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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는 사회

작성일 : 2020-03-11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는 사회






글.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아래 뉴스 중 사실인 것은? 1)마스크에 헤어드라이어를 쐬면 재사용 가능 2)화장실 고체비누로 전파 가능 3)확진 후 완치되어도 폐 영구손상. 세 가지 모두 전혀 혹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적 불안이나 분노가 고조될 때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 2008년엔 모든 조미료에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간다는 말이 떠돌았다. 천안함 침몰이 미군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인터넷 괴담만 가짜뉴스가 아니다. 언론사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확인 없이 내는 기사는 오보가 아니라 가짜뉴스다. 이제 가짜뉴스는 인공지능(AI)으로 무장 중이다. AI 기반 인간 이미지 합성기술을 말하는 딥페이크(deepfake)가 그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하는 가짜 영상이 대표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딥페이크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런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대중은 뉴스의 진위에는 무관심하고 뉴스가 내 생각과 같은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마음에 드는 뉴스만 골라 `묻지 마` 신뢰하고 유통시키며 가짜뉴스라는 증거엔 눈과 귀를 닫는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은 무조건 옳고 상대 당은 무조건 틀렸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편견의 토양에선 가짜뉴스의 씨앗이 금세 숲을 이룬다. 자연히 가짜뉴스에 의해 왜곡된 개인 감정과 사회 분위기가 여론을 주도하게 된다. 옥스퍼드사전은 이러한 현상을 말하는 탈진실(Post-truth)을 2016년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사회적 쏠림이 심한 우리에게 탈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진흥재단의 성인 1000명 대상 조사(2017년)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84%가 가짜뉴스가 심각한 수준이며 사회 분열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감정이 여론을 지배하면 사회 분열이 심화된다. 어떤 정책에 대한 1~10 사이의 대안 중 여야 정당이 각각 3과 7을 선호할 경우, 여야가 공동으로 사실을 확인하면 이견을 4와 6으로 좁혀 합의가 쉬워진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유권자의 불안과 분노를 증폭시키면 여야가 이에 영합하여 입장이 더 강경해진다. 이견은 2와 8로 더 벌어지고 합의가 무산된다. 합의를 못 하는 국가는 급변하는 미래에 희망이 없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사실 검증인데 쉬운 일은 아니다. 위 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진짜와 가짜가 섞인 뉴스 6건의 진위를 모두 판별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침묵은 중립이 아니며 현상 유지를 편드는 일이라 했다. 그러나 전문적 발언이라도 정파성을 의심하고 편 가르기 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침묵을 택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정파에 포획된 전문가도 많으니 대중을 탓할 순 없다. 그래서 전문가 선별기능이 중요해지는데 이게 바로 언론이 할 일이다. 언론이 편견 없는 전문가들과 연합하여 가짜뉴스에 대항해야 한다.


이제 언론의 핵심 역량은 사실 검증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SNU 팩트체트(FactCheck)는 의미 있는 플랫폼이다. 여기에는 매일경제 등 제휴 언론사가 수행한 사실 검증 결과가 게시된다. 앞으로 더 많은 언론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이 강화되어야 한다. 언론사 간 교차 검증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를 걸러낼 수 있다.


중립적인 운영체계가 중요한데 여야가 공존하는 국회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근본 해결은 우리에게 달렸다. 여론이 감정에 의해 형성되면 정책도, 우리 미래도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가짜뉴스와 탈진실은 우리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문명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 언론, 국민이 힘을 합쳐 가짜뉴스에 응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원문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3/25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