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전략을 설계하는 국회의 싱크탱크

미래연구

(21-01) 이머징 이슈 연구 미래연구의 쓸모는 사회변화의 중요한 징후를 앞서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는 비록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공의제로 다루지 않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미래 우리사회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화의 징조들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책과 학문영역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8년 창립 때부터 여러 방법으로 이머징 이슈 연구를 추진했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이머징 이슈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의 논의와 평가를 바탕으로 2022년 주목할 이머징 이슈를 제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양상, 기후변화 대응으로 새로운 공간의 등장, 에너지 전환의 급진전, 탈사회화, 모자이크 가족의 등장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이슈뿐 아니라, 로봇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토지의 공공성 확대, 우주생활권 진입, 에코 파시즘 등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있는 이슈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아직 문제나 기회로 확신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제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미래대응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이머징 이슈 연구는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최고의 데이터 분석 및 미래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전조나 징후를 인식하고 미래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2.06.14
(21-02) 교육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사회적 담론은 불평등과 공정성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굳건해지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계층 배경의 도움이 아닌 본인이 타고난 능력에만 기반해야 한다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한국 사회가 더 불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최상위 명문대 진학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획득 및 자원 분배 과정에서 핵심 자본으로 작용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 배분을 중심으로 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즉,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세기 출생자들 사이에서 가족 배경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그리고 젠더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대학 진학 및 대학원 진학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대학 진학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정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9개의 대표성 있는 조사 자료를 통합하여 한국 교육 기회 불평등 데이터베이스(KIEOD)를 구축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족 배경(부모의 고학력 여부로 측정)의 차이에 따른 대학 진학(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진학 여부)의 격차는 최근 출생자로 올수록 양적 측면에서는 감소했고, 상위권 명문대 진학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도 격차가 증가했다는 근거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 또한 남녀 간 대학 진학에서의 격차가 감소했고, 최근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계층과 관계없이 여성의 우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의 경우 최근 출생 코호트에서는 성별 격차가 사라지고 계층간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공계열 전공 선택에서 성별 분리 양상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최근 들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상위 계층 남성들이 최근으로 올수록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른 성별-계층 집단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성별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 2010년~2018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1년 이내 대학원 진학 확률은 구체적인 대학과 세부 전공 통제 후에도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은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부모 소득, 모친의 대학원 학력)이 성별에 따라 대학원 진학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성별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관련된 정책제언들을 제시하였다. 2022.06.14
(21-03)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과 사회적 이동성 연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디지털화 비용 감소 및 사양산업과 신산업의 등장은 노동시장 내 직무 대체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고학력·고숙련 근로자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저숙련·저학력 근로자나 임시직·비정규직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겪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학력·저숙련의 특성을 갖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한 평생학습의 역할이 강조된다.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경험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의 개선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경력 초기 저숙련 근로자 집단, 노동시장 입직 이후 형식교육에 참여한 근로자 집단, 경력전환 근로자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평생학습 참여 동기, 기회 및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평생학습 참여가 인적자본, 심리자본, 사회자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평생학습 참여 경험이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되는지 질적연구를 통해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이 포함해야 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먼저,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저해요인과 촉진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취약계층 근로자가 학습에 대한 어려움에 대처하고 즐거움을 경험하여 지속적으로 평생학습에 참여하도록 평생학습 참여 동기 향상을 위한 학습상담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평생학습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학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기능 강화와 일터 현장에서 무형식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장기적 안정성과 취약계층의 사회적 계층이동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력개발과 평생학습의 연계, 평생학습 결과의 사회적 인정 체계 확립 및 정착,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한 직종으로의 경력전환 지원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2022.06.14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20. 1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격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년 1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20. 1월 격주 금요일 11:40-13:15 (1월10일, 1월31일)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10 AI강국 구현을 위한 전략과 향후 과제>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하, AI)은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이에 대한 대응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국가전략의 마련과 범정부적 실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경제 효과 창출과 삶의 질 영역 확대 목표를 제시한다. 향후 과제로 정책, 산업, 인프라, 기타 분야 등을 나누어 모색하고자 한다. *박원재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 정책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정부혁신평가 평가단 및 자문단 위원,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기획재정부), 혁신자문단 위원(산업통상자원부), 제조AI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시티 얼라이언스 운영위원(국토교통부) 등을 역임하였다. 관련 분야로는 정부혁신, 정보화정책, 전자정부 등이 있다. <1.31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안>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화성-14·15형 등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이른바 ‘신종무기 4종 세트’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남한내 한·미 주요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를 ‘핵무장선택권’ 전략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유용원은 현재 조선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육해공군 정책자문위원, 한국방위산업학회 대외협력위원, 항공소년단 이사등을 역임하였다. 국방부 출입한 현직 최장수 국방분야 담당 기자이며 조선일보 창간 이래 최다 사내 특종상을 기록하였다. 다음 '2020-3회 국회미래연구원 금요 브라운백 세미나'는 2월7일(금)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2022.06.24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미래역량강화 세미나] ‘19. 12월 브라운백 세미나 Series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 발굴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석학들을 모시고 매주 브라운백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9년 12월 개최된 브라운백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 일 시 : 2019. 12월 매주 금요일 11:40-13:15 ○ 장 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 ○ 연 사 및 프로그램 : 하단 소개 <12.6 통근시간과 삶의 질 : 미래 교통정책에 대한 방향> 본 강연은 사회적 측면에서 통근만족도와 연관요인을 체계적으로 탐구해 직장인의 통근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대안 발굴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함. 특히, 국내여건이 충분히 반영된 통근시간의 만족도를 탐색해보고 이를 도시개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장재민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서울연구원, 국토연구원, 회계법인 등에서 교통관<13련 연구 및 민자사업 연구경력이 있으며, 학술활동(논문게재 및 발표), 공모전(아이디어 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 관심분야는 교통과 융복합(부동산, 삶의 질 등)이 가능한 지표개발 및 민관 융복합 연구 등이다. <12.13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 -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중심으로> 본 강연은 이해충돌방지법을 둘러싼 입법적 논의와 과학적 증거기반의 입법정책수립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입법 분석의 시도로서, 소셜빅데이터, 행동과학을 적용하여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유봉은 한국법제연구원 입법평가실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에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공법과 사법간의 갈등에 대한 분석연구: 환경사례를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법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법제연구원에서 환경법, 에너지법, 공직윤리등 다양한 공법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연구는 데이터 기반의 입법평가론연구(2019), 환경규제상의 인센티브에 관한 연구(2016), 공직윤리제도 개선을 위한 법제분석(2006)등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2.20 미래의 정책결정방식 -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본 강연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 데이터 기반 경제의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정책 결정과정은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based policy making)의 맥락을 이은 데이터 기반 행정의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치와 데이터의 전략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과 정책 수립에 관해 모색하고자 한다. *황성수는 현재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보통신기술발전에 따른 정부의 역할 및 공공성 증진에 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공공정보와 민간정보, 지역공간정보 융합 및 활용가능성, 공공데이터 개방에 따른 정부 부처 대응 방향성 모색, 스마트 정부시대의 참여적 거버넌스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Syracuse University에서 행정학 석사,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Grand Valley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22.06.24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이머징 이슈가 정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정재민(법무부 법무심의관, 전 판사)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다 보니 공간의 미래, 교통의 미래, 물류의 미래 등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미래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미래 이야기가 그리 활기를 띠지 않는 것 같다. 법이 기본적으로 과거의 체제를 지키는 보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실무는 현재의 법을 적용하는 일이고, 법학은 현재의 법을 해석하는 데 대부분 역량을 쏟고 있다. 필자도 판사이던 시절에는 법이나 정의의 미래에 큰 관심이 없었다. 판사의 일은 과거에 일어난 특정 사건에 대해서 그 당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법을 적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관심이 커진 것은 현직인 법무부에서 법무심의관으로 일하면서부터이다. 법무심의관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이다. 법안(法案)은 현재 시점에서 아직 법이 아니다. 법의 미생이라고 할까. 법을 만든 사람이 쏘아 올린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법안이 법이 되면 그 순간부터 그 법안이 품고 있는 청사진을 따라 강력한 힘으로 미래를 견인한다. 그러므로 법안을 심의하는 일은 그 법안이 추구하는 미래 사회를 심의하는 일이다. 필자는 특히 정의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법률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정의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법을 말하는 법률가는 신을 믿지 않으면서 성서의 구절만 말하는 성직자와 같다. 법무심의관으로서 법안을 심의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근본적 고민이 있었다. 법안은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고, 미래의 정의는 과거의 정의와 다를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과거의 정의의 관점에서만 미래의 법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법안들을 심의한다면 결국 미래의 법도 과거의 굴레에 묶어두어서 진정한 미래의 법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런 가운데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한 2022년 주목할 15개의 이머징 이슈는 미래의 정의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법철학적으로 복잡한 정의의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의 오랜 믿음에서 정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누가 나쁜 짓을 하면 천벌을 받거나 지옥에 간다고 생각했다. 