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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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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김태윤] 미래의 지속가능한 안전: 자유로운 정보와 민간의 창발이 열쇠

작성일 : 2019-07-11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미래의 지속가능한 안전: 자유로운 정보와 민간의 창발이 열쇠


김태윤(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교수)


국가재정개혁위원회 안전분야재정계획분과위원장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정책연구 편집위원장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규제학회 회장

美)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학 박사




미래는 크게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불확실성(uncertainty)과 복잡성(complexity)이 그것이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생존은 이러한 미래의 속성을 잘 이해하여 사건사고(incident)의 도전에 대한 안전의 지속가능성(substantiality of safety)을 높이는 응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 합성화학물질, 생명바이오 의료, IOT, 지능화된 기계와 모바일, 고도의 무기체계 등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잘 다루면 매우 안전하겠으나 잘못 다루면 사건사고의 충격과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수준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사회의 안전은 극적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사건사고를 당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파멸 수준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전만을 숭상해서 이러한 분야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나마 작은 안전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에너지, 안보, 보건복지, 건강, 생활의 편의성 등을 보장해줄 이러한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어야 생존과 번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어떻게 다루어야 안전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불확실성은 확률(probability)과 사건(event)의 조합이다. 과학기술과 지식 및 경험의 발전과 축적 덕에 확률분포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분포를 꽤 높은 정확도로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문명과 과학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사건사고의 여파 또는 규모는 무척 커진다. 문명과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어야 안전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면 된다. 그리되면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역량도 커진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솔직하고 스마트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의 네트워크와 센싱-모니터링의 네트워크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사회가 사건사고 위험의 불가피성과 관리가능성을 현명하게 신뢰하면서, 한편으로는 물샐틈없는 감시를 병행하면 되는 것이다.


둘째, 복잡성은 현상의 과정을 구성하는 변수들이 극도로 다양하고 다수이며 관계의 밀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높고 깊은 차원의 지식이 필요하다. 즉 전문가(professional expert)만이 안전에 대한 제대로 된 과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활발하게 연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의 도덕성과 객관성 등을 확보하는 교육과 환경이 필수적이다. 학술활동의 자율성과 창발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현명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필요하다. 전문가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현명한 관점과 질문, 그리고 문제풀이 과정에 대한 끊임없는 절차탁마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전문가들의 안전에 대한 솔직한 판단이 생산되기도 어렵고 소통되기는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익단체들과 선동가들의 선정적인 구호가 전문성을 대체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론화나 대중학습에 기초한 민주적인 절차가 언제나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 미래사회 안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정보화-가상화-지능화-최적화의 루프가 가능해졌으니, 이제 스마트 트랜스포메이션(smart transformation)이 전통적 개념의 시뮬레이션 그 자체이다. 스마트 트랜스포메이션인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첫째, 정보가 풍부해야 한다. 민간의 활발한 활동과 솔직한 의사표현들이 정보로서 흘러 넘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첨단 분야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수행하는 R&D 등이 아무 제약 없이 시도되고 발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위험은 가역성(reversibility)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험을 통한 지식이 성숙되고 축적될수록, 관리할 수도 있고 또 필요하면 폐기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역략을 획득하게 된다. 셋째, 지식을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양심과 기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여기에 더하여 안전을 침해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면밀한 센싱과 모니터링을 하면서 유사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수없이 많은 방법과 과정을 설계하고 또 검증해야 한다. 특히 초동대응(first-response)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재난화된 사건사고는 정부의 어정쩡하고 매우 어리석은 초동대응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당위를 위해서 현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정책적 스탠스가 궁금해진다. 대답은 자명하다. 빅데이터‧클라우딩‧AI 정도 되어야 위에서 요구한 스마트트랜스포메이션-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라는 미명하에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억제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너무 많은 학술적, 산업적, 생활편의적, 삶의 질 차원의 희생을 치르고 있다. 둘째, 조금이라도 정부가 감시하거나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된다. 개인의 창발적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사건사고를 정치적으로 오남용(absurd politicization)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과거의 재난으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다. 원인을 찾지도 못했고 원인에 관심을 갖지도 않으면서, 희생양이나 화풀이대상을 찾은 적이 많았다. 교훈을 습득하지 못했으니 여전히 유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반학습(anti-learning)을 정치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가 성숙해져야 하고 또 국민이 정치의 타락을 경계해야 한다. 안전을 지속가능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현재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사소한 위기나 위협에서도 선동과 선전에 휘말리게 된다. 객관적으로 위기인데도 주관적인 안정감만 탐닉하게 될 것이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