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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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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노웅래]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

작성일 : 2018-10-30 작성자 : 더불어민주당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





 노웅래(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 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민주화추진협의회 자문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 공동의장
국회의원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 대표의원




  “나의 친애하는 그림자여, 내가 너를 얼마나 무례하게 대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너를 얼마나 기쁘게 생각했는지, 얼마나 감사했는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빛을 사랑하는 만큼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


  니체는 자신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빛과 그림자는 서로 적이 아니라며 그림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이는 결국 그림자가 없다면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 무엇이든 명암을 모두 살펴야만 객관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모든 분야의 모든 것의 정보화로 집약되는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다가오는 물결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덮친 해일이 되었다.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드론, 핀테크, 원격의료 등 모든 산업 분야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패러다임적 변화에 급격히 휩쓸리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말 한마디에 조명과 온도가 조절되는 집,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로봇과 암을 치료하는 AI 등 영화 속에서만 봤던 상상 속의 미래를 4차 산업혁명은 조금씩 우리 눈앞의 현실로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주는 “일자리 충격” 역시 만만찮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준 편리가 곧 누군가에게 생존을 건 사투가 되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겪어왔다. 지하철과 공항, 기차역에서 몇몇의 노동자가 해야 할 몫을 거뜬히 해내는 무인 자동발매기 역시 이제는 자연스럽지만, 한 때는 대량 실업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로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카카오 카풀 사태와 이로 인해 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택시 기사들의 분노와 절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여파가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차원의 수준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하게 해준다.


  2015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했고, 2016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 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2025년 취업자 2,561만 명 중 1,807만 명(71%)이 ‘일자리 대체 위험’에 직면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증기기관차의 발명이 마부를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마부가 사라지고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생겨난 것과 같이 4차 산업혁명 역시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낼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정확히 말해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일자리의 이동”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소프트웨어 교육,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들어가는 사업들에 대한 계획과 이를 통해 수천에서 수만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사 역시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뒤엉킨 아수라장의 복판에서 과연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행복과 번영으로 이어지기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쓸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정치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규제다. 규제혁신 없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마련할 순 없다. 신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먹거리 역시 없다.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 법은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기 위해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드는 우스운 광경을 낳았고, 결국 영국 자동차산업을 퇴보시켰다. 또한, 우리는 동시에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교육체계의 근본적 개편,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복지제도 정비와 확충, 취약한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기존 근로자들이 겪게 될 정보격차와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직업 재교육 방안 역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재분배하기 위한 제도 도입도 빼놓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는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향하는 정치의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 끊임없는 노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