현세에 복을 못 받은 사람들은 죽어서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 배후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니체가 선언한 바와 같이 신이 죽은 시대이다. 신의 역할을 대체한 것이 정의다. 그런데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정의와 복을 골고루 나누어 받는 정의는 성격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자를 교정적 정의, 후자를 배분적 정의라고 불렀다. 교정적 정의는 쉽게 말해서 잘못한 만큼 대가를 치른다는 것으로 범죄자를 처벌할 때 주로 문제되는 정의다. 배분적 정의는 사회의 가치를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다.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라고 생각한다. 돈도, 권력도, 시간도 자유가 화체된 것이다. 그런데 자유를 활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흔히 ‘강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유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필자는 이러한 교정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의 관점에서 이머징 이슈들이 정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탈가족화, 탈사회화였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중이 15%에서 40%로 증가했다. 노년층은 사별, 중년은 이혼, 직장, 기러기 가족, 청년은 학업, 비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고독사가 폭증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우리 법무심의관실은 2021년 초에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TF를 만들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안,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 유류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법안,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형량을 강화하자는 법안 등 1인가구를 위한 법안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중에서 유류분에 관한 제도 변화는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류분은 상속 때 망인이 제3자에게 재산을 유증하겠다는 의사가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자식이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이다. 그 배후에는 개인의 재산이 오로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것이라는 시각이 있고, 다시 그 바탕에는 농경사회의 가산관념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관념에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마당에 다른 사회적 조직이나 모임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저녁 회식은 드물어졌다. 동문회 모임도 사라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지고, 전일제 노동이 감소하며, 원격근무, 유연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대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에 따라 배달 산업도 폭증하고 있다. 비대면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법무부도 기존에 대면 회의를 요구하던 법인에 관한 규정들도 비대면 회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돌봄의 차이로 인한 정의의 문제 이머징 이슈 리포트가 ‘돌봄’을 중요한 미래 이슈로 꼽은 것도 신선한 통찰로 느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탈사회화의 귀결로서 돌봄이 중요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동안에는 ‘돌봄’을 개인적 차원의 후순위 문제로만 이해하고 있었을 뿐,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움직임으로까지는 보지 못했다. ‘돌봄’은 개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돌봄의 문제는 배분적 정의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과거 가족이나 소규모 공동체에서 상부상조를 통해 무료로 해결하던 ‘돌봄’이 이제는 유료로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돌봄’을 구매할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은 과거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몇 해 전에 서른 즈음의 두 청년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자살방조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최근 읽은 적이 있다. 이 청년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돈을 썼는데 어찌어찌 6만 원을 만들었어요. 돈 구하기 진짜 힘드네요. 더 구해볼게요.” “힘들죠,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한다. 제가 제일 미안해요. 멀리서 오시구.”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급할 때 3만 원 구하기도 힘들더라구요. 참 쪽팔리고 서럽더라구요ㅠ” 약자들에게는 자살조차 이토록 어렵다. 데이터의 차이가 초래하는 정의의 문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과 같은 기술 발전이 미래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말하는 것이지만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오용 가능성, 알고리즘의 편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이미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지만 그 알고리즘을 누가 어떤 공식으로 설계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사람과 설계된 알고리즘으로 마치 커튼을 쳐 놓은 듯 모든 눈과 귀와 뇌가 차단된 사람의 자유의 크기는 같을 수 없다. 저크버그나 일런 머스크처럼 세상 사람들이 시시각각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필자처럼 시시각각 이들에게 데이터를 갖다 주는 사람이 누리는 자유의 크기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러한 차이는 소득이나 상속재산의 차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불평등을 낳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그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흔치 않다. 유튜브에 “원숭이 뉴럴링크”라고 치면 ‘페이거’라는 원숭이가 전자오락을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모니터 좌우에 세로 막대기가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하얀 공을 화면 중앙으로 쳐내는 게임이다.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쓰지 않는다. 원숭이는 뇌파로 게임을 하는 중이다. 원숭이 뇌에 칩을 심어서 원숭이의 뇌파가 외부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뉴럴링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회장으로 유명한 일런 머스크가 설립한 또 다른 회사이다. 이 회사는 이 칩을 사람의 머리에 심으려고 한다. 칩이 사람 머리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이 머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람들 머리에 구글과 클라우드가 들어간다. 사람들 사이에 텔레파시도 가능해진다. 이런 시대가 오면 부자들은 자신의 뇌를 매우 우수한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타고난 두뇌로 살아가야 한다. 회사에 취업 시험을 볼 때 그런 사람들 사이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정의로울까, 두지 않는 것이 정의로울까. 사람의 수명이 100세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과거 버전이 되었고 요즘은 150살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200년 이상 산다는 말도 나온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도 미래의 정의에 큰 영향을 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알토스랩’이라는 회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을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노화를 방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 젊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의 사장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류가 10년 안에 수명탈출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에 진입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10년 안에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속도가 나이를 먹는 속도를 따라잡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3살 더 먹더라도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5년 더 늘어나면 당분간은 늙지 않는 셈이 된다. 3D 프린터로 수술 중에 장기를 만들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적 질병을 제거할 수도 있다. 나노 로봇이 혈관으로 들어가서 혈관 속 막힌 곳을 뚫어줄 수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죄의 불법성 평가는 더 커지지 않을까. 19세기 이전에는 평균수명이 40살이 채 안 되었다고 한다. 그때 한 명을 살해한 것과 사람이 200살까지 사는 시대에 사람 한 명을 살해한 것은 불법성이 같을까. 그 살인자가 같은 기간의 징역형을 받는 것은 정의로울까. 200년씩 산다면 나중에 사람이 변화되고 선하게 교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아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논리가 강해질까.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다스베이더의 광선검에 오비완 케노비는 손목이 잘려나갔지만 금방 새로운 손목을 재생시킨다. 그렇게 의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상처가 쉽게 치유된다면 상해죄의 형량은 약해져야 할까. 어떤 사람은 200살을 살고 어떤 사람은 지금처럼 70살을 살면 직장에서 정년이라는 개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러한 수명의 차이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있을까. 부자에 대한 누진세, 중과세를 적용하는 것처럼 오래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정의로운 것일까. 이머징 이슈들 중에서 국제적 이슈들로는 미중 대립과 경쟁의 격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유출 문제,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기후위기를 비롯한 국제적 환경 재난으로 인한 국가 간 갈등 확대가 제시되어 있었다. 전쟁이나 무력 침략에 대한 대응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의 교정적 정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과거 수백 년 전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서구 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과거 서구 국가들이 배출한 탄소량을 훌쩍 넘어서는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산업국들도 같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와 같은 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배분적 정의의 균형점을 재조정할 것이다. 법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필자가 판사일 때는 현재 존재하는 건물만을 구석구석 살피고 활용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법안을 만드는 법무심의관이 된 뒤로는 보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처럼 건물을 둘러싼 빈공간을 살피게 된다. 건물 위로 몇 층을 더 올릴 수는 없을까, 옥상에 정원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건물 주변의 공터를 더 좋은 생활 공간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식이다. 빈 공간들은 미래로 가득 차 있다. 그러고 보면 미래 학자들은 빈 공간이 무엇으로 채워질까를 연구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이머징 이슈 리포트는 우리나라 사회라는 건물이 앞으로 어떻게 빈공간을 채워나갈지를 가늠하는데 유용한 조감도를 제시한 것 같다. 법률가는 여기에서 미래의 정의의 균형점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정의는 법률가들만의 것은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머징 이슈 리포트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정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논의하는 일이 점점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2022.03.08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우리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또 하나의 오래된 미래, 체르노빌 글. 이상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나는 과거에 대해서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현재는 ‘지금부터 10만 년 이후까지의 시간’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 김홍중, 「미래의 미래」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자로 4호기가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프리피야트에서 3km 떨어진 곳이었다.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가 1997년에 러시아어로 발간한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는 이 사건을 다룬다. 알렉시예비치는 1986년 당시 벨라루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의 수도 민스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책이 출간될 시점에 벨라루스 국민 20%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오염지역 거주민 210만명 중 70만명이 어린이였다. 방사선 피폭이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사건 이래 10여 년에 걸쳐 체르노빌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국 소방대원의 아내, 심리학자, 일곱 살에 죽은 딸의 아버지,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고멜 주 주민, 전 프리피야트 주민, 호이니키 마을 주민, K 가족,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이주민, “주의 종”, 경찰, 해체작업자, 해체작업자의 아내, 방사선 선량기사, 운전병, 헬기조종사, “다양하고 복잡한 선천성 병리 현상”을 가진 채 태어난 딸의 엄마, 고멜국립대학교 교수, 사냥꾼, 카메라 감독, 마을 간호장, 언어학 교사, 가정실습 교사, 기자, 벨라루스 의원, 농업학 박사, 공화국협회 부대표, 소아과 전문의, 브라긴 마을 주민, 의사, 방사선 전문의, 산파, 수문기상학자, 화학 엔지니어, 전 벨라루스 과학 아카데미 핵에너지 연구소 소장·실험실 실장·선임 연구원, 환경 보호 감독, 역사학자, 시골 교사, 사진작가, 모길료프 문화예술대학 교수, 전 슬라브고로드 당 지역위원회 일등서기관, 모길료프 여성위원회 <체르노빌의 아이들> 대표, “무명”, 그리고 어린이들이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이들의 목소리다. “목소리”로 옮겨진 러시아어 молитва의 뜻은 기도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1년 6월에 출간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3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이 책은 약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 알렉시예비치가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작은 관심이 다시 일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책은 곧 묻혔다. 우리에게 미래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체르노빌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핵발전소가 그것을 결정할 절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자체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지만 더욱 크게는 우리가 아직 그 사건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책은 특히 이 사건의 불가해성을,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무개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한국어판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10년이 된, 그리 주목받지 못한 이 책을 이야기해 보려는 이유다. * * *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사랑이 이어지기를, 생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무엇인가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폭력이 이어지지 않기를, 죽음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라는 말에서 바라는 것의 지속을, 바라지 않는 것의 변화를 바란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체르노빌은 사랑과 폭력의 의미를,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뒤바꿔놓았다. 