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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일하는 국회'가 안되는 이유

작성일 : 2020-02-05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일하는 국회'가 안되는 이유




글.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기업이나 국가의 활동을 Plan(계획)-Do(실행)-See(평가)로 나누어 보면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는 무엇일까? 1960~1980년대 한국 경제의 성공에 있어, 정부 주도의 계획은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종합계획이 없어지고, 분야별 중장기계획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대통령 5년 단임제로 인해 시야가 점차 짧아져 중장기계획의 중요성이 잊히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각 부처가 수립하는 분야별 계획은 500개가 넘는다.이름도 기본계획, 종합계획, 중장기계획 등 다양하다. 이러한 분야별 계획은 대체로 형식적이며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매우 낮다. 이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성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계획-실행-평가의 3단계 중 우리나라는 중간 단계인 실행에 강하고 계획과 평가 단계가 약한 경향이 있다. 우선 계획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계획이 강화되면 그 이행 확인이 중요하게 되므로, 평가 단계도 자연히 강화된다. 계획이란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한 방향성`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갈등이 심한 이유 중 하나는 합의에 기반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계획 단계를 강화하는 첫걸음은 계획에 구속력을 입히는 일이다. 그래야 계획을 잘 만들어 합의를 형성하게 된다.


행정부의 계획에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선 국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계획 초안은 행정부가 수립하더라도 이것을 확정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국회에서 벌어져 여야가 공감하는 계획으로 확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계획 수립은 전적으로 행정부 몫이며, 국회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계획은 아예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그나마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중장기계획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이다. 행정부는 5년 단위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제출 30일 전에 기본 방향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계획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계획의 질이 좋아지고 구속력도 생긴다. 앞으로 모든 중장기계획은 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중요한 계획은 소관 상임위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계획이라면 국회 상임위, 나아가 본회의 의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중장기계획이 국회에서 논의되면 계획의 일관성이 확보될 것이다. 지금의 중장기계획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방향성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정권 교체 시는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이 같은 당에서 배출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때 수립된 많은 계획이 같은 당에서 나온 차기 대통령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이는 대통령 공약과 인수위원회가 정당이 아니라 후보 선거캠프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당이 중심이 돼 국회에서 검토하고 확정한 계획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 책임감도 강화된다. 현재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몰리고 국회의 책임감은 약화됐다. 대통령은 국가의 진로를 결정해 국회를 끌고 가려 한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은 청와대의 뜻을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야당은 그것을 좌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여야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대결만 남게 된다. 국회에서 여야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면, 국회도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대통령도 국회와 같이 미래를 설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총선이 10주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만 바꾼다고 국회가 달라지지 않는다. 국회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원문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115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