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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협의체 출범,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진일보’

작성일 : 2018-10-22 작성자 :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전 장관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협의체 출범,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진일보’





 정병국(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전 장관)



해외의 입법자들과 국제회의기구, 민․관 전문가들이 ‘블록체인’이라는 주제 하나로 국경을 초월해 대한민국 국회에 모였다. 지난 10월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 'GBPC(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 2018'에서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국내외 입법자들과 국제회의기구, 민․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산업을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확인하며, 블록체인 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선도국간 국제 협력을 결의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협의체(Global Blockchain Policy Council)를 결성, ‘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정책 가이드라인’도 발표․채택했다. 본 컨퍼런스 전날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만찬 사전회의에는 블록체인 선도국인 에스토니아의 케르스티 칼률라이드(Kersti Kaljulaid) 대통령이 참석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국가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필자는 이번 컨퍼런스를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진일보’라고 평하고 싶다. 세계 각국은 아직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각국 모두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완전하지는 못할지라도 ‘글로벌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각 국가의 법체계 제도환경이 서로 달라, 차이가 있겠지만, 디지털자산 광풍을 겪은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산업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국제적 정책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만든 안이다. 이를 토대로 컨퍼런스에 참여한 국내외 입법자들과 민․관 전문가들과 의미있는 논의와 합의를 이룰 수 있었고 참여한 많은 국가들에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했다.


신기술․신산업엔 양면성이 존재한다. 두려움으로 신기술․신산업을 맞는다면 위기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갖고 발상의 전환을 하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블록체인 산업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기술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내줘야만 한다. 변화가, 책임이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면, 인류문명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용기 있는 진일보의 의지가 있는 정책 관련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가 이번 컨퍼런스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한국에 왔던 핀란드․에스토니아․대만․일본의 입법자들은 물론, 세계경제포럼,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등 국제회의체와 민간 전문가들은 이번 컨퍼런스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호평하며, 다음 컨퍼런스 개최를 자국에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앞다퉈 표명했다. 또한 향후 협의체 확대 및 지속가능한 운영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최초로 열리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필자는 지난 2월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암호통화 광풍의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정책은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공감대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각 나라마다 블록체인·디지털자산(암호통화․암호화폐․가상통화․가상화폐․암호화자산 등으로도 불림)에 대한 정의, 법적성격 등이 제각각이었고, 이용자보호 방안 등의 대책이 미비했거나 규제의 범위와 강도도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 블록체인 기술 검증에 대한 공통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암호통화 관련 ICO 국제사기, 자금세탁과 범죄자금에의 악용 등 부작용이 확산·심화됐다. 지난 G20 회의서도 핵심주제로 다뤄졌지만 구체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 정부의 한마디에 관련 시장이 요동치니, 정부가 공통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매우 요원했다. 그래서 국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곧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님을 찾아가 블록체인·암호통화 정책의 국제공조 긴요성과 국회가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했고, 지난 3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의원과 함께 ‘블록체인 글로벌 이니셔티브 구상 제안을 위한 국회외교단’을 꾸려 7박 9일간 유럽의 디지털 강국이자 스타트업 요람인 영국·에스토니아·핀란드 외교 길에 올랐다.


외교단은 이 같은 각국의 블록체인·암호통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의회와 정부,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 한국 국회 주최의 블록체인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을 제안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선도국간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참가희망 의사를 화답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모두 참여한 ‘GBPC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마련하게 된 기회가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성황리에 열린 컨퍼런스인 ‘GBPC 2018’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AI․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발전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새 가능성으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총생산의 10%인 약 8조달러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술의 사업적 부가가치가 2030년에 3조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록체인을 어떻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느냐는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경제시스템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공산주의가 나온 뒤 이들이 경쟁하다가 수정자본주의가 된 일련의 사건과 맞먹는 변화가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그랬듯, 블록체인이란 기술 자체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인터넷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 것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적으로 주최하고 성료한 ‘GBPC 2018’과 이를 계기로 결성된 글로벌 협의체는 대한민국이 블록체인․디지털자산 분야의 선도국으로서 관련 제도의 국제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가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각국 의회와 유관 정부기관, 중앙은행,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보다 건설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블록체인·디지털자산과 관련한 부작용 방지 대안을 마련하고,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관련 제도 및 기술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