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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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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혜훈] 국회는 새 시대 담을 새 그릇 준비해야

작성일 : 2019-01-15 작성자 : 바른미래당



국회는 새 시대 담을 새 그릇 준비해야






국회의원 이혜훈

바른미래당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제17대, 18대, 20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갑)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늘 그랬듯 문명사의 큰 흐름에 잘 적응한 국가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이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 한 국가는 조류에 휩쓸려갈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난 1·2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해 국권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오랫동안 가난과 굴욕을 겪었다. 이제, 다시 한 번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제2의 한강의 기적’도 가능할 수 있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표현대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인류 문명사의 대변혁도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 지금도 작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학습하기 매우 어렵다는 바둑을 AI가 딥러닝으로 인간을 완전히 앞선 것이 벌써 2년여 전이다. 이제는 음악, 그림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예술의 영역에까지 기존 작품들을 흉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시작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는 지난 1차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직전인 1624년, 영국 의회는 국운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을 한다. 바로 새로운 발명에 특권을 허용하는 세계 최초의 성문화된 특허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기술가와 기업인들이 영국에서 자신의 발명을 공개했고 당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산업이 뒤쳐졌던 영국은 단기간에 산업혁명 주도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국가가 시대 흐름 자체를 만들 수는 없어도, 이처럼 새 시대를 담을 그릇을 준비할 수는 있다. 영국 의회는 1차산업혁명 주요 기술들을 개발하고 활용할 여건을 제공해줌으로써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1차산업혁명과 4차산업혁명의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국가가 거대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여건을 마련해주고 도전적인 기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잘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가 그나마 앞서있다고 하는 블록체인 분야도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차산업혁명을 담기 위해 어떤 그릇을 만들지 고민하다 그릇 자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을 죽이는 것은 좋은 규제도 나쁜 규제도 아니고 규제 자체가 없이 모호한 환경이다.


우리가 망설이는 동안 주요국들은 4차산업혁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뛰어난 민간 기업들의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추동 기술들을 활발히 개발·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 민간 전문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민관학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첨단 스마트공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여 AI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해 AI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부에 강조한 것도 조속히 4차산업 발전에 따른 위험요소를 파악해 안전판을 만들고 민간 기업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여건만 보장해준다면 민간기업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성취해나갈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그들 앞에 놓여진 장애물들을 치워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국회는 우리나라의 국운을 바꿀 새 시대의 그릇을 잘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400년 전 영국 의회의 용단이 유럽 변방 국가를 초강대국으로 만들었듯,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노력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토대를 다질 수 있길 바란다. 여기에 국회미래연구원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