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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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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최연숙] 간호법 제정은 미래를 위한 준비

작성일 : 2022-03-16 작성자 : 통합 관리자

간호법 제정은 미래를 위한 준비 글. 최연숙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국민의단 국회의원) 2022.03.16



간호법 제정은 미래를 위한 준비
글. 최연숙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현 국민의당 국회의원)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인간의 생활상도 인공지능시대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직업의 미래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대체될 수 없는 직업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간호사이다. 설령 간호로봇이 등장하더라도 인간의 체온이나 맥박 측정을 보조할 수 있겠으나, 의료의 전문영역인 간호사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간호사 수는 약 46만 명에 이른다. 포털 사이트에서 간호사를 검색하면 코로나19 영웅으로 명명하는 수식어들과 함께 ‘열악한 근무환경’, ‘노동자’, ‘부당처우’ 등의 용어도 함께 등장한다. 이들 간호사들이 국회를 향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간호법 제정이다.

지금 국회에 3개의 간호법안이 제출돼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접수되어 있다.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인·의료행위의 범주에서 간호 또는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이관하여 독자적으로 규율하려는 법안이다. 법안은 기존 의료법에 규율되어 있는 간호 관련 내용을 이관한 것 외에도 간호에 관한 전문인력 확보와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간호정책의 수립·운영과 간호 인력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등 간호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았다.



왜 간호법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과거와 달라진 보건의료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간호사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과거에는 간호사가 병원에서만 근무했지만, 현재의 간호사는 병원 밖에서도 일한다. 최근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자의 급속한 증가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의학적 치료에서 예방과 돌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의료기관 외에도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장애인시설, 어린이집, 학교, 산업체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간호 돌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1951년에 제정된 현행 의료법은 간호업무 영역을 여전히 의료기관과 일부 보건활동으로 제한하고 있어, 현장에서 요구되는 간호 영역의 역할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달라진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에게 효율적이고 적절한 간호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간호 관련 법적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배경에서 간호법 제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계의 오랜 숙원이다. 지난 제17대 국회에서도, 제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차례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3개의 법안이 발의됐고,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2차례 심사를 거친 상태다.

법안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은 한결같이 간호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간호법 제정 관련 국회 논의에 정부도 적극 참여하여 합리적인 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야 주요 정당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간호법 제정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을 공약에 넣었고, 대선후보가 직접 간호법 제정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국민의힘도 대한간호협회와 협약을 체결하면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총선에서도 두 정당은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큰 진척이 없었다. 이러한 전력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약속 이행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간호법 제정의 주요 당사자들 모두가 간호법 제정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약속까지 하고 있음에도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 걸까. 간호법 제정에 대해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직역간 입장 차이가 있는데,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여러 보건의료직역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권이 간호법 제정 약속 하나 못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는 정부가 직역 간 입장 조율 후 재논의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제 대선이 끝난 만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국회는 조속히 간호법안 심사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 돌봄은 국가 책임이다. 간호·조산법안 제1조는 간호와 조산에 관한 사항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함으로써 양질의 간호·조산서비스 제공을 통해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하게 되어 있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돌봄서비스를 향상시켜 국민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할 것이고, 이는 곧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최연숙

제21대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
국민의당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