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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송하중] 미래를 위하여 ‘제대로’ 확인해야 할 현재

작성일 : 2019-06-05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를 위하여 ‘제대로’ 확인해야 할 현재


宋河重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책학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공동대표

원자력정책포럼 회장




2050년: 30년 후의 세상은 틀림없이 지금과 다를 것이다. 30년 동안 지구촌은 속도와 범위에서 엄청난 변신적 변이(metamorphosis)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을 뛰어 넘어 장족의 발전을 한 분야가 있는 반면, 퇴행적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살아남은 자와 뒤쳐져 허덕거리는 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1990년: 30년 전에 인터넷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선 전화 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대중 대통령이 언젠가 대한민국을 이끌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였다. 북한도 조만간 어떤 형태로던지 동구권의 전철을 밟아 붕괴되리라는 예측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 보지만, 시간이 지난 뒤 예측과는 동떨어진 형태로 드러난 현실을 보고 놀란다.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한다고 다들 말하면서도, 삐삐를 쓰던 시대에 인터넷, 스마트폰의 일상화와 AI의 놀라운 진화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불가능해 보이던 양 김씨가 연이어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은 대격변을 겪었다. 충격적 붕괴의 시기가 언제일까 저울질 당하던 북한이 핵무기를 휘두르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있다.


오늘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산업혁명의 그것보다 10배 빠르고, 300배 더 큰 규모라고 한다. 그 충격은 3,000배이다. 큰 카테고리로 나눈 기술, 도시화, 세계화, 인구 등의 도전은 어느 하나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무서운 변화의 흐름은 그 자체로 추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미래는 시간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을 따라가면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미래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래의 도도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먼저 진지하게 짚고 가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실제와 너무 다르게 세상을 인식하고 있을 때가 많다.


전세계적으로 1세 미만의 유아들 중에서 어떤 형태로던지 예방 접종을 받은 비율을 묻고, 세개(①20%, ②50%, ③80%)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이 질문에 ③80%라는 정답을 맞춘 한국 성인은 16%이다. 13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정답율(13%)을 보인다. 3,40년전이라면 ②50%가 정답이었을 수 있고, 100년 전이라면 ①20% 이하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수십년 전의 낡은 이미지와 잘못된 지식에 바탕을 둔 오답이다. 이러한 형태의 사실과 인식의 괴리는 지각능력과 경험적 지식의 한계로 인한 오해/무지 때문이다. 스웨덴 의사인 한스 로슬링이 14개 선진국 1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것은 지위, 학력, 재력 등과 상관없이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게 관찰된다(Factfulness, Hans Rosling, Flatiron Books, 2018). 우리는 세상을 나름대로 편리한 틀로 재단하고 그것에 그냥 의지해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가려면, 그 출발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지금 약간 어설픈 방향설정이 삼십년 후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골드만 삭스 보고서에는 한국이 2050년에 세계 2위의 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반면, 최근의 OECD 보고서는 2030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가 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앞에는 유토피아와 지옥 두 가지가 다 보인다. 이 변신적 변이의 갈림길에 놓인 극단적인 두 그림은 전제와 진행상 디테일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교육 체제, 공공 가치관, 윤리 의식, 경제 체력/구조/잠재력, 정치 품격, 문화 다양성 등 사회 전 분야의 냉철한 현실 판단부터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1970년대 남미 최부국이었던 베네주엘라의 지금을 보면 비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량이 무슨 소용인가. 30여년동안 오일머니를 대외 과시와 국내용 포퓰리즘 정책에 물쓰듯하더니 지금의 곤경에 처하고 말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둔함이 국가 파탄을 불러 온 것이다. 50여년전 우리와 비교되던 아프리카의 가나는 지금도 아프리카 대륙의 가난한 나라에 불과할 따름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우리가 이룩한 바는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이제까지 지나온 패턴을 따라서는 결코 헤쳐 나갈 수 없다. 지금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제대로 되어 있고, 취하는 조치는 타당한 것인가 따져 보아야 한다. 먼저 출발점이 되는 대외적 여건과 국내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실체대로 파악 인식하고 있는가 돌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30년 뒤는 어떠해야 될 것인가, 그 것을 향해 지금 내딛어야 할 걸음은 무엇인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은 무엇보다도 국가가 나아갈 지향점을 설정하는 정치/정책 집단의 우선적 책무이다. 그런데 이 과업의 성공에는 일반 시민들의 제대로 된 사실 인식도 필수적이다. 정치/정책 집단의 선택도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력을 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