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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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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광재] 대전환의 시대, 꿈을 꾸는 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작성일 : 2022-01-12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대전환의 시대, 꿈을 꾸는 미래전략이 필요하다.
글. 이광재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국회의원)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협력의 화두가 되었다. 팬데믹은 오미크론의 재확산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미·중기술경쟁은 국제질서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2022년 탄생할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중첩적 대전환 속에 한국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반도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전국시대 통일과 메이지유신을 이룬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된 바 있다. 비스마르크의 외교와 두 번에 걸친 독일 통일이 없었다면 오늘의 독일도 없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이 연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13개 주로 분열된 나라에 불과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과연 한반도를 하나로 통일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존재할까? 한반도 통일, 나아가 한반도에 미래를 그리는 꿈을 갖고 우리는 살고 있는가. 국가의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세계질서의 대전환기를 살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기가 다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반도는 최첨단 무기의 실험장이 되어 왔다. 임진왜란 때는 조총이, 청일전쟁에는 함포가, 한국전쟁에는 제트기가 한반도에 등장했다. 지금도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 최첨단 무기가 다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군사적 긴장 속에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북핵 문제가 제기된 이래 한국에서는 6개의 정부, 미국에서는 4개의 정부가 지나왔다.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소련 붕괴 이후 등장했던 북핵 문제는 이제 미·중 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변화된 국제질서 속에 평화의 문제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남북 분단의 문제는 지난 백 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당시 당은 고구려는 당이, 백제는 신라가 가지는 것을 제안하며 나당동맹을 추진했다. 임진왜란 때에도 조선 분할론이 나왔다. 당시 일본은 ‘조선 할지(割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명나라가 임진왜란에 원군을 보낸 것은 조선이라는 ‘버퍼존’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19세기 말, 일본 군벌의 거두인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러시아에게 한반도 분할을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질서의 변혁 속에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국가들의 손익계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평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주도적 역할을 과감히 펼칠 때이다.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동북아 정상 협의체의 설립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 세계 각지를 살피다 보니 동북아에만 유독 정상 회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륙 정상 회의, 중동 정상 회의, 남미 정상 회의도 있는데 유독 이 동북아에서만 정상 회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북아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한·중·일 정상 간의 대화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동북아의 주요 국가인 한국이 자신의 미래를 풀어나가려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나아가 몽골까지 7개 나라가 모이는 동북아 정상 회의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의 핵심 협의체가 자리를 잡고 그 안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주변 국가와의 이해와 협력 속에 구상해 나가야 한다.


또 하나의 제안은 남북한 FTA의 추진이다. 종전선언을 넘어서 평화체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완전한 경제 교류를 실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는 남북한 FTA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한테 남북한 FTA를 제안하였더니 FTA가 뭐냐고 김정일 위원장이 되물었다. 북한의 체제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가 한반도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의 재원을 가지고 북한 경제를 재건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되면 국민소득 5천 불 시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재건 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2의 마셜 같은 플랜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남북한 FTA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뿐 아니라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 기술 혁신과 인류 공통 가치를 위해 기여하는 한국이 된다면 전 세계가 소중히 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기술 혁신의 허브가 한국이 될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술경진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한국의 대규모 자본과 기업들이 힘을 합쳐 아시아의 기술경진대회를 추진한다면 전 세계 혁신 인재들이 모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기업들의 선언인 RE100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인 RE100 기업들이 한국에 모여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기술 혁신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유엔 평화 유지군을 넘어서 유엔 산하 기후위기 대응군을 창설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최근 국회에서는 BTS의 병역 의무를 둘러싼 논의가 있었다. BTS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면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비전, 우리만의 담론으로 세계에 다가가야 한다. 우리의 담론을 가지고 주변 국가를 경제적 이익으로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주변 국가의 번영과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꿈을 만들어 가야 한다. 2022년 새해에는 꿈을 꾸는 미래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국민적 논의가 활발해지면 좋겠다.



이광재

대한민국 국회 제21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국정상황실장
대한민국 국회 제17, 18대 국회의원
제35대 강원도 도지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