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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중앙일보 공동기획] 문희상 의장-21대 국회에 바란다

작성일 : 2020-05-06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중앙일보·국회미래연구원 공동기획21대 국회에 바란다 - 문희상 의장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임중도원’이에요.”


오는 29일 임기를 마치는 문희상(75) 20대 국회의장이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두고 한 말이다. 문 의장은 “20대 국회뿐 아니라 정치를 마감하는 때가 왔다. 임무는 아직도 막중한데 갈 길이 멀구나, 그런 뜻에서 임중(任重)도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의장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의장실에서 중앙일보 김현기 편집국장이 60분가량 진행했다. 비서진이 마련한 답변 참고자료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지만 문 의장은 눈길을 주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다만 민감한 질문에 답변할 땐 배석한 비서진에게 “이렇게 말해도 괜찮으냐”고 농반진반으로 묻곤 했다.


문 의장은 재임 기간 하이라이트로 지난해 말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뚫고 범여권의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킨 일을 꼽았다. 그는 “그날 나는 정치인생의 전부를 걸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 출세시키려고 그 짓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 제대로 된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가 훼손된 데 대해선 “꼼수를 부린 정도가 아니라 본래 의미가 완벽하게 없어져 버려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지금 선거제도는 준연동형제가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빠꾸(후퇴)’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평가


문 의장은 여당에서 주장하는 ‘일하는 국회’ 논의와 관련해 “조그만 시골의 친목계를 해도 정관이나 회칙을 만들어 자주 못 나오는 놈 있으면 제명을 하거나 경고를 하는데 지금 국회는 윤리위원회도 없다”며 “하늘 아래 이런 국회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Q. 20대 국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야누스의 얼굴이다. 전반기에는 탄핵을 한 국회로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거다. 하지만 후반기는 탄핵 이후의 제도화에는 실패한 국회다. 개헌을 했나, 개혁입법을 제대로 했나. 검찰개혁은 모르겠는데, 선거개혁은 완전한 실패 아닌가.”


Q. 퇴임을 앞둔 감회는.

“홀가분함 반, 허전함 반이다. JP(김종필 전 총리)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한 말을 요새 실감한다.”


Q. 2년의 재임 중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작년 말 범여권 ‘4+1’ 협의체와 함께 개혁입법을 강행한 날이다. 사람들은 ‘저 사람 평상시 안 그러다가 왜 저렇게 무리수를 쓰나’ 느꼈을 줄 모르지만, 온갖 고뇌 끝에 (여야가) 밀고 밀리다가 맨 마지막에 와서 ‘내가 할 수밖에 없구나. 운명이구나…’(생각했다).”



역대 검찰개혁  


문 의장은 검찰 제도 개편을 두고 “거기엔 내 젊은 시절의 정치적 꿈, 내가 모셨던 세 분 대통령 꿈이 다 들어가 있다”며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화를 들려줬다. 그는 김 전 대통령 때엔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때엔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Q. 김 전 대통령 때는 어땠나.

“김대중 정부 출범 초 ‘(장관에 임명되면) 검찰개혁을 두 달 안에 하겠다’고 약속해서 임명된 박상천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두 달 안에 깨지고 검찰 편을 들었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김 전 대통령이….”


Q.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장관과 문재인 민정수석 임명, 이 모든 게 검찰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는 경복고 인연이 있는 장윤석 전 검찰국장이 보내준 보고서를 보고 ‘(강 장관 임명 시) 검란(檢亂)이 난답니다’라고 계속 반대했다. 그러니까 노 전 대통령이 어느 날 불러 ‘장윤석 리포트 받으셨죠?’라고 하더라.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러면서 ‘그 사람(강금실)이 들어가면 검찰개혁의 반은 완성된다’고 했다.”


Q. 문재인 민정수석 임명도 반대했다고 알려졌는데.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문 수석을 임명하면서 ‘내 말이 맞을 테니 이건 내 말 들으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나는 ‘눈초리가 너무 선하다, 백면서생인데 독기를 갖고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라고 반대했다. 그랬더니 노 전 대통령이 ‘이 사람은 내가 나이 어려도 말을 못 놔요, 미래 예측을 해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Q.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시각은.

“검찰개혁을 성공 못해서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자책감이 있다. 나도 절절히 느끼는 거다.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Q. 작년 말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 때 야당 의원들 반대가 심했는데.

“아들 출세시키려고 그 짓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는 발상이다. 그 말의 발설자는 홍(洪)모라는 자다. 그자가 지금도 헛소리를 한다.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지난해 말 꼼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국회법 해석 논란에도 문 의장이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야당은 문 의장을 겨냥해 “아들 문석균씨의 선거 출마를 위해 강행처리에 앞장선 것”이라며 “아빠 찬스”라고 공격했다.)


Q.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이 개정됐지만 결국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취지가 훼손된 거 아닌가.

