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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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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변미리] 메타버스와 포용도시…우리는 어떤 미래사회 만들어야 할까

작성일 : 2021-12-29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메타버스와 포용도시··· 우리는 어떤 미래사회 만들어야 할까



메타버스, 코로나19가 앞당긴 새로운 세상의 출현


마스크가 일상화된 세상, 3살 아이가 외출할 때 마스크부터 찾는 것이 일상화된 세상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 우주여행이 최초로 시도된 첨단 기술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감염병의 지속과 확산에 불안해하는 중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불안의 시대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메타버스의 세상.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며,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가상’이나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개념적으로는 사이버공간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현실 세계를 옮겨 놓을 수 있거나 새로운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메타버스는 네트워크 기술의 고도화라는 5G 상용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메타버스라는 타이틀을 포함하기만 하면 관련 기업의 가치가 급등하기도 하고, 공공영역에서는 메타버스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도시 역량이 뛰어난 서울시는 한발 앞서 ‘메타버스 서울’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 공간을 ‘서울의 신대륙’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울’은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시공간의 제약과 언어 장벽 등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 서비스 개발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변화에 어지럽기까지 하다. 기술이 추동하는 사회의 변화는 우리에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을까?



기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유토피아를 마련해주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MZ세대의 디지털 공간에서의 新경험에 대한 욕구와 가상융합기술의 발전 결합으로 메타버스가 급부상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MZ세대라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경험이 만들어내는 세상. 필자는 이를 보면서 문득 최근 중년 세대 모임에서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얼마 전에 말이야, 강남에서 하루 동안 회의 몇 개가 연달아 있었거든. 중간에 약간 짬이 나서 커피 마시려 찻집에 들어갔는데. 허허. 모두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하더군. 처음 해보는 거라 이거 저거 누르면서 괜히 식은땀이 나더군. 뒤에 줄 서 있는 젊은 친구들의 눈길이 느껴지면서. 엄청 허둥지둥했다니까.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변화하는 거야”


필자에게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50대 후반의 남자이다. 본인 스스로 정보역량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세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듯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기술기반의 사회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을 위한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것인가?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일까?


필자는 이년 여 전에 스마트도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스마트 역량을 조사하고, 스마트도시가 야기할 긍정적, 부정적 현상에 대해 파악해 보았다. 당시 조사결과를 보면 개인들이 가진 여러 가지 정보역량에서 세대 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MZ세대의 스마트 역량(정보기술 이용 능력)은 평균 75.9점(100점 만점)으로, 이들 세대는 인터넷 정보 검색, 금융, 생활정보앱, SNS 서비스 등을 일상생활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중장년세대의 스마트 역량은 평균 65.7점으로 MZ세대에 비해 10점 정도 낮았다. 중장년세대들은 생활정보 관련 앱을 잘 사용하지 못하며, 스마트홈 등의 기능에 대해서는 낯설어했다. 더욱이 클라우드, 음성서비스 이용 등 최신 기술에서는 세대 간 차이가 평균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당시 조사 중 흥미로운 결과는 ‘스마트도시의 미래’에 대한 견해였다. 중년 세대보다 나은 스마트 역량을 갖고 있는 MZ세대들도 스마트도시의 미래에 대해서 ‘기술과 소유를 둘러싼 불평등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인공지능 기술기반의 편리한 생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보다 약간 높았다. 특히 ‘불평등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에 대해서는 중년 세대보다 약간 더 높은 비율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흥미로웠다. 스마트도시에 대한 견해가 이러한데, 메타버스로의 전환은 어떨까? 얼마 전 누군가가 불쑥 던진 말이 문득 떠오른다. ‘메타버스? 그거 어디 가는 버스야?’ 필자는 기본적으로 기술발전이 사회변화에 야기하는 긍정적 변화를 믿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그 변화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 또한 굳게 믿는 편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포용도시 지향의 도시발전, 핵심은 ‘배제되는 집단이 없어야 한다’


최근 도시발전을 둘러싼 여러 논의 중 국제기구와 세계 주요 도시에서 ‘포용적 성장’과 ‘포용도시 지향’ 등 도시의 ‘포용성’을 증진하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UN과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포용도시로의 도시발전 계획’이나 ‘포용성 성장’ 이슈를 제기하면서 전 세계의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OECD의 ‘포용적 성장’ 이니시어티브는 세계 발전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촉발되었다. OECD는 지금까지의 선진 국가들의 번영과 발전과정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등이 점차 심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포용적 성장’을 국가나 도시발전의 주요 아젠더로 구축하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중점 영역과 포용성 진단을 위한 지표구축, 그리고 정책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이후 ‘포용적 도시 캠페인’ 프로젝트를 출발시키면서 도시의 ‘포용적 성장’ 이니시어티브를 구체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유엔 해비타트의 ‘포용도시’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도시발전 과정에서의 도시가 제공하는 자원 및 기회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적 거버넌스 접근성 등 도시에 관한 다차원적 접근에서의 포용성을 확장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가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등 ‘포용성’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도시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포용적 미래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과 격차’가 다차원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를 위한 기술발전과 기술진보’를 강조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러한 희망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메타버스 서울’ 구축의 필요성의 하나로 모든 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도 기술발전이 야기할 불평등과 격차를 완화하는 노력일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우리는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모두를 위한 포용사회’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의 결과물일 거란 믿음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이 추동하는 ‘메타버스 신대륙’으로의 변화가 눈앞에 있는 현재, 그 믿음이 더욱 커진다.



변미리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한국사회학회 부회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문화혁신분과 위원 역임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