30년차 산파는 “행복한 임산부를, 행복한 엄마를 본 지 오래됐다”며 말한다. “꿈 이야기를 한다. 발이 여덟 개 달린 송아지를 낳은 꿈, 고슴도치 머리가 달린 강아지를 낳은 꿈……. 이상한 꿈이다. 예전 여자들은 이런 꿈을 안 꿨다.” 유산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 내 아이는 죽은 채로 태어났어요. 손가락도 두 개 모자랐어요. 여자아이였어요. 난 울었어요. 손가락이라도 다 있었더라면……. 여자아이잖아요.”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과 병원에서 4년을 함께 생활하고 있던 엄마는 딸의 존재가 “자신과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의 “사랑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면서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소방대원의 아내는 피폭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남편의 죽음을, 태어나 4시간 만에 죽은 딸의 죽음을 10년 만에 말하면서 묻는다. “사랑으로 죽이는 게 가능한가?” 이주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그들이 들고 있던 달걀과 우유, 양파와 호박을 빼앗아 묻어야 했던 군인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황금빛 가을에” 사람들이 모두 미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랑은 죽음이 되었다. 죽음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되었다. 체르노빌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감각을 무너뜨렸다. 방사능은 10만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서의 생명은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죽어가는 것이다. 10만 년 내에 ‘탄생’이란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미래는 오지 않는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미래의 미래」에서 이렇게 썼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대규모로 사멸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생명 그 자체’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이 꺼진 적은 없었다. (…) 태어날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이 불가능해질 때,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를 잃어버렸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렇게 책을 시작한다. “나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무서운 전쟁과 혁명이 20세기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체르노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내가 증언하는 것이 과거인지, 또는 미래인지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진부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시한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체르노빌을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지식이다. 왜냐하면 체르노빌로 인해 사람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과 갈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시간에 대한 주관을 이야기 속에 담는다. 그런데 체르노빌은 10만, 20만 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관점으로 볼 때,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악몽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할 능력이 되는가?”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서론-본론-결론과 같은, 시간을 따르거나 영역을 순서대로 짚는 논리의 형식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맥락 없는 독백의 나열, 환상적인 말들의 이어짐으로 채워져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묘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체르노빌은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집이었”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 스스로의 삶도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을 그저 암호라고 말한다. 암호는 풀 수 없다.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그 기이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알렉시예비치가 고안한 것이 ‘소설-코러스’라고 불리는 형식이다. “수많은 목소리들의 코러스로, 모든 상세한 것들의 콜라주”로 세상을 보고 삶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이 책의 메시지와 조응한다. 체르노빌이 ‘수습’될 수 없는 것처럼, 체르노빌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체르노빌은 여전히 불가해한 사건이다. 그것은 과거로만 남아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과거이자 현재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의 관점에서 잘 정리된 후일담일 수 없다. 그것은 현재이자 미래다. 그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말하려면, 그것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려면, 우리는 현실의 언어가 아니라 환상의 언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 * * 2021년 4월 13일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는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 저장되어 있는 오염수를 2023년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한국 정부와 국민은 크게 우려한다. 일본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일본 정부는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과연 있을 수 있는가? 핵발전소 사고는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을 체르노빌은 증언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도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사고라서 수습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핵발전소가 지금도 방대하게 쏟아내고 있는 ‘죽음의 재’(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시설은 이 세계에 없다. 2023년부터 가동을 준비 중인 시설은 한 곳 있다. 핀란드의 ‘온칼로’(숨겨진 곳)다. 이 시설이 설정한 최소 보관 기간은 10만 년이다. 기준에 따라 그 기간은 100만 년으로 산정되기도 한다. 10만 년 전은 지질 시간대로 홍적세에 해당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기로 추정되는 때가 30만 년 전이다. 핵발전소의 평균 운영 기간은 30년이다. 핵의 기원은 폭력이다. 핵의 목적은 폭력이다. 에너지원 그 어디에도 붙지 않는 “평화적 이용”이라는 딱지 자체가 핵의 성격을 드러낸다. 국가가 핵발전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핵발전에 관한 한 국가는 언제나 수습의 주체가 아닌 가해의 주체였다. 국가는 언제나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사고는 반복되었다. 사고는 늘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였다. 1979년에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소련은 그것을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1986년에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서방 세계는 그것을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말했다. 2011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일본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도 결국에는 ‘수습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핵의 평화적 ‘사용’을 주창했던 미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사실상, 즉각, 지지했다. 핵발전의 ‘확대’를 관리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12월에 이미 오염수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식으로 후쿠시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수습될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우리에게 묻는다. “신형 휴대전화 혹은 자동차와 삶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당신은 삶을 선택하겠다고 답하겠는가? 우리는 답이 자명해 보이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2021년 4월 기준 지구에서 가동되는 원자로 444기 중 25%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원자로 145기 중 40%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것이다. 우리에게 체르노빌은 여전히 해석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체르노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아직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것이 해석될 날은, 발터 벤야민이 『일방통행로』에서 썼던 것처럼, 이미 예언이나 경고를 놓쳐버린 후일지도 모른다. 2021.06.01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he Tyranny of Merit) 글. 전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말한다, “능력 있는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과연 이것은 정당한가? 이런 덕목이 통용되는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정의와 도덕에 대한 여러 편의 저서를 통해 한국에 널리 소개된 바 있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센델 교수가 2020년,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신간을 발매했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있는 그의 저서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에 더해 트럼프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굴욕의 정치’와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미국 사회의 거대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능력주의 (meritocracy)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의 전작에서 논의된 정의의 다양한 개념들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2020년의 정치 지평으로 소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센델은 능력주의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비교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능력주의의 실패는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가? 둘째, 혹은 능력주의의 실패는 능력과 성취를 사회적 분배의 기저 논리로 사용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근본적인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단호히 후자의 입장을 취하며 독자로 하여금 ‘경쟁의 과정이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데에서 한 발 더 과감히 나아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센델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능력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능력주의는 각종 사회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하는 성질을 띤다. 경제적 불평등은 노력과 성실성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합리화되며, 인종 간의 불평등 또한 인종의 문제가 아닌 개별 노동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의 문제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극소수의 성공적인 흑인들의 예시는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대다수의 억압받는 흑인들을 외면한다. 능력주의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제도와 구조를 통해 견고하게 그 생명을 이어나간다. 엘리트 교육을 받고 최고의 명문대학에 진학한 미국의 상위층 자녀들은 마치 통과의례라도 치른 듯 자신들의 성취를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공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의 논리로 내면화한다.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공공연히 자격이 있는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수혜자를 나누는데 골몰하고, 이 과정에서 동원된 각종 지표 (인종, 성별, 결혼 여부, 교육 수준, 노동 여부, 약물 기록 등) 는 사회적인 낙인 효과를 남기며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깃발을 나부끼며 우리를 매혹시키지만, 실상 그것은 견고하게 반복되는 사회적 계층화를 정당화하는데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 센델에 따르면 능력주의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첫째, 능력주의는 그것에 반발하는 대중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반엘리트 정서를 품게 하고, 그 결과 대중이 트럼프라고 하는 최악의 대통령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둘째, 실질적으로 사회계층을 거슬러 오르는 사회적 이동성이 단절된 것과 마찬가지인 미국 사회에서, 능력주의의 환상은 대중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만들고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거시킨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있음을 굳게 믿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상적인 시민의 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폐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노력 이후에도 정당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노력’과 ‘자격’의 이름으로 판단하는 지도자들로부터 모욕감을 느낀다. 그 결과 이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면,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사슬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옥죄인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부상과 그가 임기 중 내내 강조하던, 공정한 절차로 꿈을 이루어 나가는 미국인의 이상, 그리고 그 이후,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득세한 트럼프를 떠올려 본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심화된 미국 내 반이민자 정서와 인종차별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여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능력주의가 사회적으로 실패한 아이디어라는 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실패를 보이지 않게 덮어 놓을 수 있는 유용한 권력의 도구라는 점이다. 저자는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경신했던 전설적인 흑인 야구 선수 행크 에런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과 배트가 없어 병뚜껑과 막대기로 야구 연습을 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행크 에런의 스토리는 사회적 장벽에 맞서 운명을 개척한 미담으로만 읽혀야 할까? 오히려 우리는 “오직 홈런을 때려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인종주의의 부정의한 시스템을 혐오 (p. 348)”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권력이 작동할 때, 불공정은 공정한 것으로 일상화되고, 소수의 ‘성공’은 미담이 되어 우리의 시대정신이 된다. 우리는 “뿌린 만큼 거두”고 “자신의 도덕성을 성취를 통해 증명”하는 세상을 표방하였던 자본주의의 선지자들의 미래 세대다. 우리의 미래는 다시 한번 우리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견고하고 지속적인 사회 기저의 질서를 탐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연구의 다른 이름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에 대한 깊은 연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조를 직시하고 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그것이 공정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미래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과정의 공정성을 넘어,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2021.04.20

