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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정현] 국회, 지난 70년 총정리가 필요하다.

작성일 : 2019-02-07 작성자 : 무소속


국회, 지난 70년 총정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이정현

3선 국회의원(18대, 19대, 20대)

새누리당 당대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정무수석



미래 전략에 대한 논의는 현재 대한민국 발전의 저해요인을 진단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정치임을 보여 주는 조사 자료가 적지 않다. 국내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1.8%로 꼴찌다. 도대체 우리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 어디서부터 개혁해야 하는가?


우리 정치개혁의 핵심은 With King을 Without King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예외 없이 사실상 왕이었다. 지금도 왕이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왕일 것이다. 국가권력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청와대 중심국가다.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은 이론이고 형식일 뿐이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핵심적인 문제다.


35년전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도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있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정개특위가 있다. 선거에 진 당은 매번 쇄신특위, 혁신특위를 만들고 비대위, 비대위의 비대위 또 비대위의 비대위의 비대위를 만들었었다. 그러나 그 정당이 다른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자신들이 변해서가 아니라 상대당이 자멸해서다. 논두렁에서 산삼 줍듯이 예상 못 한 행운의 승리였었다.


왜 국회의 신뢰가 모든 조사기관 중 항상 꼴찌일까. 부정하고 부패하고 싸움질만 해서가 아니라고 본다. 권력분립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막중한 권력과 권한을 제대로 비판, 감시, 견제를 못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싸울 일이 많지 않다. 정책의 옳고 그름 대신 정책의 차이점을 가지고 토론을 하면 싸움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상대를 적으로 대하지 않고 공생의 파트너나 라이벌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무작정 감싸고 비호만 한다면 격렬한 싸움이 된다. 여당은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강단 있게 견제해야 한다. 모든 현안을 야당의 눈으로 보고 여당의 책임감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회가 약해지면 대통령은 왕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왕 노릇을 하면 국민은 졸 취급당하고 군주가 리더 역할을 하면 국민은 주인 대접을 받게 된다. 정치개혁은 민졸(民卒)국가를 명실상부한 민주(民主)국가,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그러나 기대는 난망이다. 제도나 법은 완벽에 가까워도 안 따르면 그만이다.


차선책은 국회 스스로가 삼권 분립의 한 축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입을 봉쇄해 왔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국회를 견제해온 것이다. 언론 또한 대통령과 행정부의 이면을 들춰서 권력 부패와 권력 남용을 막는 것보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주로 비판하는 데 주력해 왔다. 결과적으로는 국회를 약화시켜서 힘센 대통령을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수 언론이 대통령과 청와대, 행정부의 독선과 심지어 독재를 돕게 된 것이다. 국회와 언론이 비판 견제 감시기관 본연의 책무를 회복해야 나라와 정치가 정상화된다.


감사원은 개헌 이전에도 감사원법과 국회법을 개정해서 국회 예산심의와 결산 그리고 상임위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에서 감사까지 독식하고 있다. 예산심의만 국회가 한다.

그 심의가 매번 졸속 비판을 받는다. 혈세가 제대로 쓰여 질 수 없다.


국회 스스로 지난 70년의 국회 전반을 한 번쯤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지금 국회는 권위주의를 포함하여 예산과 법안 심의 과정에 문제점이 꽉 찼다.


또 국회가 도덕성 회복 운동을 전개한다면 국가기관 전반과 전 국민운동으로 확산될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와 행정부와 검찰과 사법부가 먼저 ‘청국행 검사’ 도덕 회복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한다. 일종의 권력기관 정상화 운동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나 또한 위에서 지적한 모든 문제점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국회가 우선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과 함께 국회 70년 총정리를 해보자. 국회가 바로 서면 분명히 나라도 바로 설 것이다. 바로 선 나라 위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