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기고   >   미래칼럼

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승민] 화이트칼라 로봇의 등장과 메타버스에서 일하는 시대

작성일 : 2021-09-08 작성자 : 통합 관리자


화이트칼라 로봇의 등장과 메타버스에서 일하는 시대



이승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세계사적 위기에 직면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빨라지고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존의 세계 산업·경제·사회·정치 시스템을 리셋(Reset)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육, 의료, 소비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특히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활동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은 고용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변화의 속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층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과 규제의 벽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시장에서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또다시 기술진화를 촉진하며 상당 기간 노동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025년까지 디지털화로 인해 전 세계 8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는 9700만개로 120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 생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맥킨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미국, 독일, 영국 등 8개국에서 1억600만명의 근로자가 직업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여 12% 증가한 수치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와 맞물려 한층 빠르게 일자리 전환을 촉진한 것이다. 이렇듯 향후 10년은 인류 역사에서 거대한 직업 대전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자리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까. 크게 '무인화'와 '원격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온 인공지능의 무인화에,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의 원격화가 가중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하급수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인화와 원격화 자체가 더욱 고도화된다는 사실이다.


첫째, 무인화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와 자율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코로나19 이전의 무인화는 주로 인공지능 로봇이 정형·비정형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단순 자동화 수준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무인화는 대면 서비스를 담당해온 사무직과 전문 직종의 일부 업무까지 알고리즘화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초자동화(Hyper-automation)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기계학습과 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초자동화 기술은 사람의 행동과 관련된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판단과 관련된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무인화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압축적으로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IP소프트(IPSoft)가 만든 화이트칼라 로봇 '어밀리아(Amelia)'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500여 기업이 채용한 어밀리아는 수천건에 달하는 전화 상담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어밀리아는 전 세계 20개 언어를 이해하는 디지털 직원인 셈이다. 스탠퍼드대 마이클 웹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저임금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중간 임금 일자리는 알고리즘에 의한 무인화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알고리즘으로 인한 무인화는 모든 직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인화의 초기 단계에 보여준 자동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초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2030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2% 성장할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이것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무인화가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어떤 범용기술보다 경제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무인화 시대에 필요한 신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서둘러 길러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코로나19는 근무 형태의 원격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이러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임시적 조치로 도입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정상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현재 모든 직종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하지는 않다.


근무 형태의 원격화가 가능한 사람들은 주로 고임금 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을 사용해서 장시간 업무와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이들이다. 코로나19가 노동 계급을 네 가지로 분열시켰고, 전체 약 35%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원격화가 가능한 제1계급이라고 주장한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여러 기관에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대체로 원격화 가능성은 임금수준에 비례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일자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원격화로 인한 미래의 일자리는 단순히 원격연결을 넘어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메타버스와 같은 미래의 가상융합기술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일하는 거리와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시간의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바로 그러한 세상에서 지금 우리가 Z세대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일하며 새로운 부를 일궈낼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에서 2016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2030년까지 새로운 일터에 진입하면서 세계 소득의 25%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Z세대가 일하고 돈을 버는 방식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이 어우러진 새로운 환경에서 이뤄질 것이다.

무인화와 원격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자리 대전환의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직업 전환의 횟수는 많아지고, 변화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신기술들은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와 사라지는 일자리 간의 기술 불일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일자리는 지금의 업무를 조금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니다. 새로운 직업에 요구되는 기술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될 때 만들어진 지금의 교육 체계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미래 세대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 노동과 같이 디지털 기술이 통제하는 낮은 질(質)의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은 물론 로봇, 3D프린팅,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높은 문해력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활용하는 인재가 많아져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시스템은 신기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적 사고를 바탕으로 응용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 교육을 도입한 중국을 본받을 만하다. 중국은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직업 교육 과정까지 AI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치원 6권, 초등학교 12권,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6권의 AI 교과서를 개발했다.


인재교육 정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신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혁신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10년 후 일하는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다. 온라인으로 만나서 가상의 공간에서 AI 알고리즘과 함께하는 그런 일자리가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대부분이 지금의 규제의 틀 안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직업들이다. 일자리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전략이 시급하다.



이승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ETRI 스쿨 과학기술경영정책학과 교수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