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광장   >   홍보관   >   언론보도

언론보도

[아시아경제] W포럼-차별의 팬데믹

작성일 : 2020-06-11 작성자 : 국회미래연구원

	



[아시아경제][W포럼] 차별의 팬데믹






글.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 대규모 시위로 확산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가 다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모식에서 플로이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서가 아닌 차별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의해 숨졌다고 하는 유족 측 변호사의 목소리는 인종차별의 구조적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플로이드가 사망한 그 비슷한 시기에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는 공원 규칙에 따라 개에게 목줄을 채워달라고 부탁하는 흑인 남성에 대해 경찰에 전화를 걸어 흑인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허위 신고했다. 그녀는 사회가 약자로 규정한 흑인이 백인인 자신에게 가르치는 태도를 보이자 분노했고, 흑인을 공격하기 위해 구조적 인종차별 사회에 도움을 기대한 것이다.

사회과학 연구에서 인종 간, 사회계층 간 친밀감을 측정하기 위해 그들을 직장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에 더 나아가 이웃으로, 친구로,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질문을 하기도 한다. 금융종사자였던 쿠퍼는 흑인 직장동료는 수용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진정한 이웃으로, 그리고 친구로는 받아들일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사회만큼 차별에 대해 민감한 사회는 없다. 차별을 반대하거나 금지하는 많은 법령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령 시민인권에 관한 법률 외에도 인종, 연령, 장애인, 임신, 성정체성 등과 관련한 차별금지법은 물론이고 홈리스 권리장전, 제한된 영어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서비스 접근성 개선에 관한 행정명령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증오범죄, 인종차별, 그리고 이를 다루는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차별의 팬데믹은 미국 사회에만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11조 1항은 평등권을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뿐만 아니라 그 밖에 비합리적인 이유로 인한 차별은 금지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차별의 영역과 차별로 인정되는 이유들을 더욱 소상히 다루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은 노동관계에서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차별(discrimination)'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우리의 의식 세계에서는 비교적 잘 절제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차별금지의 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주변의 약자들,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 의식적으로는 그들이 특정 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을 '우리'의 일상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의식적인 경계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차별은 부정적 편견을 먹고 자란다. 이러한 편견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는다. 그 편견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차별받는 인종이나 집단에서 차별은 일회성 사건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차별당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긴장하며 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긴장감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만 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유익할 리가 없다. 개개인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특징이 있는 특정 계층임을 과도하게 신경쓰면서 그 개인을 이루는 다른 특성을 배제하거나 왜곡해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문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61013001291665