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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할 일 없는 세상’ 현실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 수면 위로

작성일 : 2020-06-08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세계일보] ‘할 일 없는 세상’ 현실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 수면 위로








#. 매달 30만원(50만원, 100만원이 될 수도 있다)이 통장에 들어온다. 무슨 일을 하든, 나이가 몇 살이든, 얼마를 벌든 상관없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받을 수 있다.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해도 된다. 어디에만 써야 한다고 정해지지도 않았다. 책을 사도 되고, 밥을 먹어도 되며, 게임을 사도 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사치품을 구입해도 아무 문제 없다. 불법만 아니라면 괜찮다. 물론 저축이나 기부를 해도 된다. 만약 가족이 4명이라면, 한 사람당 30만원씩 총 120만원을 받는다. 다시 말하지만,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달 지급된다. 기본소득시대의 이야기다.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왜 지금 기본소득일까.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일자리의 위기가 주된 원인이다.



◆일자리 전환의 시대


제조업의 시기, 거대 공장을 돌려야 하는 자본가들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임금을 올렸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미국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가 1914년 직원 임금을 동종업계 평균보다 2배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공장 증설→고용 확대→생산성 향상→공장 확충’으로 이어지는 대확장의 시기였다.


현재는 어떨까. AI와 로봇으로 대변되는 기술은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출현한 기업들은 과거처럼 많은 사람이 필요 없게 됐다. 시가총액은 현대차의 두 배가 넘는 네이버가 직원 수는 2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이다. 거대기업뿐만 아니다. 키오스크, 하이패스, 무인주차시스템 등이 노동자를 대신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성은 향상되지만 일자리는 줄어든다.


노동자가 일자리에서 밀려나면 당연히 소득은 줄어든다. 8시간 일하던 노동자가 자동화 여파로 ‘쪼개기 노동’을 하게 되면 수입도 쪼개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지급되던 이윤은 이제는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은 “거대 플랫폼 기업은 전 세계 자원을 끌어다 쓰다 보니, 초연결성 시대 융합과 공유로 인해 부의 축적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평등의 심화


기술 발전은 ‘부의 불평등’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돈에서 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으로 불평등 척도를 계산하는 지표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다. 이 수치가 클수록 불균등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6으로 집계됐다. 2012년 5.05였던 5분위 배율은 2013년 4.61, 2014년 4.54, 2015년 4.37, 2016년 4.63, 2017년 4.61을 기록하다 2018년 5.47로 급등한 뒤 2년째 높은 지수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의 상위 10% 소득이 전체 소득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46.8%), 러시아(45.5%)에 이어 우리나라(43.3%)가 세 번째로 높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CT가 침투하면 로봇이나 그걸 가진 자본가의 이윤은 급증하고 노동자의 소득은 감소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는데, 현재의 경제체제로는 불평등을 강화하는 추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의 재편, 기본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은 다양한 복지정책을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기초연금, 노인연금, 실업급여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 발전에서 촉발된 사회 변화와 경제구조 개편을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의 복지의 틀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분배 효과 △행정비용 절감 △민간소비 촉진 △미래 노동력 확보 등을 도입 근거로 삼고 있다. 자동화와 로봇의 확대로 노동(고용)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생계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의 수장들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모든 이에게 ‘쿠션’ 역할을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깜짝 놀랄 카드’로 기본소득제를 들고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왜 모두에게 줘야 하나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주는 현금’이라는 기본소득의 핵심은 반대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을 저소득층에게만 지급하지 않고 부자에게까지 줘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30만원을 주는 게 무슨 효과가 있냐”는 말이다. 이 같은 질문은 무상급식 때도 똑같이 나타났다. 대상 선별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비용과 선별적 복지의 부작용 등을 이유로 들지만, 반대 측 입장도 여전히 팽팽하다.


무엇보다 큰 쟁점은 재원이다.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려면 매년 187조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같은 재원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의 총예산 513조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지급 규모를 65만원으로 올릴 경우 최대 405조원이 들어간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기존 복지체계 개편과 세출 구조조정, 세금체계 조정 등을 통해 충당 가능한 액수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소비 촉진 효과가 더해져 경기의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또 기본소득제는 소득 구분 없이 지급하기 때문에 생계급여 대상자의 구직 동기도 북돋을 수 있다고 반론한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대상 선정을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과거 시스템으로 새로운 문제들에 대응하려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지금 우리가 과거에 비해 사회보호시스템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전 국민적 위기상황이 닥칠 때는 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원문 : www.segye.com/newsView/20200603515305?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