“야당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여당은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이상적인 선거제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긍지가 있었는데, 현재의 운영방식은 오히려 ‘빠꾸(후퇴)’한 거다. 양당 제도가 더 강화된 건 바람직하지 않다.”


Q. 그렇다면 그런 불만을 여당에 전달했었나.

“내가 할 필요가 없었다. 자기네들이 먼저 (위성정당을) 하니까…. 이유는 하나다. 명분과 실리 중 실리를 택한 거다.”


Q. 어쨌든 준연동형 비례제는 고쳐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여야가 합의로 고쳐야 한다. 여야는 어쩔 수 없이 파트너다. 공동운명체다. 다시 양당 체제가 돼 희희낙락하다가 둘 다 망한다. 역사는 준엄하다.”


Q. 7월에 공수처가 설치된다.

“검찰개혁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나 같으면 공수처장 인사를 파격적으로 하겠다. ‘윤석열(검찰총장) 때려잡으려고 만든 게 아니다’는 걸 천명하면 그 순간 전체 신뢰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공수처 성패는 초대 공수처장을 어떻게 임명하느냐에 달렸다. 전폭적으로 (진보·보수) 양쪽의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 인선을 잘해야 한다.”


Q. 4·15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 압승을 거뒀는데, 예상했나.

“그렇게까지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Q. 미국에선 ‘레임덕 세션’(선거 이후 새 의회 출범 전까지 소집되는 현 의회의 마지막 회기) 때 당론 압박 없이 소신껏 법안 처리를 하는 관행이 있는데.

“민생법안들이 많다. 나도 수없이 노력했는데 어렵게 됐다.”


Q. 처리해야 할 규제개혁 법안이나 민생개혁 법안이 많지 않나.

“그보다 더 급한 게 국회법이다. 국회는 지금 윤리위원회가 없다. 자정 능력을 잃은 국회다.”



“국회가 둘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 책임총리제 개헌해야”  


개헌 어떻게


2003년 문희상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문 의장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개헌은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하반기에 꼭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Q. 개헌은 왜 필요한가.

“나는 촛불이 혁명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국민의 함성으로 체제를 바꾼 거다. 이걸 제도화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법률의 왕인 헌법을 손을 봐야 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X싸고 밑을 안 닦는 거다.”


Q. 개헌의 방향은.

“촛불이 왜 일어났나.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서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일어났다. 그러니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권력을 쪼개는 방법은 수평적으로는 내각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수직적으로는 지방자치로 권력을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 내각제 개헌은 힘들어도 국무총리를 책임제로 하면 된다. 이건 노 전 대통령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안한 거다. 내가 바로 (그 안을) 전달했다. 국회에서 총리 후보 둘 뽑아 보내고 대통령이 임명을 하는 식으로 하반기에 꼭 개헌이 돼야 한다.”


Q. 문 대통령도 개헌 의향이 있다고 보나.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Q. 그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나.

“내 얘기는 뭐 다 안다. 글로, 책으로 여러 번 얘기했으니까.”


Q. 문 대통령은 뭐라고 하나.

“그분은 말이 없는 분이다. 히어링(hearing·경청)의 도사다.”


Q. 여당이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안 처리를 위해 8일 본회의 소집을 요구하는데.

“8일은 내가 무조건 법률은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난 그날 한 명이 와도 (개의를) 하겠다. 여야 의원 148명이라는 과반수가 낸 안인데 부결이 되든, 불성립이 되든 처리를 해줘야 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문 대통령이 낸 개헌안도 여야 합의가 안 돼 불성립 선언을 했는데 이번 안은 국회의원 반 이상이 서명한 건이다. 본회의를 안 하면 대통령 개헌안보다 우습게 되는 것 아닌가.”



한·일 관계 해법  


문 의장은 지난해 말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법의 하나로 제시한 ‘1+1+α’안(가칭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세워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을 모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이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 한·일 갈등 해법을 고민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있다. (임기 종료까지) 한 달이 있으니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Q. 1+1+α안에 반대하는 이가 많았다.

“쓸데없는 반대다. 절절하게 원하는 사람이 수만 명인데 시민단체 대표나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만 반대하는 거다.”


Q. 지난해 2월 블룸버그 인터뷰가 일본에서 큰 파장이 있었는데.(※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 문 의장 발언을 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내 말 취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실 아키히토 현 일본 상왕의 방한 길을 놔달라는 부탁을 한두 번 받은 게 아니다. 오면 물꼬가 하나 팍 터지는 거다. 한국 와서 위안부 할머니에게 가서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모든 문제는 그냥 끝난다. 양쪽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지 감정만 상해선 안 된다. 이걸 내가 왜 아냐면 김복동 위안부 할머니가 국회 와서 나를 눈물 나게 하는 증언을 했다. 그분 말씀이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억만금을 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 이 말에서 내가 느낀 거다.”  



만난 사람=김현기 편집국장

김형구·하준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원문 : https://news.joins.com/article/23769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