미래기고

[신현영] 대형참사 이후 검시체계·시스템 선진화 필요성 대형참사 이후 검시체계·시스템 선진화 필요성 늦가을 밤이 깊어지던 날, 골목길을 덮친 10.29 참사는 158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뜻밖의 비보에 황망해진 유가족들은 어쩌다 우리 자녀와 형제, 자매들의 생명이 꺼지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경을 헤매던 당시의 현장 상황은 물론 구조와 응급처치 그리고 이송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최대한 면밀히 파악하고 싶을 것이다. 참사 희생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의 추적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유가족의 한을 풀어내는 계기를 마련하고, 사회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것을 넘어 각종 재난과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경과는 국가가 답변해야 한다. 10.29 참사 발생 직후 필자가 확인한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유가족은 황망한 마음으로 시신을 이양받았고 검안과 화장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그 당시 수습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인가? 전문가들은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리나라의 검시 제도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허술한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이번 참사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낙후된 시스템에 따른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제대로 검시하고 의학적 소견을 남기지 않으면 사망한 한 분 한 분의 상황을 재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실제‘압사’로 분류되는 경우, 구체적인 사인은 달라질 수 있다. 외상성 질식 이외에도 경부압박성질식,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 흉복강 내 장기 파열 등을 포함해 각기 다른 신체 위해 상황이 구조, 이송, 응급처치 과정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었는지, 좀 더 빠른 처치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는지 우리는 죽음의 원인을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법의학자들이 부검감정서를 통해 남긴 기록에는 사망자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증거로서의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정교한 검안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도 시신 손상에 대한 검사와 기록은 최소한으로만 남긴 채 장례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10.29 참사 당일 현장 기록 및 보전을 위해 정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투입을 요청하지 않았다. 올해 경찰과 국과수를 포함한 여러 기관은 재난 상황을 대비한 사전 모의 훈련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참사에서 법의학적인 접근을 위한 기관 사이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과수 내에 정립된 프로토콜은 전혀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구조적인 원인을 법의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한 분 한 분의 의료기록 및 사망 후의 검시 기록의 미비도 뒤따랐다. 결국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는 경찰과 검찰,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졌다. 유류품 복원 등도 어려워져 사고원인을 둘러싼 전문적인 판단과 근거는 배제되고 그 자리에는 유족과 경찰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각종 재난과 대형참사 발생 이후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과정에 법의학자가 주도적,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그러자면 검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검시법을 제정해 선진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근거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모든 사망자에 대해 부검을 일일이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후 X-RAY나 CT와 같은 영상의학적 소견들, 혈액학적인 검사를 통해 시신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가족들에게는 적어도 추가로 의학 근거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추후 국가 소송 등 여러 법적, 도의적 책임을 가릴 때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참사,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 재난 프로토콜을 발전시켜 왔다. 이에 더해 이제는 검안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종 참사 이후 죽음의 원인이 은폐되는 억울한 상황을 방지하고 예방 가능한 재난에 대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의 길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모을 시기다. 펜을 드는 지금, 코로나 백신 피해 유가족들의 호소가 떠오른다. “부검을 할 수 있다거나 부검해야 한다는 말씀을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국가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원인 규명이 되어야 보상해준다는 이야기가 말이 됩니까?” 억울한 죽음을 막고, 억울한 죽음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 국회의원으로서 필자의 역할도 잊지 않을 것이다. 신현영 현)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한양대 의과대학 조교수 전) 한국여자의사회 이사 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겸 대변인 2022.12.05
[김민철] 나누면 더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래다 나누면 더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래다 대한민국 면적은 22만3,404㎢로 (남한 10만 210km²) 세계 253개 국가 중 85위에 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는 영국(24만3,610㎢)과 유사한 면적이다. 현재는 약 5000만 명의 국민이 17개 시‧도 226개 자치단체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숫자로 대한민국을 보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2021년에는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된 국가다.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숫자들 너머 우리가 마주한 위기도 엿볼 수 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총인구는 전년 대비 9만 1,000명 감소한 5,173만 8,000명으로 인구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이는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실시된 센서스 결과 중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수치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주목할 점은 이런 상태에서도 수도권은 과밀화되며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 중 약 10%가량 차지하는 반면 인구는 절반 이상인 약 50%가 넘게 모여 살고 있다. 2019년 50%를 넘기기 시작한 수도권 인구 비율은 이후 현재까지 전국 인구는 감소하는데도 수도권 인구는 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내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1,400만 경기도를 보면 인구 1,000만의 경기남부와 인구 400만의 경기북부의 지역 간 지역 내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서 경기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의 한 측면이자 미래비전으로 ‘경기북도 설치’를 제안한다. 경기도가 가진 불균형은 대표적인 ‘빈익빈 부익부’현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이다.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70년 동안 경기북부 지역은 ‘안보’와 ‘수도권’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인해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과 수도권 개발 제한 등의 중복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자 도로, 철도, 산업단지 등 기반 시설이 제대로 지어지지 못했으며, 경기북부 주민들은 차별과 불이익에 직면했다. 작았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되다 보니 경기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생겼다. 그 결과 북부는 남부에 비해 경제, 교육, 문화, 교통 등 대부분 분야가 낙후되었고 지역내총생산(GRDP), 도로보급률, 산업 여건, 재정고속도로 등의 여러 정책 격차가 지표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경기북도 설치는 오랫동안 논의되어왔다. 1987년 제13대 대선 공약을 시작으로 1992년 대선 공약, 2000년과 2004년 총선 공약,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 공약 그리고 2022년 20대 대선 경선 공약에서도 언급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 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공약으로 현재는 정책 당사자인 경기도 차원에서도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입법으로 책임과 완성을 다 하는 국회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본 의원과 김성원 국회의원이 각각 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데 주요한 성과로는 여야가 공동으로 설립한‘국회 경기북도 추진단’과 33년만에 처음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입법공청회’까지 마치며 소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법안은 현재진행형이다. 경기북도 설치의 법적 절차는 ‘지방자치법’내 폐치분합 규정에 따른다. 국회에서 법률안은 이미 제출되었으므로 이제는 정부의 의지 영역인 지방의회의 의견이나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민의 수렴이 남았다. 이미 본 의원이 주도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주관한 여론조사에서도 경기북도 설치 찬성 목소리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기북도 설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등 중앙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기도민과 도내 기초자치단체, 각 기초의회, 광역의회 등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대한민국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위 향상과 역할 변화를 주요 전략으로 채택해 왔다. 2006년 섬의 특성을 살린 관광도시 제주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설치되었고 2012년 행정 권력의 분산을 위한 행정도시 세종특별자치시가 설치되었다. 최근 국회에서는 강원도에 특별자치도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되며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그간 안보 등을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였던 강원지역에 활력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경기북도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균형발전의 과제다. 그간 경기북부는 국가균형발전의 사각지대로서 늘 소외되어왔다. 행정구역의 구조를 바꾸는 자치단체의 분도(分道)라는 정책 규모와 1400만 인구라는 정책 대상 규모를 봐서라도 시급히 추진 되어야 한다. 한편 분도(分道)외에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광역 연결 자치단체를 만들자는 ‘메가시티(MEGA CITY)’담론도 활발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규모의 경제학이 합리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았듯이 지역발전의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학이 작동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광역 단위 초연결을 통해 지역 경제 규모와 인구를 키워 수도권에 버금가는 광역자치단체를 만들자는 발전전략과 분도는 같은 선상에서 논의될 가치가 충분하다. 국가균형발전의 전략이 늘 단일한 정책일 필요는 없다. 어떤 지역은 합쳐서 빛을 보는 곳도 있겠지만 어떤 지역은 나눠야 빛을 보는 데도 있다. 경기도가 그렇다. 그렇기에 각 지역의 특성과 현실 여건을 최대한 살리는 정책이야말로 전략적 의미에서 국가균형발전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유일한 전략으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현재에서 미래는 태어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오늘부터 힘써야 한다. 국회는 입법으로, 정부는 시행으로, 시민사회는 여론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대한민국이 마주한 미래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부족하면 합치고, 넘치면 나누는 것이 인류의 역사이자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이었다. 그렇기에 경기도의 분도를 통한 경기북도 설치는 경기북부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으로 대전환(great transition)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민철 - 現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 前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 제21대 국회 전반기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제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운영위원회 위원 - 전) 노무현정부 청와대행정관 2022.11.17
