캐닝을 사용하는가.
∙ 관련 정부, 국제기구, 기업 및 관련자들의 조직구조의 역량은 무엇인가.
∙ 현재 상태에 안주하거나, 긍정오류(false positive) 혹은 부정오류(false negative)로 인해 실제론 알려진 위험 시그널이 감지되거나
   인식되지 못하는가.  
∙ 지엽적 결과로만 인식된 위험이 실제론 더 광범위하진 않은가(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 다른 이해관계자가 이슈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지진 않는가.
∙ 예외적이어서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발생하면 충격을 가져올 위해성이나 발생가능한 위험에 대해 경각심이 없는가.



사전평가는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이 전혀 수행하지 않는 단계이자 영역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사전평가 기능을 수행하여 주요한 위험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사실 판단 및 인식을 선도하면 정부 부처가 주의할 것이다. 또한 추후 위험사정, 평가, 관리, 커뮤니케이션 단계별로 수행의 원칙과 지침, 매뉴얼들을 개발하면 국가 위험관리의 향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이상적인 위험거버넌스의 첫 번째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비로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 풍요와 자유의 균형있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IRGC 위험거버넌스에 대한 서술은 황숙영(2021, 위험커뮤니케이션과 바이어스-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전반적으로 참고하였음.

<참고문헌>
Klinke, A., & Renn, O. (2021). The coming of age of risk governance. Risk analysis, 41(3), 544-557.
IRGC (2005). Risk Governance: Towards an Integrative Approach. Geneva: International Risk Governance Council.
IRCG (2017), Introduction to the IRGC Risk Governance Framework, International Risk Governance Council.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 책임교수

前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정책연구 편집위원장

前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前 한국규제학회 회장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