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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30년 세계는 ‘다극’ 아닌 ‘다결절’을 향해 간다”

작성일 : 2019-09-16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한겨레] “2030년 세계는 ‘다극’ 아닌 ‘다결절’을 향해 간다”




인터뷰 / 레오폴드 슈메르징 유럽의회 정책분석관


세계는 여전히 미국 일극체제

앞으로는 군사력·경제력보다

사안별 연대네트워크 중요해져

중-미관계 향방따라 달라질 것


미국 NIC(국가정보위원회)가 펴내는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는 지구촌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거대한 흐름(메가트렌드) 분석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작성되는 이 보고서는 대략 15년 안팎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주요한 세계 흐름을 선별해 그 배경을 분석하고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1997년 이후 20년 동안 6차례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중심 시각의 보고서라는 한계가 있다. 2010년대 들어 유럽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 작업을 시작한 이유다. 유럽의회는 2014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세계의 변화를 주도할 메가트렌드로 7가지를 꼽았다. 기후변화, 인구 증가, 도시화, 지속적인 성장, 에너지 수요 증가, 연결성 강화 등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맨 마지막 트렌드로 생소한 개념이 등장한다. 세계 질서는 다극(mutipolarity)이 아닌 다결절(poly-nodality)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달 초 열린 국회미래연구원 개원 1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월드 2050’에 참석해 그 내용을 소개한 레오폴드 슈메르징(leopold schmertzing) 유럽의회 글로벌트렌드팀 정책분석관을 만나 좀더 상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다결절이란 어떤 개념인가?


“많은 분석가들이 세계가 다극체제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세계는 여전히 일극체제에 있다. 단지 빠져나오려 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에 대적할 만한 나라는 아직 없다. 흥미로운 개념이긴 하지만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얘기다. 이것이 얼마나 유효한지 우리는 자문해봤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한 나라의 군사력, 경제력이 중요할까? 다극체제보다 좀 더 유효한 개념을 생각하던 중 연구팀의 일원이 낸 양자·다자주의 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어 이 개념을 끌어내게 됐다. 다결절 개념은 특정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 더 빠르고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수록 힘이 더 커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결절 세계는 새로운 강국을 중심으로 그룹을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네트워크의 노드(연결점), 즉 다른 많은 역할자들을 연결해주는 능력 여하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세상을 말한다. 앞으로는 국제 무대에서의 역할자가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 기업, 사회운동단체, 국제기구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는 “이는 유럽의 바람이 담겨 있는 개념”이라며 개인적으로 이 개념에 끌린다고 말했다. 유럽은 군사력에 기반한 세상보다는 이런 세상에 더 잘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가 2030년까지 얼마만큼 이런 세상이 될지는 중국과 나머지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한 국가가 더 강한 국가와 영유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다결절 세계에선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할 수 있다. 다결절은 다자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다자주의는 공동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다결절 세상엔 공동원칙이 힘을 잃고, 작고 다양하고 독립적인 나라들이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그에 대응하는 연대를 구축한다. 따라서 다결절 세계에선 누구라도 협력 상대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자발적 연대다. 연대의 주체는 나라가 될 수도 있고 국가가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는 “2050년까지 내다 보면 중앙집중형의 국민국가 효율성에 더 큰 의문을 품게 된다”며 “우리는 이미 코스모폴리탄과 민족주의자들의 분리 현상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런 질문은 30년 후엔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5년 전 첫번째 보고서에서 언급한 것 중 이번 보고서에서 그 내용이 달라진 것이 있나?


“세 가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더 기울었다. 첫째는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악화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둘째,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능력도 약해졌다. 셋째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프리덤하우스에선 이미 10여년 전부터 민주주의 후퇴를 경고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유럽에선 민주주의 후퇴 문제는 남의 문제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트럼프 집권 등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향후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이 될까?


“당장 시급한 건 기후변화의 폭발력이다. 전 세계가 협력하지 않으면 20년 이상 지속될 문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개개인의 커진 힘이다. 개인도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제는 모두가 정치 주체인 시대가 됐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엄청난 파괴력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창조물이지만 나보다 더 똑똑한 상대가 탄생한다. 그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원문: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09624.html#csidx3c3d187e41900f1b09ec6a5927b8fc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