[박영순] 개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개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1948년 7월 전문과 본문 총 10장 130조로 구성된 대한민국 제헌헌법이 제정·공포된 이래, 지금까지 9차례의 개헌이 있었다. 제헌헌법이 제정된 이후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우리는 평균 8년에 한 번꼴로 개헌을 했던 셈이다. 주요 개헌 사례를 잠깐 살펴보면, 먼저 이른바 ‘발췌개헌’으로 알려진 1952년 1차 개헌은 이승만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이뤄졌다. 1954년 2차 개헌은 ‘사사오입’이라는 말로 더 유명한데, 대통령의 3선 제한 철폐가 주요 골자였으며, 1972년의 7차 개헌은 악명 높은 ‘유신헌법’의 선포였다. 공교롭게도 모두가 헌법 개정의 필요성보다는 권력자의 정권 연장을 위한 도구로 개헌이 이뤄진 사례들이었다. 마지막 개헌은 달랐다. 이전까지 8차례의 개헌 중 5차례가 권력자의 정권 연장을 위한 도구였던 반면, 9번째인 마지막 개헌은 군사독재에 맞선 국민이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산물이었다. 1987년 10월 국민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 찬성을 얻어 공포된 현행 헌법은 제헌국회 이후 최초로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현행 헌법도 개정된 지 35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무려 강산이 세 번 반이나 바뀔 동안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그 폐해와 부작용도 적지 않다. 1987년 6월 이후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90년대 후반에는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21세기 들어서는 촛불혁명을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가파르게 민주화가 진행됐다. 경제적으로도 눈부신 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사태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됐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 세계화도 급격히 진행돼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 급증으로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변모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4차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급격한 정보화도 진행됐다. 이밖에 3년 차에 접어든 팬데믹은 새로운 사회 변화를 초래했으며,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87년에 비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권력구조의 측면에서 5년 단임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장이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는 했다. 4년 중임제 개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내각제 개헌 등 대안도 다양했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차치하더라도, 달라진 시대상과 사회상은 35년 전 만들어진 낡은 헌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예를 들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이미 2019년 250만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지만, 우리 헌법 어디에도 이들의 인권과 기본권에 대한 조항은 없다.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이 ‘인간’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권 조항도 마찬가지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차별 금지 사유로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세 가지만 명시하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참고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 제21조는 “성별, 인종, 피부색, 종족 또는 사회적 신분, 유전적 특징 언어, 종교 또는 세계관, 정치적 또는 여타의 견해,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장애, 연령 또는 성적취향을 근거로 어떠한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차별 금지 사유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예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 제19조, 제20조에 명시된 양심과 종교의 자유도 문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에 제정된 까닭에 사상의 자유가 빠져 있다. 국민의 의무와 관련해서도 현행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 납세, 국방, 교육 등 4대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근로의 의무 규정은 논리적 모순이다. 또한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몰라도 근로와 교육이 개별 법률이 아닌 과연 헌법상 국민의 의무로 명시되는 것이 타당한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또한 ‘노동’이 아닌 ‘근로’라는 용어 역시 ‘부지런히 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화의 급격한 진전에 따라 SNS 등 새로운 매체와 미디어가 등장했지만, 우리 헌법에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만이 적시돼 있다. 다양한 방식의 의사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로 확대·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하에서 제정된 현행 헌법에는 몇몇 독소조항도 여전히 남아있는데,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과 관련해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국민들을 억압하는 대표적 사유로 악용돼온 만큼 삭제가 바람직하다. 또한 제21조 제3항과 제4항의‘통신·방송·신문의 설립은 법률로 정한다’,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근거로 한 언론 기능 제한 예시는 권력 등이 언론 출판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얼마 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정치권이 다시 한번 개헌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개헌은 이제 더 이상 정치권만의 의제가 아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률이 우리 사회의 질서와 작동원리에 대한 세부 규정이라면, 헌법은 법률의 근간이 되는 기본규정이다. 35년이나 된 낡은 규범을 유지하면서, 미래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모순이고 헛된 망상이다. 가파르게 진행된 민주화와 고도의 경제 발전, 높아진 시민 의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투명성, 공정성, 안전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포용성 등에서 여전히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1987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구감소, 고령화, 양극화, 지방소멸의 문제가 우리 앞에 직면해 있다. 개인정보 보호 및 정보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권 보장, 아동 학대 및 범죄 예방을 위한 아동 인권 조항,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의미하는 안전권 조항의 신설 등도 시대변화에 따라 반드시 헌법에 새롭게 추가돼야 할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개헌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이유이다. 박영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을지도위원회 위원 2022.09.22
[김태경] 한반도 평화의 미래와 여성 한반도 평화의 미래와 여성 내년 7월 한반도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다. 그로부터 30년 후 정전협정 100년이 되는 2053년, 한반도의 미래를 질문해보자. 우리는 공동번영하는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게 될까? 갈등과 격차가 늘어난 한반도에서 살게 될까? 이 미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대화’의 하나로, 한반도 평화에 초점을 맞춰 서울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올가을 이틀에 걸쳐 다섯 명씩 다섯 그룹, 총 25명의 그룹인터뷰를 기획해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한국 여성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래 전망과 미래 선호, 진단과 우려를 진지하게 들었다. 이번 한반도 미래대화는 2000년 유엔 안보리결의 1325호 이후 발전해온 유엔의 ‘여성, 평화, 안보’(Women, Peace, Security, WPS) 의제를 한반도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차원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평화 구축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유엔의 ‘여성, 평화, 안보’ 의제는 세계의 다양한 갈등 해결, 평화 과정에서 여성을 포함한 모두의 평등한 참여(participation), 전쟁, 무력 분쟁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하는 여성을 포함한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protection), 모든 무력분쟁 및 차별적 폭력의 예방(prevention), 분쟁 후 사회의 구호복구(relief and recovery)의 네 가지 큰 주제를 포괄한다. 사실상 세계의 많은 분쟁, 평화과정의 현장에서 폭력과 범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중재, 일상 유지 및 재건 등 다양한 평화구축 노력의 주체인 여성들, 그리고 젠더를 비롯해 어떤 요인에서든 그들의 목소리, 존재가 평화과정에서 침묵, 배제되는 이들을 포괄하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미래대화는 여성들과의 대화를 기획했다. 국회미래연구원 과제로 진행한 미래대화 참여자는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리서치 패널 중에서 여성, 평화 주제에 관심이 있는가에 대한 4개의 사전질문에 모두 ‘예’로 대답한 서울시 거주 여성(만 19세-69세) 25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다섯 개의 그룹 인터뷰는 리서치 측의 퍼실리테이터의 주재하에 참여자들이 미리 준비된 소주제 질문들에 자유롭게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평화 만들기의 관점에서 지금 한반도는 어디에 위치하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등의 미래 대화를 위해 유엔의 보편적 ‘여성, 평화, 안보’ 의제의 틀 안에서 ‘여성과 안전’, ‘여성과 일터/가정에서의 평등’, ‘여성과 한반도 평화’ 세 가지 소주제별로 질문을 하고 대화를 관찰했다.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에게 한국은 더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점, 법제도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하는 일터(혹은 가정)에서의 젠더 간 불평등을 지적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위협인식과 미래의 평화, 통합을 위한 폭넓은 제안과 상상을 내놓았다. 첫 번째 여성과 안전 소주제의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여성에게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 질문과 관련해 전체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의 안전을 5점 만점에 3.3점으로 매겼으나, 여성으로서 느끼는 안전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20대로 이뤄진 두 그룹의 안전에 대한 위협인식이 두드러졌고 연령에 관계 없이 대화 중에 자신이나 주변이 위험에 처했던 경험, 사회적 뉴스가 공유되었다. 두 번째 소주제 일터 혹은 가정에서의 평등에서는 ‘한국 사회가 평등, 공정, 정의롭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자신의 일(가정)에 만족하는지’, ‘여성으로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는지’ 질문했는데 5060 그룹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부정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실제적 차별에 대한 응답에서는 연령별로 시대적 변화 및 생애주기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반영되었으나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젠더적 이분법에 따른 제약의 다양한 경험, 사례, 문제의식이 이야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소주제 한반도 평화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30-40년 뒤 한반도의 가능한 미래, 바라는 미래상은 무엇인지’, ‘회피하고 싶은 미래는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평화의 가장 큰 적으로는 사회정치적 양극화, 군사적 대립, 북핵, 젠더 갈등, 교육, 언론, 기후변화, 자살률, 출생률, 소외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됐다. 중장기적 한반도의 미래상에 대해선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다층적 교류협력의 필요성과 관련 제안들이 토론되었다. 회피미래로는 대다수가 (핵)전쟁을 언급했고 남북관계의 단절에 따른 북중관계 밀착에 대한 소수의견이 있었다. 이번 미래대화는 서울 지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초보적 연구로 향후 지역 및 젠더를 확대하는 한편 질문지를 보완하는 등 방법론적 심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의 대화, 상호작용 과정으로부터 초점집단면접 결과는 지속가능한 평화 만들기를 위해서 평화가 얼마나 광범한 영역을 포괄하는, 상호 연계되는 개념으로 정의될 필요가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이번 미래대화의 사후 질문에서 평화에 이르기 위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개인의 안전, 삶의 질 보장, 평등한 기회,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갈등 해결의 방식, 군비경쟁 완화, 교육 등)에 대한 응답은 개인의 안전(14명), 삶의 질(6명), 평등(5명), 정의(5명), 평화로운 갈등 해결(3명) 등의 순으로, 일상의 안전, 삶의 질 보장, 평등과 정의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평화의 중요한 조건, 구성요소인가를 알려준다. 유엔 ‘여성, 평화, 안보’ 의제가 명시하는 바와 같이 평화의 구축과정에는 그 존재 여부에 따른 여파를 살게 되는 모든 사람의 참여와 대표가 필수적이다. 서울 여성들과의 목소리를 반영한 한반도 미래대화 결과, 평화 만들기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일상적 안전, 자신의 일에서의 만족과 평등, 사회적 정의 만들기는 남북관계, 군사적 신뢰 구축, 한반도의 점진적 사회통합 등과 연계되는, 연속선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점, 평화는 타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소통과 교류, 다양성의 존중과 포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대화하는 반복적 합의의 과정, 그것은 평화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한반도 미래대화는 미래의 평화를 살게 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미래전망, 미래선호에 바탕한 미래전략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2053년 정전협정 100년의 한반도는 이러한 한반도 미래대화의 축적을 통해 지속가능한 평화 만들기를 담보하는 아래로부터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현재의 대립과 혐오, 무관심과는 다른 미래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12.07
