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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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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유정주] '실패해도 괜찮아' 지속 가능한 청년문화예술을 위해

작성일 : 2022-02-23 작성자 : 통합 관리자

'실패해도 괜찮아' 지속 가능한 청년문화예술을 위해 글. 유정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2.02.23



'실패해도 괜찮아' 지속 가능한 청년문화예술을 위해
글. 유정주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할 말이 너무 많지만요.”

청년문화예술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한 마디입니다. 그들이 꾸역꾸역 눌러 담은 그 한마디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예술 활동을 영위하기 어렵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타고난 환경에 비례하여 지속 성장이 가능한지가 판가름 나기도 합니다. 대다수 청년은 지원 사업에 기대어 창작 활동을 이어 갑니다.

그마저도 기회의 문턱은 높고 자율성보다는 짜 맞춰진 지원 주제와 양식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획일화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을 소외하기도 합니다. 청년 자체가 현장이라는 말은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청년들은 희망을 꿈꿉니다. 그들은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세대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청년예술인들의 정책지원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의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의 경쟁률은 2019년 7대 1에서 2020년 20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단기적인 지원에 그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끊어진 다리 같은 정책이 난무합니다. 지속 가능한 청년문화예술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현장을 반영한 정책으로 하나씩 바꾸어야 합니다.

첫 번째, 우리 청년예술인을 지원의 대상, 수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첫 발걸음을 떼는 아이를 잡아 주는 일은 당연한 것입니다. 수혜를 받고 있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다음 단계도 중요합니다. 단순 지원에만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긴 호흡으로 한 사이클을 달릴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파트너로 청년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한 그루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양과 물, 충분한 햇빛이 필수조건입니다. 지금의 청년문화예술정책은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자력에 맡기는 꼴입니다. 자력과 자생력, 물론 중요합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의 생태계를 보십시오. 지원 외에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창의적인 인력 발굴,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는 시스템은 부재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실패를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실패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방법도 다른 것이고요.


두 번째,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청년이 곧 현장임을 알아야 합니다. 2005년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0명의 현장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문화예술정책을 끌어내면서, 민간이 공공영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동시에 공공영역이 민간에 참여하는 양방향 소통 구조를 가진 기관입니다. 문예위에서는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 청년예술가 해외 진출 지원 사업,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에 관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는 위원회 안에 정작 당사자인 청년이 몇 명이나 포함되어있을까요. 지난 15년 동안 2030세대 위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20년 7기 위원회에 처음으로 30대 위원 1인이 선임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년 없는 청년 정책’에 대해 집중 질의한 결과 2021년 10월, 처음으로 각 소위원회의 청년위원들이 모여 청년예술 의제를 다루는 청년예술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되었습니다.


청년이 없는 청년문화예술정책은 주인공이 없는 엉성한 정책입니다. 현장을 반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장성’과 ‘예술 당사자성’은 정책 입안 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청년이 수혜자가 아닌 예술 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당사자이자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다양한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청년문화예술정책이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예전 제 스승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나. 그저 단단한 돌멩이 하나, 두 개 잘 던져서 잠자는 호수에 파동을 일으키고 잠을 깨웠다면 잘한 거지.”

청년들이 지금 간직한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 불공정으로 가득 찬 차가운 호수에 작은 돌멩이 몇 개를 던지기 바랍니다. 꾸준히 던지십시오.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이를 응원해야 합니다.


저 역시 마음이 늙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이 예술인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거나 어렵지 않은 나라. 더하여 누구나 예술인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위해서 행동합시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제21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제21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