[이상직] 출산의 미래, 우리는 아이를 어떤 식으로 맞이하고 있는가 출산의 미래, 우리는 아이를 어떤 식으로 맞이하고 있는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다. 그런데 아이를 어떻게 낳는지에 대해서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낳는 방식도 근대에 와서 크게 바뀌었다. 이 글에서는 지난 50년간의 아이 낳는 방식의 변화를 '산업화'와 '제도화'라는 키워드로 짚어보고자 한다. 과거에 많은 사람이 집에서 가까운 사람들 옆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이제는 병원에서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의사나 간호사의 통제하에 매우 표준적인 절차에 따라 아이를 낳는다. 결국 아이를 낳으려면 돈이 필요해졌고, 그런 의미에서 아이 낳는 일은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특정한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되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아이는 남녀가 법적으로 결혼한 후에 성관계를 가져서 낳는 것이라고 기대된다. 혼인과 섹스와 출산이 법률혼주의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결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출산이 산업화된 것은 20세기 현상이다. 티나 캐시디의 '출산, 그 놀라운 역사'는 출산이 산업화된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출산이 의료적 처치의 대상이 되면서 의사들이 출산 과정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산전검사, 마취제사용, 예방적 겸자 수술, 제왕절개, 경막외마취 등은 모두 의료적 표현이다.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의료적 처치의 대상이 되면서 시설의 규모가 커졌다. 사람들도 의료진도 대형 병원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출산은 확률적으로 측정 가능한 단계의 연속적 과정으로 표준화되었다. 근대 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셉 B. 드리는 1923년에 쓴 기고글에서 사람들이 임신과 출산을 "정상적인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산과학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개탄했다. 20세기 초에는 겸자 수술로 불린 물리적 개입술이 도입되었다. 1950-60년대에는 약물로 산모를 마취한 상태에서 출산하게 하는, '황혼의 잠'(twilight sleep)이라고 불린 방식이 상류층을 중심으로 사용됐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제왕절개술이다.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의료과실에 대한 의사들의 두려움이 커지면서, 한편으로는 '고위험 임신'이 많아지면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널리 활용되는 처치는 경막외마취다. 산업화된 출산은 한편으로는 특정 유형의 산전 관리를 뜻한다. 임신한 여성 대부분은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출산의 순간까지 잘게 쪼개진 단계마다 여러 검사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단순한 생리적 적응 반응이 특정한 '병'의 이름으로, 특정한 확률의 가능성으로, 임신부에게 전달된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농부와 산과의사'의 저자 미셸 오당은 이러한 산전검사가 플라시보(placebo) 효과와는 반대되는 '노시보(nocebo) 효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출산을 문제가 되는 어떤 일로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 출산의 시대에 산모는 '환자'가 되었다. 조셉 드리의 바람대로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출산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출산이 의료화된 과정을 기술한 조영미에 따르면 1970년에 병원이나 의원 등 시설에서 아이를 낳은 이는 17.6%였다. 15년 뒤에는 그러한 이들이 75.3%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99% 이상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 제왕절개분만 비율을 보면 1982년에 4.4%였던 것이 2003년 39.2%가 되었다. 한국에서 제왕절개분만 비율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와서다. 2019년에 태어난 아이의 50.6%가 제왕절개분만으로 태어났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다. 가장 수준이 낮은 나라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으로 15% 정도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대 후반이다. 이러한 구조화된 환경에서 개인이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낳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가일은 '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에서 여성이 출산 과정에서 소외되는 맥락을 "분만을 당하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한국사회에서 출산은 철저하게 제도화돼 있기도 하다. 섹스와 결혼과 출산은 법률과 규범에 따라 강하게 연결돼 있다. 1960년대까지도 있었던 사실혼이나 소실 관계에 따른 결혼제도 밖의 섹스와 출산이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존재가 '미혼모'였고 '사생아'였다. '정상가족'의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입양됐다. 1970~80년대에 해외입양이 정점을 이뤘다. 대부분은 미혼모의 자녀였다. 가족 테두리의 경계에 있던 다른 아이들은 시설에 수용됐다. 최근(2020년 말)에도 한국사회에는 274개 아동양육시설에서 1만1356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다. 같은 해 발생한 보호대상아동 수는 4,120명, 그중 시설보호 비율은 약 66%에 이른다. 정은주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서 "우리 사회가 출생에 방점을 찍고 뿌리에 집착하는 한 아동복지의 척박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정상가족 바깥 출산에 대한 억압은 2% 내외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혼외출산' 비율로 나타난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나라는 일본과 터키 정도다. 칠레는 74%이고, OECD 평균은 41%이다. 한국사회에서 '한부모'와 '미혼모', '미혼부', '입양가족', '미등록이주자가족' 등의 아이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된다. 2만여명의 미등록이주아동의 '유령과도 같은' 삶을 구체적인 목소리로 풀어낸 책의 제목처럼 그들은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다. 특정한 방식의 출산을 옹호하고 싶은 것도, 출산 행위의 변화를 특정한 잣대로 평가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출생 방식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를 좀 더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행위와 마찬가지로 출산 행위의 구조와 의미도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면서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미셸 오당은 아이를 낳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한 탐구가 짧게는 20세기사를, 길게는 인간 문명사를 보는 작업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내야 하는 시기에 있다"면서 "출산의 산업화가 인류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이가 적게 태어난다고 다들 걱정한다. 그 걱정의 실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생명을 도구로 보는 관점과 만나게 된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주겠다고 한다.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주여성 출산율이 높다고 말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국민에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및 지자체가 시행하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라고 명령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찰나의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 순간만은 생명이 목적 그 자체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갓 태어나는 아기를 어떤 방식으로 맞이하고 있는가. 우리는 아기를 어떤 방식으로 맞이할 것인가. 저출생의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2022.12.01
[박현석]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치열했던 대선이 박빙의 승부로 끝나면서 선거 이후에도 양대 정당의 극한 대립이 이어질 수 있다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예산안을 삭감했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하지만, 협상 전략도 없이 야당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판만 이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여당과 야당의 반목과 대립의 한가운데에 검찰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수사 및 재판 등 사법 절차로 이어지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검찰개혁’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문 대통령이 재직한 5년 동안 공수처가 신설되었고,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문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검찰 수사를 기획표적수사를 통한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위법 사항에 대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당의 대립과 갈등이 사정기관의 수사를 둘러싸고 확대 강화되면서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얼어붙었다.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 법률을 준수한다면 애초에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 우려할 일도 없을 터이고,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적법 절차를 통해 법적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통령과 국회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과 에너지 위기, 미국의 금리인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내 경기의 침체 등 국내외적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비전과 전략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데 역량을 모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관심은 온통 정치인 수사 문제에 쏠려있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여당은 야당의 상황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게 되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을 보여주기 위해 여당에서도 일부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정치의 사법화는 정국을 냉각시키고, 시급하고 중요한 정치현안들을 뒷전으로 미루게 만들어 통치의 질을 낮추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표적수사라는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야당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한다고 믿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였지만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신뢰받는 사정기관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여당에도, 야당에도, 권력자에게도, 시민에게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진행한다면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야당을 수사하면 여당도 수사하는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성은 충분하지 않다. 사정기관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동일하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여도 중립성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이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고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시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야 정치인과 시민들 모두에게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는 사정기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신뢰받는 사정기관을 만들고 정치의 사법화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가다듬어 볼 때이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2022.11.23

미래소식

[매일노동뉴스] 정치가 부재한 노동, 변화를 기대하며 정치가 부재한 노동, 변화를 기대하며 글.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나는 노동 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에 정치 부재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정치의 미덕은 서로 다른 입장, 다양한 이익과 열정을 가진 이들의 갈등을 제도화하고 인간이 가진 싸움의 본능을 처리해 사회가 내전이나 무정부 상태로 퇴락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갈등을 조정해 해결에 다가서기보다 지지자나 관련 단체와 결속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정당과 정치인이 시민을 더 거칠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에는 폭력이 정당한 대응일 수 있다는 신호를 사회 곳곳에 보낸다.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당국의 입장이 문제인 이유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다. 당사자집단과 국가물류 전반을 고민하는 정부의 견해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논쟁은 당연하다. 다만 ‘민폐노총’ ‘귀족노조’ 등 거친 언사에서 일하는 시민의 권익과 열정을 표출하는 자율적 결사체에 대한 존중을 찾기 어렵다. 상호 존중이 없는 상태에서 대화와 조정의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을까. 상대를 비방하고 혐오하는 언어가 나쁜 이유는 협상의 가능성을 없애고, 각자 타당하면서도 서로 연결 가능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서다. 우리는 특정 정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정책에 반대할 수 있다. 안전운임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갈등이 극대화되기 전에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토론과 협상은 왜 없었을까. 당사자집단은 물론 화물기사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정부가 단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만 조금 바뀌면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는 화물기사의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물류가 멈추지 않을 방법도 있지 않을까. 기업의 이윤만 아니라 일하는 당사자도, 도로를 함께 오가는 시민도 다 같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에서 정치적 해법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와 갈등을 조정하려면 온갖 민원과 공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국회에서 이견을 듣고 합의를 학습해 온 정당과 의원이 행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친기업 보수정당에 무슨 기대냐 냉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과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는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복수세력이 공동 운영한다. 법률은 안건을 조정하고 소위-상임위-법사위-본회의까지 길목 하나하나 구성원 간 합의를 거쳐야 만들어진다. 가령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나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등 노동인권에 한 단계 진전을 가져왔던 법률은 시민사회나 정당 간에만 격한 논쟁이 있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정책 차이가 큰 의원이 공존하는 보수정당 내 격론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주의자에 가깝거나 노동에 우호적인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함께 발의해 정의당·민주당안에 힘을 실어주거나, 당내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장애물을 넘을 수 있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 결과는 비극이고 힘없는 약자일수록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다른 정당과 사회단체와 이해를 조율할 수 있는 여당 의원이 청와대나 부처, 원내지도부에만 맡겨 두지 않고 적극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 혹자는 법안이 국회에 들어가면 누더기가 된다고 비판하나, 그럼에도 노동 관련 법률이야말로 합의제 과정으로 작은 진전이라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정책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갈등 조율을 돕는 역할을 하기에 외재적이고 구속적인 법조항만으로는 노동시장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법률이 행위자의 내재적인 규율로 기능할 수 있어야 법을 무시하거나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고, 실제 제도가 일부 노동자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오늘날 행정부가 야당이나 이해관계 단체와 소통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적 의사결정이라 할 수 없듯이, 국회도 다수파주의-다수결로만 귀결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협의나 합의에 반하는 행동이다. 그 내용에서 진보가치를 내세울지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제도 효과가 실제로 발휘되고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구성원 간 합의 과정도 중요하다. 설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 취지와 다른 시행령, 다양한 제도 우회 가능성은 없을까. 다음에 다수파가 바뀌면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법안이 다수결의 힘으로 통과돼도 괜찮은지 궁금하다. 법과 제도, 정책이 승자의 전리품이 되면 패자가 된 정당이나 이를 지지하는 시민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새 법과 제도, 정책이 시행될수록 적대는 쌓여 가고, 겉으로 순응해도 복수를 꿈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의 목표는 지지자나 관련 단체에게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보다 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 사실만큼은 지지정당과 생각이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이기에 실천과 변화를 위해 공통의 기반을 만드는 출발이 되리라 믿는다. 정권을 잡은 정부와 여당은 화물연대의 목소리, 온갖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단체행동에 나서야 했던 절박한 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가 갈등 조정이란 정치 본연의 역할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 출처: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333 2022.12.07
[아시아경제] 교육개혁의 시작은 규제혁신이다 교육개혁의 시작은 규제혁신이다 글.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멀리 보고 긴 안목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100년간의 삶을 좌우할 만큼 교육이 중요한 활동이란 의미도 된다. 실제로도 교육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활동이다. 교육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우리는 교육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현재의 교육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교육은 바꾸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지식중심 교육과 입시중심 교육을 탈바꿈시켜야 하는 줄은 알면서도, 근본적인 교육혁신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오랫동안 그렇게 방치되어 왔다. 우리의 교육 비전은 무엇인가? 과거의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재능과 꿈을 키워주는 것인가? 답은 후자라는 것을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실하게 형성하고 오로지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함께 교육을 바꾸어야 할 때다. 정부가 근본적인 교육혁신을 하도록 시민이 힘을 합쳐 물어야 한다. 지식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협력역량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성적은 낮아도 각자가 가진 자신만의 차별화된 재능을 키우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가야할 교육의 길이다. 교육은 왜 하는가? 사람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재능과 역량을 키워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가치있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한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평균교육과 집단교육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우리 사회로서는 쉽지 않은 변화이지만, 지금부터는 모든 개개인을 존중하는 개인맞춤교육과 개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교육에 관한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교육분야만큼 규제와 통제가 많은 곳도 없다. 알게 모르게 교육분야는 규제와 통제로 가득차있다. 사람을 교육시킨다는 미명 아래 온갖 규제와 간섭이 흘러넘친다. 시험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줄세우기 하는 것도 규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대학과 초중고를 관리하기 위해 시행하는 대부분의 행정이 불필요한 규제는 아닌지 원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검토해야 한다. 대학입시제도도 규제혁신이란 관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 분야의 규제만 개선할 게 아니다. 교육 분야도 규제혁신의 최우선 대상으로 선정해서 네거티브 규제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규제철폐를 검토하고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비전, 추구해야 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을 확립한 후에 이를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은 규제로 보고 철폐해야 한다. 교육규제를 혁신해서 교육 분야에서 자율과 분권이 활성화되도록 하자. 자율과 분권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이슈만이 아니다. 교육이야말로 자율과 분권이 절실하다. 교육분야 규제특구나 교육분야 네거티브 규제를 과감하게 시도하자. 그래야만 바꿀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꿀 수 있다. 그러면 교육 분야 성공사례들을 만들 수 있고, 성공사례가 늘어나면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교육혁신도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 교육은 바꿀 수 있고 바꾸어야 한다. -출처: 아시아경제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112313485463005 2022.11.28
'이머징 시티즌의 등장과 사회적 전환‘ 보고서 발간 국회미래연구원, ’이머징 시티즌의 등장과 사회적 전환‘ 보고서 발간 - 6개 지역 시민 120명과 나눈 미래 대화 소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Futures Brief」 제9호(이머징 시티즌의 등장과 사회적 전환: 6개 지역 시민과 미래대화)를 12월 5일 발간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더욱 심화할 문제를 앞서 경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머징 시티즌(emerging citizen: 창발적 시민)을 발굴해왔다. 이들은 장차 우리사회가 겪을 문제의 본질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들이다. 기후위기, 남북갈등, 불균형발전, 거주불안, 가족해체, 기술격차, 환경파괴 등 심화하는 사회적 문제를 몸소 겪고 있는 이머징 시티즌 120명을 6개 지역에서 만나 나눈 미래 대화를 이번 Futures Brief에서 소개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공동으로 이머징 시티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강원도 비무장지대 거주민, 대전과 세종의 다문화 이주민 여성, 대구의 공연예술인, 전북의 귀농귀촌 청년, 전남 광주의 고령장애인과 돌봄노동자, 제주도의 해녀 등 총 120명을 만나서 함께 미래를 전망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이 호소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으로 ‘꿈을 빨리 실현하지 못하면 쫓아내는 정부 정책’ ‘외형에만 투자하고 문화자산은 축적하지 않는 정책’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의 지속적 갈등과 대안의 부재’ ‘사회가 불안하면 소수와 약자부터 차별하는 문화’ ‘가족과 공동체의 해체와 사회적 돌봄의 약화’ ‘미래세대와 미래환경을 파괴하는 정부’ 등이 확인되었다. 이머징 시티즌은 이런 문제를 풀어낼 다양한 대안을 내놓았다. 연구책임자인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방향에서는 지역사회의 자율과 분권화의 강화, 다양한 시민들이 공공의 문제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풀뿌리 공론장의 형성, 국회의 지역 정책 강화,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필요한 사회적 신뢰의 전반적 향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박성원 연구위원(02-2224-9805)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2.12.02
국회미래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민과 미래대화 :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 공동 콘퍼런스 개최 국회미래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민과 미래대화 :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 공동 콘퍼런스 개최 - 성숙사회의 실현을 바라는 ‘이머징 시티즌(창발적 시민)’ 와 나눈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 - 국회미래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국민과 미래 대화 :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라는 주제로 공동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두 기관은 국가 미래전략을 설계하고 실현하는데 기여하도록 2021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인 ‘성숙사회’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한 시민들이 바라는 미래상으로 ▲국가 주도에서 개인과 지역의 자율과 분권으로 발전하는 사회 ▲경제성장 중심에서 다원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따뜻한 공동체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국회미래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6개 지역의 시도연구원이 성숙사회의 실현을 바라는 ‘이머징 시티즌(창발적 시민)’ 총 120명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머징 시티즌은 장차 우리사회가 겪을 미래의 문제를 앞서 겪으며 대안을 추구하는 시민들로 정의한다. 강원도 DMZ 접경지역의 주민들, 대전과 세종시의 다문화 이주민 여성들, 전북의 귀농귀촌 청년들, 대구의 공연예술인, 전남 광주의 고령장애인과 돌봄노동자들, 제주도의 해녀들을 이머징 시티즌의 개념으로 만나 이들이 당면한 현재 문제와 앞으로 마주할 미래문제를 논의하고 이들이 바라는 미래사회를 들어보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성숙사회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머징 시티즌의 미래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접근방법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본 미래의 징조를 나타내는 사진을 전시하는 행사 ‘미래사진전’도 개최한다. 미래사진전은 지난 10월 20일까지 공모전 홈페이지(미래 대화.kr)를 통해 사진을 접수했으며, 일반 국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미래의 희망, 기대, 걱정, 두려움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한 장의 사진이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시민의 시각에서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콘퍼런스의 축사에서 “전국에서 다양한 삶의 주인공들을 만나 성숙사회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으며 “남북갈등, 인구감소, 고령화, 다문화 차별, 수도권 집중, 기후변화 등 우리사회의 미래 징후에 관해 시민들이 직접 사진으로 담아낸 것도 국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오는 12월 1일 (목요일) 13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미래사진전 시상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11점의 수상작과 19점의 전시작 등 총 30편의 사진은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국회의원회관 1층에 전시된다. 【문의 관련 연락처】 - 보도내용 문의 : 박성원 연구위원(02-2224-9805) 전예솔 행정원(02-2224-9821) 2022.11.30

[입찰] 「국회미래연구원 2023년도 인쇄업체 등록 및 단가계약」 공고

■ 공고 사항 ◦ 공 고 명 : 국회미래연구원 2023년 인쇄업체 등록 및 단가계약 ◦ 공고기간 : 2022.11.16. ~ 2022.11.28. ◦ 공고방법 : 본원 홈페이지, 조달청 나라장터 ◦ 계약기간 : 계약일로부터 1년(~2023.12.31.예정) ※ 계약기간 완료후 다음 신규업체 선정 계약체결 전까지 자동연장 가능 ◦ 결과발표 : 선정업체에 한하여 개별통보 ◦ 기타사항 : 등록업체 간 발주 규모에 차이가 날 수 있음 ■ 등록서류 우편접수 ◦ 접수기간 : 2022.11.16.(수) ∼ 2022.11.28.(월) 근무시간 내 도착분에 한함 ※ 우편접수/방문접수 가능, 2022.11.28. 18:00 內 도착하지 않으면 무효 처리. ◦ 접수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원회관 216호, 연구행정원 강태현 ■ 등록업체 참가자격 및 조건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14조 규정에 의한 입찰참가 자격을 갖춘 자 ◦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및판로지원법」제9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의 규정에 의한 직접 생산증명서(인쇄, 출판업)를 소지한 업체 ◦ 「인쇄문화산업 진흥법」 제12조 신고(업종코드 1518, 인쇄사) 등록을 필한 업체 ◦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자 또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소상공인으로서 「중소기업 범위 및 확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발급된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확인서 중 하나(등록서 제출 마감일 전일까지 발급된 것으로 유효기간 내에 있어야 함)를 소지한 업체 ※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에 의거 중소기업자로 간주되는 특별법인 또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의3 제2호에 해당하는 비영리법인은 등록 참여가능 ◦ 공고일 기준 1년 이내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에 납품실적이 있는 업체 ◦ 우리 기관에서 제시한 인쇄기준요금을 수용하는 업체 ◦ 등록공고일 전일부터 계약체결일까지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 자 ※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입찰참가자격등록규정에 의하여 반드시 등록마감일 전일까지 나라장터에 입찰참가 등록한 업체 ※ 본 입찰은 공동계약이 불가합니다. ◦ 아래 각 호에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 등록참가자격을 모두 갖춘 경우에도 참여 불가.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및 동법 시행령 제76조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중에 있는 자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의 5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제3항에 따라 ‘조세포탈 등을 한 자’로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자 ※ 유자격자 판단 기준일 : 등록공고일. (등록 공고일 기준으로 유죄확정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자만이 등록참가자격이 있음) ■ 등록업체 선정 ◦ 본 기관이 제시한 단가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신청한 업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여 고득점 순으로 상위 7개 등록업체를 선정 ◦ 제시단가: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의 옵셋 80%, 경인쇄물 80% 이하 - 옵셋 인쇄 시, 일반관리비는 제작원가의 10%를, 이윤율은 용지대를 제외한 제작원가와 일반관리비를 합계한 금액의 10%를 각각 계상 ※ 동점자 처리방법 : 다음의 순위에 의거 등록업체를 선정함 1) 과제물 평가점수가 높은 업체 2) 실적물 평가점수가 높은 업체 3) 서류 평가점수가 높은 업체 4) 위 점수가 모두 동일할 경우 모두 등록 ※ 자세한 사항은 첨부된 공고서와 제안요청서를 참고 바랍니다.

2022.11.16

기관동정

연구보고서

(21-01) 이머징 이슈 연구
연구 책임자 : 박성원

미래연구의 쓸모는 사회변화의 중요한 징후를 앞서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는 비록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공의제로 다루지 않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미래 우리사회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화의 징조들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책과 학문영역에서 이머징 이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8년 창립 때부터 여러 방법으로 이머징 이슈 연구를 추진했다. 2020년부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이머징 이슈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의 논의와 평가를 바탕으로 2022년 주목할 이머징 이슈를 제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양상, 기후변화 대응으로 새로운 공간의 등장, 에너지 전환의 급진전, 탈사회화, 모자이크 가족의 등장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이슈뿐 아니라, 로봇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토지의 공공성 확대, 우주생활권 진입, 에코 파시즘 등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있는 이슈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아직 문제나 기회로 확신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제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미래대응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이머징 이슈 연구는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최고의 데이터 분석 및 미래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전조나 징후를 인식하고 미래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1-12-31
(21-02) 교육 불평등과 계층이동성
연구 책임자 : 성문주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사회적 담론은 불평등과 공정성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굳건해지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계층 배경의 도움이 아닌 본인이 타고난 능력에만 기반해야 한다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한국 사회가 더 불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최상위 명문대 진학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획득 및 자원 분배 과정에서 핵심 자본으로 작용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 배분을 중심으로 한국의 교육 불평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즉,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세기 출생자들 사이에서 가족 배경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그리고 젠더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대학 진학 및 대학원 진학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대학 진학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정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9개의 대표성 있는 조사 자료를 통합하여 한국 교육 기회 불평등 데이터베이스(KIEOD)를 구축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족 배경(부모의 고학력 여부로 측정)의 차이에 따른 대학 진학(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진학 여부)의 격차는 최근 출생자로 올수록 양적 측면에서는 감소했고, 상위권 명문대 진학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도 격차가 증가했다는 근거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 또한 남녀 간 대학 진학에서의 격차가 감소했고, 최근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계층과 관계없이 여성의 우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의 경우 최근 출생 코호트에서는 성별 격차가 사라지고 계층간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공계열 전공 선택에서 성별 분리 양상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최근 들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상위 계층 남성들이 최근으로 올수록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른 성별-계층 집단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성별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 2010년~2018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1년 이내 대학원 진학 확률은 구체적인 대학과 세부 전공 통제 후에도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은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부모 소득, 모친의 대학원 학력)이 성별에 따라 대학원 진학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성별 대학원 진학 기대 확률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관련된 정책제언들을 제시하였다.

2021-12-31
(21-03)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과 사회적 이동성 연구
연구 책임자 : 성문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디지털화 비용 감소 및 사양산업과 신산업의 등장은 노동시장 내 직무 대체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고학력·고숙련 근로자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저숙련·저학력 근로자나 임시직·비정규직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겪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학력·저숙련의 특성을 갖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위한 평생학습의 역할이 강조된다.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경험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의 개선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경력 초기 저숙련 근로자 집단, 노동시장 입직 이후 형식교육에 참여한 근로자 집단, 경력전환 근로자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평생학습 참여 동기, 기회 및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평생학습 참여가 인적자본, 심리자본, 사회자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평생학습 참여 경험이 취약계층의 사회적 이동성 향상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되는지 질적연구를 통해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사회적 이동성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이 포함해야 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먼저, 취약계층의 평생학습 참여 저해요인과 촉진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취약계층 근로자가 학습에 대한 어려움에 대처하고 즐거움을 경험하여 지속적으로 평생학습에 참여하도록 평생학습 참여 동기 향상을 위한 학습상담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평생학습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학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기능 강화와 일터 현장에서 무형식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장기적 안정성과 취약계층의 사회적 계층이동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력개발과 평생학습의 연계, 평생학습 결과의 사회적 인정 체계 확립 및 정착,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한 직종으로의 경력전환 지원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2021-12-31
(21-04)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지원 입법과제 연구
연구 책임자 : 정훈

기후위기 가속화로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강화하고 관련 법제를 재편하고 있으며,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책 강화 및 법제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며, 특히 산업 부문의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본 연구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국내 기후변화 대응 법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 법제와 정책 동향을 비교·분석 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으로의 법제 개선 방향성과 산업 부문의 입법적·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안하였다. 문헌 조사와 주제어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국내외 주요 기후위기 정책 및 법령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전문가 델파이 설문을 통해 국내 기후변화 대응 법제 및 산업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성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기존 기후변화 법제 및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형식적 의견 수렴’과 ‘성급하고 폐쇄적인 입법 과정’이 지적되었으며, 선진국 수준로의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 전환 촉진과 수출 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해야 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 방향성과 산업지원을 위한 입법과제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향후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근간이 될 탄소중립 기본법의 개선 방향성과 실질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제도 개선 방안들을 제안하는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 결과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리나라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입법적·정책적 기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1-12-31
(21-05) 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
연구 책임자 : 정훈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도입은 국제 무역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도입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추가 부담 비용 규모를 산출함으로써 탄소국경조정 도입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산업지원 정책과제를 도출하였으며 그중 주요 정책과제의 파급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환경산업연관분석(EEIO) 모형을 이용하여 탄소국경조정 도입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30년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이 전면도입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수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는 GDP를 비롯한 사회적 효용,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과 같은 저탄소 정책 이행으로 산업 부담액이 감소하는 것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 강화 및 이행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이후 탄소국경조정 도입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전문가 델파이 설문을 시행하여 10개의 산업지원 정책과제를 도출하였으며, AHP를 통해 시급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산업지원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①R&D 지원, ②세제 혜택, ③금융지원, ④산업별 맞춤형 지원, ⑤제도 혁신, ⑥보급・상용화 지원, ⑦인프라 구축, ⑧정책 거버넌스, ⑨거래제 합리화, ⑩교육과 홍보 순으로 도출되었다. 이 중 1순위로 도출된 R&D 지원 정책에 대해 연산일반균형(CGE) 모형을 이용하여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요 거시경제 지표 회복, 경제체제 전반의 저탄소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산업지원 정책이 경제·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탄소국경조정 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체계적인 산업지원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확증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연구 결과가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기후위기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를 마련하고 미래지향적 방향을 찾아가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2021-12-31
(21-06)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
연구 책임자 : 여영준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글로벌 공급망, 산업경쟁력, 지역사회, 그리고 경제사회 전반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도래함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회복을 논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노멀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경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장과 발전 중심의 혁신정책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충격과 위기 등 불안정 요소를 극복해낼 수 있는지와 관련한 리질리언스 역량 확보가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량적 분석연구와 정성적 연구를 상호결합함으로써, 코로나 시대 중장기 환경변화 양상을 특징짓는 메가트렌드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정책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코로나 발발 이후 시기별 환경변화를 특징짓는 주요 동인들을 파악하고, 동인 간 상호작용에 따른 글로벌 환경변화 양상을 파악함으로써,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그리고, 도출한 주요 시나리오별 정책과제를 제안함으로써, 회복탄력적 혁신체제로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정책대안 탐색을 이뤄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래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확보하고, 중장기 국가 혁신정책 설계 및 이행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개될 다양한 혁신시스템 내 기회와 위기를 예측하는 데 있어, 시나리오 기반 분석연구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대안 논의가 파편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본 연구는, 미래지향적, 체계적, 통합적 접근에 바탕을 둔 전략적 미래예측 기반 전략도출 연구라는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 전략적 미래예측으로부터 제안된 정책과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취약성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을 강화해 우리나라 혁신체제의 시스템 리질리언스 역량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1-12-31
(21-07) 국가별 인구구조 및 사회지출 비교·분석
연구 책임자 : 이채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특성과 사회지출 구조, 자원배분 효율성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경제수준(GDP)에 비해 세수가 낮고 고령인구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가장 높지만,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1.0대에 근접했다. OECD 회원국의 특성과 사회지출 규모 간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한국은 총세입과 사회지출 간의 긍정적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 속하고, 노인인구 비율은 중·저집단에 속하며, 사회지출 규모는 유사한 수준의 노인인구 비율을 가진 국가군에 비해 낮다. 한편,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고 사회지출이 낮은 국가로,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현저한 저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사회지출 규모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지출의 효율성을 분석하기 위해 확률변경모형(SFA)을 적용한 결과, 국가별로 소득불평등이나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 중위수준을 보였다. 15년 동안, 한국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권이나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연도별, 기본계획별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소요예산의 경우 정도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정책분야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증가율도 높아졌다.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책의 만족도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맞벌이 가구와 베이비부머로 정책대상을 확대하고, 범사회적 정책 협력을 도모하고자 했다. 제3차 계획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존 두 계획과 차별화된다. 3차 계획은 과제를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정책목표와 관련이 없는 과제는 예산을 점검하고 역량을 실효성 있는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기본계획에서 제외되고 기존 과제를 분류해 중요도에 따라 자율성을 부여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이들 주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효율성 제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1-12-31
(21-08) 저출생·고령사회 정책 평가
연구 책임자 : 이채정

본 보고서는 생애주기별 사회적 위험의 분포를 살펴보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책에 대한 성과평가 결과를 메타평가하였으며, 아동·노인 대상 지역별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 등을 분석하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한 저출생·고령사회 대응 정책을 평가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먼저 소득 빈곤뿐 아니라 직접적인 빈곤 경험을 의미하는 물질적 빈곤이 신체적·정신적 건강부터 자살까지 다양한 분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정신건강이나 자살위험 등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사안은 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고,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을 통한 문제 완화에 필수적인 전달체계 구축 및 관리와 관련한 정책 추진과제도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소득보장정책 등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의료·주거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정책조합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예산집행률이 낮기 때문에 유형별로 이들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분석해 정책 기획 및 집행 단계에서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의 실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고령자 대상 정책의 예산 비중이 높아 은퇴 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중심으로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추진됐을 가능성을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의 달성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향후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중장년층의 은퇴와 고령인구 편입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 다양한 중장년층 대상 사회정책을 통해 초고령사회 연착륙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소득보장정책의 경우 예산집행률은 다른 정책에 비해 낮았지만 목표달성률은 높았다. 소득보장정책은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이전 정책이 많아 다른 정책보다 목표 달성이 수월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다만, 미래사회 인구변화에 대응해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목표집행률이 낮은 보건·의료·일자리·정착사업의 목표달성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대규모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소득보장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인구구조 변화로 촉발된 다양한 정책변화의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역별 주요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를 세밀하게 분석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효율적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및 운영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동·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요 사회서비스의 분포와 격차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서비스의 종류와 지역에 따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구분포를 고려하여, 특정 서비스 제공자의 과밀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대책과 함께, 서비스 유형별 전달체계의 양적·질적 확대 및 조정을 구체화하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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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프형 심층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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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2022.4.7 ~ 20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